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학교의 연애사정 2권>, elle - 우리의 로즈버드 감상-라이트노벨



0.

한 잔의 홍차를 마시며 베여진 나무들과 라노베를 지르고 사라진 수염 신사를 떠올려보자.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럴 때일 수록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야한다. 시민 케인의 비극은 그가 마지막에 가서야 로즈버드를 찾았다는데에 있다. 처음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여기 필자의 로즈버드가 있다. 검술 학교의 연애사정 2권. 생각해보면 필자의 초심은 어디인가? 바로 대문호 김월희 작가와 그의 대작 <중2병 데이즈>가 아닌가? 생각해보면 실로 놀라운 일이다. 국내 라이트노벨 출판사의 양대 산맥에서 각각 이러한 대작가들을 발굴하다니, 더러운 문단 문학에 대항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필자는 그 기회를 즐기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필자는 뼈속까지 누구의 표현에 따르며 더러운 보수적 문학주의자니까.

1. 1권과 2권

만약 검술학교의 연애사정 1권을 즐겁게 읽은 독자가 있다면 그는 참으로 행복한 독자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2권 또한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며, 무엇을 읽든 대부분 즐겁게 읽을 것이고, 판다 개그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며 언제나 행복하며 긍정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필자는 참으로 괴로운 인간이 아닐 수가 없다. 왜냐하면 필자는 이것을 즐길 수 없으니까.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다, 아니 도대체 그러면 왜 2권까지 읽었는가?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그곳에 책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진짜 이유는 1권에서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보기 위해서다. 어떤 점에서는 이 책 또한 저 정점과 비슷하다. 영원한 부동자는 변하지 않기에 정점이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서로 상반된 철학에 기반되어 쓰여졌다는 것이다.

파르메니데스를 비롯한 엘레아 학파는 변하지 않음을 주장하였다. 그렇다, 이 책은 질적으로 1권에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인간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 지뢰라도, 같은 종류의 지뢰는 없다. 어느 한 쪽이 조금 나아졌으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한 쪽이 나빠진다. 

문장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침묵이다. 이 책이 있은 다음에는 무엇이 더 가능할까? 이 책 이후엔 그저 잔혹한 신만이 지배할 뿐이다.* (예이츠의 자서전 문구에서 발췌)

2. 무엇이 달라졌는가?

가장 그럴 싸한 발전은 1권과는 달리, 비교적 정석적인 결말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그렇다, 1권의 저 끔찍하고도 극악무도한 결말은 없다. 물론 그렇다고 훌륭한 것은 아니다. 나쁨이 조금 좋아져봤자 좋음이 될 수 있겠는가?

여전히 가장 큰 문제는 악역에 대해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매우 불완전하다. 연애와 진지함을 모두 담으려고 한다. 연애는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였으므로 그렇다고 치자, 일단은. 물론 까겠지만.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진지함이다. 그래, 진지해보이는 전개를 조금 한다. 그리고 2권의 일어난 악을 조장한 최종 악역이 등장한다. 문제는 독자가 이 악역에 대해서 무엇을 느껴야하는가? 이 악역와 싸울 때 긴장감이라도 느껴지는가, 아니면 악역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가, 그것도 아니면 아 이 악역은 정말 극악무도해서 벌을 받아야한다, 와 같은 감정이라도 느껴지는가? 없다, 전혀 없다. 이는 1권에서도 이미 나온 문제인데, 그대로다.

3. 무엇이 그대로인가?

도대체 왜 몇몇의 등장인물들은 1권에서 보았을 때와 달라졌는가? 필자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 1권의 내용이 전부 바뀌었는가? 아니면 필자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1권과 2권 사이를 장식하는 사건에 관한 책이 별도로 출간되었는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몇몇의 캐릭터들이 작품 속에 나오는 기계교단에게 끌려가서 로보토미 수술을 강제로 당한건가?

가장 심플하게 생각해보면, 그저 캐릭터의 성격의 붕괴를 그려놓고, 무언가 코믹함을 이끄려내려는 것인 것 같다. 하지만 재미 없다. 그리고 그냥 달라지는 캐릭터들 때문에 짜증만 난다. 아니, 아무리 사랑하는 여자는 바뀐다, 와 같은 소리가 흉흉하게 들려오지만, 이건 바뀐게 아니라 그냥 인물이 달라졌잖아?

아니다, 다시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어쩌면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만화적 과장이다. 아니, 그러면 그냥 원래 캐릭터들이 좃같은거잖아?

남주도 여전히 그냥 줏같다. 1권에서 갑자기 '난 그냥 너무 강하거든,'의 대사의 여파를 만회하기 위하여 2권에서는 무언가 고뇌를 하는 것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냥 같잖은 고뇌 때려치우고 그냥 크와아아앙 존나 쎈 검제의 후손이 울부짖었다-!! 로 갑시다. 아무리 생각해도 1권의 그 모습이 더 나은거 같아. 생각해보니 얘도 뭔가 일관성이 없는데.

남주 자체가 뭔가 거대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고, 1권 내에서는 그렇게 자기 어머니라는 검후와 원수처럼 대하더니, 그 화해가 너무 급작스럽게 2권에서 이루어진거 아닌가? 누군가는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사실상 화해한거고, 이제 형식적인 악수 절차만 남은거잖아? 아니, 책을 한 3권으로 끝내는거라면 모르겠는데, 어찌되었든 꽤나 중요한 갈등 문제 자체를 이렇게 쉬엄쉬엄 확 넘어가도 되는거야? 그런거야? 아니다, 생각해보니 이 책의 본질적인 목적은 좋은 삽화집이다. 그렇다, 그뿐이다.

4.

어찌되었든 1권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검술학교의 연애사정은 필자의 초심을 되찾게 해주는 그런 마음의 고향과도 책이다. 
하지만 필자는 반항하는 철학도이므로 생각하는 행위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필자는 차라리 고뇌를 선택하고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찌되었든 기계교단의 사도가 13 명이니, 앞으로 12명은 더 나와야하고, 주인공의 약혼녀도 2명은 더 나와야하는데, 이미 이 정도 숫자의 캐릭터들을 가지고도 이런 고뇌를 주는데, 이만한 숫자가 더 온 다는 것을 생각하니........

라노베의 지뢰밭을 떠돌던 JHALOFF the King은 마침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덧글

  • 123 2013/08/30 22:29 # 삭제 답글

    이거높은 평가를 주는 사람이 많던데 의외로 지뢰인가 보네요
  • JHALOFF 2013/08/30 22:35 #

    별 생각 없이 읽으면 괜찮을겁니다. 중2병 데이즈 같은 작품도 판매량은 좋죠.
  • WeissBlut 2013/08/30 22:43 #

    별 생각 없이 읽었는데도 빡친 저도 있습니다. 2권은 안 읽긴 했는데 1권은 걍 사회에 대한 불만을 아무런 포장도 안하고 막 터뜨리기만 한 자위소설로밖에 안 보여서.
  • JHALOFF 2013/08/30 22:54 #

    2권도 별로 변한 것은 없습니다. 1권을 재밌게 읽었으면 2권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겁니다.
  • 11th ACR 2013/08/30 23:53 # 답글

    그냥 일러스트집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편이 좋을 거 같습니다.

    퍼즐을 샀는데 책이 딸려왔네? 라던가 [..]
  • JHALOFF 2013/08/31 02:02 #

    퍼즐은 좀 많이 비싸서;; 일러는 좋았다,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 DonaDona 2013/08/31 08:50 # 답글

    난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는데... 훈계조의 싸구려 첩보 or 정치 소설에 너무 단련되서 신경이 두꺼워진건지, 아니면 책 산 돈이 아깝기 때문에 귀여운 캐릭터나 그럴듯한 만담에만 눈을 돌리면서 단점을 외면한 건지. 역시 둘 다이겠죠?

    ps. 난 이게 3년 전에 나온 거면 그럭저럭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디다. 문제는 지금이 한국 라놉 6년 차라는거지.
  • JHALOFF 2013/08/31 14:45 #

    그냥 뭐 아무 생각 없이 읽는다면 재밌게 읽을 수도 있다고는 봅니다 ㅇㅇ
  • 육오 2013/08/31 10:41 # 삭제 답글

    아 ㅋㅋ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 1권 샀다가 문장지뢰&스토리불쏘시개라서 버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냥 시리즈 자체를 포기하고 싶어지는군요... 아무리 일러가 좋아도 스토리가 개판이면...
  • JHALOFF 2013/08/31 14:45 #

    그냥 1권하고 퀄리티 자체는 별 차이 없습니다 ㅇㅇ
  • 네리아리 2013/08/31 20:16 # 답글

    역시 이거 평이 좋으니 네링도 읽어봐야 하겠군요.
  • 듀란달 2013/08/31 22:39 #

    역시나 허트로커 네링님.
  • JHALOFF 2013/08/31 23:11 #

    어서 지르세요 퍼즐 딸린 한정판 지르세요 두 번 지르세요
  • 듀란달 2013/08/31 22:37 # 답글

    스타트부터 너무 뜬금없이 시작해서 '아 이거 지뢰구나'하고 생각하니 그럭저럭 볼만했습니다.
    보고나서 바로 중고판매용 책더미에 던질 예정입니다만.

    2권이랑 같이 안 산게 천만다행이네요.
  • JHALOFF 2013/08/31 23:12 #

    1권에서 거부감 느끼셨다면 2권도 안 사신게 현명한 판단입니다
  • 나이트밥 2013/08/31 23:40 # 답글

    2권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년만화적인 재미가 장점인것같습니다.
  • JHALOFF 2013/09/01 10:45 #

    어떤 면에서 그냥 읽으면 재미 자체는 있을 것도 같슺니다 ㅇㅇ
  • 2013/09/01 08:37 # 삭제 답글

    라노베가 본래 이런 거니까요. 일본도 사정은 똑같음. 전체 평균으로 본다면 무협지 설정이 환협지에 혐오감 가진 사람 입장에서 조금 싫을 뿐이지, 딱 이정도면 일본발 라노베의 홍수 속에서 선전한 소년만화적 소설이 아닌가 싶슾니다.
  • JHALOFF 2013/09/01 10:45 #

    사실 그 이전에 문장 자체가 너무 떨어져서;
  • show 2013/09/03 19:33 # 삭제 답글

    중2병 데이즈 리뷰를 폭소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비웃는다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적절한 어휘선택이 재밋었다는 의미로) 라노벨도 본격적으로 리뷰하시나 보네요. 앞으로 자주자주 와야겠습니다.
  • JHALOFF 2013/09/04 17:42 #

    최근에 갑작스레 많이 읽을 기회가 생겨서요 ㅎㅎ
  • 방랑검사 2013/10/18 20:10 # 삭제 답글

    정리 잘하셨네요.

    라노벨이 머 다 그렇죠...라는 슬픈 말밖에는 드릴 순 없지만...
  • JHALOFF 2013/10/30 06:54 #

    잘 쓰여진 것들도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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