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ALOFF의 죽음> - (3) P.E.S. 제왕고교 감상-라이트노벨


*본 리뷰는 용아람님의 협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한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감았다. 지난 이틀동안 JHALOFF에 대한 생각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몸이 나른해지며 비행기가 이륙한 이후에는 승무원들이 이따금 지나갈 뿐, 저녁이라 모두들 뒤죽은듯 있었다. 이따금 승객이 보는 영화 소리가 살짝 흘러나왔다.

나는 그대로 기억의 바다로 잠이 들듯 빠지고 말았다.


"이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을 읽어본적이 있나?" 책을 읽던 JHALOFF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우리는 그의 서재에서 서로 기분 좋게 안락의자에서 누워있듯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그는 책을 노려보고 있었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아니, 책 같은건 잘 안 읽는거 잘 알잖아."

"언젠가 한 번 읽어봐, 자네의 직업적인 요소와 연관이 될 수도 있으니. 아이히만이라는 한 전범의 재판을 다룬 아렌트의 책이야."

"그게 요즘 자네가 읽고 있는 책하고 관련이 있는건가?" 나는 그가 들고 있는 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 혹은 악의 진부함에 대해 다루고 있다네. 한 마디로 평범하고 모범적인 시민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아이히만이 어떻게 유대인 학살을 자행할 수 있었는가, 를 다루는 책이지." 그는 잠시 한 숨을 쉬고 이어서 말했다. "나는 이 책 또한 그 강도와 종류는 다르지만, 우리 시대의 아이히만이 언제나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해. 평범하고 모범적인 시민일 것이 분명한 작가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을까?"

"그렇게 안 좋은가보지? 자네 발목은 괜찮나?"

"내 발목은 괜찮아, 문제는 이 책이야." 그는 파리를 잡듯 책을 책상에 던지며 말했다. 그는 표지에 그려져있는 그림, 특히 꽃잎 한 장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여성의 그곳, 야릇야릇한 에로티시즘을 자극하며 남성의 상상력의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그 그림을 가늘고 긴 그의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 "이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는 여자는 바로 이 책에서 명탐정이야."

"탐정이라, 나와 비슷하군."

"자네는 유능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의 탐정은 무능하네. 시작부터 살해당하거든."

"흠, 그렇지만 표지를 장식하는만큼 거기에 어떤 속임수가 있는거 아닌가? 아니면 죽었어도 작품 내내 등장인물들의 기억으로 강하게 존재감을 발휘하든지?"

"어느 쪽도 아니네, 굳이 따지면 전자지만, 아주, 아주 비열하고 극악무도한 속임수가 그곳에 있지."

"이해가 안 되는군. 탐정이 등장하고, 살해당했다면, 그 범인을 찾는 것이 책의 줄거리 아닌가?"

"그것도 애매하군. 이 책은 조금 뜬금없지만, 이 책은 한 학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네. 말 그대로 학교가 이 책에서의 세계 그 자체지."

"학교인데, 탐정이고, 살인이라, 조금 뜬금없군."

"그 정도는 허용범위지. 문제는 이 학교가 한국에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전세계의 천재들을 한 군데로 몰아넣고 교육시킨다는 이상한 학교네."

"아니, 한국의 인재인데 왜 전세계에서 학생을 모집하지?"

"이런건 아주 사소한 문제야. 문제는 이 책은 이 괴상한 학교를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네. 한 예로, 작품 초반에 한 엑스트라, 재능있는 야구선수는 선배에게 반항을 한 다는 이유만으로, 어깨가 부러지네. 야구선수의 어깨 말이야."

"재능있는 아이들을 모은다는데, 그 재능을 부순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난들 알겠어? 어찌되었든 이 학교라는 시스템의 가장 구조적인 문제는, 작가가 끝없이 쓸데없을 정도로 세세한 정보를 준다는거네. 그리고 그 정보를 들으면 들을수록, 납득이 가기는 커녕, 오히려 아니 이런게 말이 되는가, 만 생각하게 되지. 난 문학이란 자유롭다고 생각해. 당연히 말이 안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도 있어. 하지만 적어도 그런 설정을 자연스럽게 쓰고 싶다면, 독자가 납득을 할 수 있게 해줘야하는거 아닌가? 이 책은 그냥 그런 설정을 강요하네. 어처구니없는 것들을 쏟아내고, 안 믿으면 읽지 마라, 네가 이해하든, 안 하든, 납득하든, 안 하든, 난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계속 내 마음대로 진행할거다. 아주 거대한 폭력이지."

"별로 읽고 싶어지는 책은 절대 아니군."

"이 책은 사실 2권을 하나로 억지로 묶었다네.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차라리 중간에 '2부'란 페이지라도 써넣어주었으면 구성적인 면에서 차라리 조금 더 나았을거네. 주인공은 나중에 알고보니 탐정의 조수인데, 시작시점부터는 기억상실에 걸려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네. 그리고 주인공은 이런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연관이 있을지 모르는 탐정을 만나려고 노력하지."

"그런데? 거기에 문제가 있는가?"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야."

"또 어떤 문제지?"

"이 책은 한 마디로 허세끼 다분하지만, 재미있게만 쓰면 있어보이는 요소들을 한군데 잔뜩 몰아넣고서 꿀꿀이죽을 끓인 그런 소설이야. 한 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이지." 그는 성이 찼는지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다시 그는 이어서 소리쳤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추리소설처럼 가는 것 같이 보였어. 하지만 결국 아니더군. 뜬금없이 이능물 배틀을 해. 마치 셜록홈즈를 보고 있는데, 거기서 갑자기 람보가 튀어나오는 그런 전개라고. 더군다나 이런 종류의 작품 자체에 대한 반전은 철저하게 작가의 역량에 달려있네. 문제는 그냥 엿같아, 욕만 나와. 작가는 마치 내가 독자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리면, 독자들은 반전소설의 감동을 받을거라고 착각한 모양이지만, 내가 작가에게 주고 싶은 것은 찬사가 아니라 죽빵이야. 끔찍해, 끔찍해!"

"아니 그래도, 어떤 식이길래 그러나?"

"죽은 탐정이 처음부터 살아있었더군. 시체가 분명 해부 결과 인간의 것이라고 하는데! 알고보니 복제인간의 죽은 몸이란거야.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또 어떤게 있냐고? 조연 중 하나인 문학 소녀는 알고보니까 쓰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네! 전혀 뜬금없이! 그리고 마지막에 에필로그는 도대체 무엇인지 아나? 알고 보니까 주인공인 조수가 사실 탐정이었고, 탐정이 사실 조수였다네. 알고보니 조수에게 복제 능력이 있어, 탐정의 능력을 복제했고, 탐정은 어쩌다고 조수로 위치가 역전되었지. 그리고 내가 말한 이러한 사실들은 전부 어떠한 복선이나 일말의 힌트도 없이 그냥 나오는 것들이야. 작중에 나오는 추리 요소도 그저 되는대로 진행되고."

"끔찍하군."

"나도 끔찍하네. 끔찍해! 끔찍해! (The horror! The horror!)"

나의 가련한 친구는 마침내 커츠의 유언을 내뱉고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암흑의 심연을 보고 절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에게 다가가 이 가련한 생물을 포옹하고 말았다. 그는 내 품안에서 숨을 부르르 내쉬며 몸을 떨고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었다. 몇 분 동안 시간이 멈춰진듯, 우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로를 포옹하고, 서로에게 온기를 주며 하나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갑작스런 영어 방송에 나는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그와의 추억을 꿈꾸었다. 그러나 이제 JHALOFF는 없다. 나는 그의 기억만을 더듬을 뿐이다. 방송은 우리가 이제 곧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공지해주었다.

나는 마침내 영국, 런던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JHALOFF의 기억을 찾아야한다.

덧글

  • 11th ACR 2013/08/22 09:54 # 답글

    [나의 가련한 친구는 마침내 커츠의 유언을 내뱉고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암흑의 심연을 보고 절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에게 다가가 이 가련한 생물을 포옹하고 말았다. 그는 내 품안에서 숨을 부르르 내쉬며 몸을 떨고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었다. 몇 분 동안 시간이 멈춰진듯, 우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로를 포옹하고, 서로에게 온기를 주며 하나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네게~ 줄게~ (...)
  • JHALOFF 2013/08/22 10:02 #

    어허~ 그저 알흠다운 우정에 대한 묘사입니다~
  • tana 2013/08/22 10:10 # 삭제 답글

    이거 샀긴 했는데 안읽었는데... 근데 대체적으로 도대체 왜 탐정물이 이능배가 되냐고!! 라고 다들 말하더군요.
  • JHALOFF 2013/08/23 12:53 #

    좀 많이 황당하더군요
  • 2014/05/17 21: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5/19 09:0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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