어느 날 사물함을 열어보니 팬티가 들어 있었습니다 - 이성영 감상-라이트노벨


1. 

<어느 날 사물함을 열어보니 팬티가 들어 있었습니다>는 기나긴 제목 그대로, 어느 날 사물함을 열었더니 들어있던 팬티를 둘러싼 음모와 갈등과 사랑과 전쟁을 다루는 소설이다.

단도직입적으로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은 상당히 쓸데 없을 정도로 두꺼운 두께다. 물론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이 두께에 대해 별다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나면, 너무 두꺼운 것은 아닌가, 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치 호신용으로 쓰라는듯 배려하는 저 두께를 이해하기는 좀 힘들다. 더군다나 사건의 진행 등을 생각했을 때, 오히려 저만큼의 두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언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저 상당한 량의 두께는 사실 불필요한 부분 또한 상당수 포함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소설이나 그렇지만, 읽으려면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을 납득해야한다. 제 아무리 그것이 비현실적인 설정이라 할지라도 납득을 하지 못한다면 소설을 읽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얼마나 작가가 독자에게 쉽게 소설의 배경을 납득시키느냐의 문제다. 우선적으로 이제 막 남녀공학이 된 학교에서 1학년 중 여학생이 단 3명이란 사실 자체는 좀 상식적으로 힘든 일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받아들일 수는 있는 문제라고 본다. 다만, 저 '3명'은 말 그대로 사건의 진행을 위해 억지로 설정된 3명이다. 이 소설은 어떤 여학생이 주인공의 사물함 속에 팬티를 넣었기에, 그 여학생을 추적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더군다나 주인공에게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 또한 여학생 중 한 명이다. 즉, 애초에 후보는 두 명에 불과하다. 생각해보면 단순히 작가가 후보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서 작품의 진행을 어떻게든 수월하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이 모든 상황을 위해 억지로 끼워맞춰진 3명이란 점 자체는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인물적 측면에서 중점이 되는 것은 과거 초등학교 시절 야구부에 속해있었던 남학생이자 주인공 이우, 청순하지만 뼈속까지 야빠이자 꼴데인 허초희, 귀족스럽지만, 운동신경이 좋은 류세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공에게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며 학교 시스템에서 일종의 상인 역할을 하는 장서이, 이렇게 4명의 인물이다. 문제는 상당히 많은 분량 임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캐릭터들은 제대로 묘사되지를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그나마 류세아란 캐릭터는 어느 정도 무언가 연결되는 과거 등이 나와 캐릭터 자체의 성격이 그나마 성립되었다면, 허초희란 캐릭터는 애초에 야빠말고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말 그대로 그냥 한 명 더 등장시키고 싶어서 등장시킨 것과 같은 인물이다. 분량이 짧다면 모를까, 필자가 읽은 라노베 중에서도 상당히 긴 분량을 차지하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더군다나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전개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고 할 말은 없다. 사실 정석적인 전개였으며, 가장 큰 문제는 결말을 추측하기가 매우 쉽다는 점이지만, 어찌되었든 적어도 평작 정도의 전개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중 주인공과 류세아의 과거 자체는 기존부터 무언가가 있다는 암시는 약간 있었지만, 그 결말 자체는 조금 뜻밖이란 감상도 좀 받았다. 차라리 남주가 과거에 대해 얼핏 꿈을 꾼다든지 등 클리셰적 전개 하나만 넣어줬어도 별 이상은 없었을 거라 본다.

드립적인 측면에선 일단 그렇게 점수를 깍고 싶지는 않다. 이 소설 또한 상당한 양의 드립이 들어가있고, 간혹 드립이 과해 흐름을 깬다는 부분도 있긴 있었지만, 적어도 그러한 부분 자체가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소설 자체로 볼 때 크게 상관이 없었으며, 적어도 저 극악무도한 폐기물들의 무한한 드립보다는 훨씬 봐줄만 하였다.

작가의 개그 센스 자체는 괜찮았다. 단순히 인터넷 드립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비둘기교 나 시도 때도 없는 국사 선생의 외계인 드립 등 꽤 피식피식한 점도 있엇다.

물론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가장 마이너스적 요소는 역시 끝을 맺는 방식이라 보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그냥 미완성이다. 애초에 매듭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다. 적어도 필자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2권을 기대한다든가, 의 기대도 아니고, 단순히 1 권 자체가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한 기분이다. 물론 이런 것은 작가의 판단이며, 1권에서 완결되었다고 하니, 딱히 더 할 말은 없다. 그냥 가볍고, 읽어봐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 가벼운 소설. 물론 진지하게 따지면 깔 구석은 많지만, 기력이 다 했으므로 더 하진 못 하겠다.

2. 

그러나 이러한 정석적인 감상과 달리, 필자는 이 소설이 사실 거대한 음모론에 입각하여 쓰여진 소설이라고 본다. 작가는 사악하게도 교묘하게 여러 떡밥을 숨겼으며 그것은 너무나도 교묘하기에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작가가 디시인, 그것도 판갤러란 점을 생각해보고, 주어진 조각들을 짜맞추어보자.

우선적으로 야빠이자 꼴데팬인 초희를 보자. 무엇이 생각나는가? 그렇다, 바로 야갤이다. 이 년은 바로 야갤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쓸데없이 외계인 드립을 치는 교사는 바로 미스터리갤을 의미하는 상징이며, 더군다나 주인공의 의심을 받은 남학생은 넷카마에게 당한 호구다.
이렇게 도처에 인터넷, 그것도 디시에 대한 상징이 만연해있다.

더욱 파고들어가보자. 
작중 남학생들은 비둘기를 숭배하고, 비둘기야 밥먹자 드립을 치는데, 이는 알다시피 역시 디시와 관련된 소재 중 하나다.
그리고 주인공이 카메라를 숨기는 과정에서 빌리 헤링턴의 사진을 붙이려고 하였고, 알다시피 이는 디시와 관련된 소재 중 하나이자, 주인공의 숨겨진 성정체성에 대한 거대한 은유다.

작중 '이마를 때리는 것'과 '기억'과 관련된 소재가 여러 번 언급된다. 예로 체육 교사는 이마를 총알에 부상을 당하여, 이마를 맞으면 기억이 상실된다는 약점이 있다고 언급되었으며, 주인공 또한 '기억'과 '이마'가 여러 번 얽힌다. 즉, 우리는 주인공의 '기억'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주인공이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망각하는 것일까? 그에게 어떤 정신적 상처가 있기에 그는 무의식적으로 망각하려하는가?

이는 작중 주인공의 조력자 포지션에 위치하는 장서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서이는 한 마디로 존재감이 없는 여자이며, 반에서 검사를 할 때조차 오직 주인공만 인식한다. 오직 주인공만 인식하고, 대화를 한다. 그렇다, 이 장서이는 사실 주인공의 또다른 인격이자, 여성성이 드러난 인격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혼돈하고 있으며, 이에 자연스레 자신의 또다른 인격이자 여자로서의 인격인 장서이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그에게 일어났는가?

이미 답은 나왔다. 바로 디시다. 주인공의 학교 자체는 이미 디시에 대한 거대한 은유다.

디시에 있는 한 학생이 결국 정신 분열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팬티는 무엇의 상징일까?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먹어 스스로 벌거벗음을 깨달았고, 속옷을 입게 되었다. 즉 팬티는 인간의 원죄다.

팬티가 왜 주인공의 사물함 속에 있는가? 왜냐하면 주인공은 원죄를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왜 주인공은 원죄를 지녔는가? 디시질을 하며 인격 분열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무엇에 대한 경고인가?

바로 디시질이라는 거대한 악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사실 <어느 날 사물함을 열어보니 팬티가 들어 있었습니다>는 현대 인터넷이 만연한 사회에 대한 개인의 경고였던 것이다.

오오 이 얼마나 놀라운가.


3. 

쓰다보니 너무 부드럽게 써진 것 같지만 그냥 생략하기로 한다.

이미 너무나도 많이 폭사당했기에, 그냥 이냥저냥인 책이라도 필자는 좋게 봐주고 싶다.


덧글

  • 지나가는 사람 2013/08/18 21:18 # 삭제 답글

    '즉 팬티는 인간의 원죄다.'
    오오 진리다! (데굴데굴)
  • JHALOFF 2013/08/18 21:48 #

    ㅎㅎ 감사합니다.
  • 쿳시 2013/08/18 21:48 # 삭제 답글

    참 제목이 아스트랄하네요...ㅋㅋ
  • JHALOFF 2013/08/19 12:59 #

    제목과 달리 의외로 내용은 평범(?)합니다
  • 2013/08/19 09: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8/19 13:0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carlett 2013/08/19 12:51 # 답글

    꽤나 심오한 주재를 담고있는 소설이군요 .....팬티에 그런 깊은 의미가.....
  • JHALOFF 2013/08/19 13:00 #

    팬티는 하나의 상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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