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 <용의 이> 독서일기-소설


부제처럼 써져있는 <세계 몰락 프로젝트 혹은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앨리스>는 처음에 왠지 모르게 마음에 안 들었다. 이것은 단순히 단어의 사용 때문이다.



나는 '몰락'이란 단어는 개인에게만 쓰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예) 차라투스트라는 몰락하였다. 앨리스는 몰락하였다.

'세계'에게 어울리는 몰락은 '몰락'보다는 '종말'일 것이다. 예) 세계의 종말. 판갤의 종말. 와우의 종말.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어떻게 보면 저 표현이 참으로 올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의 이>에 수록된 4편의 이야기 모두 어느 개인이라는 세계의 몰락을 다루는 이야기니까. 정성일 평론가는 소녀/소년이 꿈꾸는 세계의 멸망, 혹은 우주의 몰락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 그들이 꿈꾸는 것은 그저 자신의 종말이다. 진정으로 세계의 몰락을 원하는 자라면, 그저 스스로 없어지는 것만으로 끝이 나니까. 작품 속에서 때때로 그려지는 '세계멸망'은 그저 부수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야기 전부 굉장히 동화적이다. 하지만 폭력적이다. 어쩌면 듀나의 작품 중에서 가장 폭력적인 책인지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하드보일드한 이상한 나라다.



여전히 듀나는 냉소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소녀스러운 재기발랄함까지 느껴진다. <용의 이>는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노골적인 앨리스에 대한 팬픽이다. 물론 듀나가 집중하는 부분은 앨리스라는 동화가 아니라, 이상한 나라라는 광기다.



나는 카와이하고 병약한 십대 문학소녀 듀나가 좋다는 사생팬, 나는 앨리스를 사랑하는 페도필리아라는 범죄자, 나는 앨리스보다는 캐롤 특유의 광기가 좋다는 정신병자 등에게 추천한다.



공교롭게도 나는 저 세 카테고리 안에 전부 들어 상당히 좋았다.

덧글

  • 구필삼도 2013/09/05 21:40 # 답글

  • 구필삼도 2013/09/05 21:41 #

    경찰 아저씨! 이 놈이에요!
  • JHALOFF 2013/09/06 10:34 #

    오해다, 곤란하다-!!
  • 이단 2013/09/05 22:19 # 답글

    페...페밍아웃??
  • JHALOFF 2013/09/06 10:35 #

    아, 아닙니다, 그저 앨리스 짱을 좋아할 뿐입니다.
  • 쿳시 2013/09/05 23:47 # 삭제 답글

    솔직히 페티쉬 없는 애들이 사랑이 뭔지나 알겠습니까?!!
  • JHALOFF 2013/09/06 10:35 #

    페티쉬가 아니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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