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에 드 릴아당, <잔혹한 이야기> - 어느 대가 독서일기-소설


'빌리에 드 릴아당'이라는 이 생소한 이름의 작가는 사실 굉장히 중요한 작기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란 명칭을 최초로 만들어낸 SF 소설이라 할 수 있는 <미래의 이브>의 저자이기도 하며, 상징주의 희곡 <악셀>등을 쓴 대표적인 상징주의 작가이기도 하고 (에드문드 윌슨의 모더니즘 작가들에 관한 평론서 <악셀의 성>은 바로 이 악셀에서 따온 제목이다.) 말라르메나 위스망스 등 프랑스 상징주의자들과 교류를 하기도 한 인물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중요하면서도 생소한 작가가 국내에 두 작품이나 소개된다는 것도 국내의 풍토를 생각해보면 꽤나 대단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더군다나 두 작품, <잔혹한 이야기>와 <미래의 이브> 모두 같은 역자, 그것도 빌리에를 전공한 전문가의 손에 이룩된 일이다. 이런 점은 우리 평범하고 불어를 할 수 없는 독자들에게는 희망적인 일이다. (물론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에도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이 잔혹한 이야기들을 부분 번역한 소설이므로 생략한다.)

<잔혹한 이야기>는 여러 종류의 짧은 꽁트들과 하나의 시로 구성된 단편집이자. 사실 역자께서는 왜 '잔혹한 이야기'인지에 대하여 주목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불필요한 설명이지 않나 싶다. 물론 이 작품은 여러 종류의 장르, 대부분 상당부분 포를 연상케도 하는 괴기한 공포나 SF 등을 다루지만, 전부 '잔혹한 이야기'들이란 것은 독자라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꽤나 긴 세월동안 띄엄띄엄 발표된 작품들을 모아놓은 만큼 단편집 자체로서의 통일성은 없는 편이지만, 개개의 이야기로 볼 때는 읽기의 즐거움과 상징주의의 대가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어떤 부분은 포의 단편들을 연상케하지만, 그것은 포가 상징주의 형성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 것이다. 장르 자체도 꽤나 다양하지만, 사실 장르 자체는 그렇게 중요한가 싶은 의구심도 들긴 하다. 

빌리에의 진가는 예술지상주의자로서 삐뚤어진 세계를 향한 블랙유머, 혹은 잔혹한 유머일 것이다. 그것은 이야기의 종류나 서술의 종류와는 무관하게 상당히 일정하게 나타난다. 세계는 언제나 그대로 따분하다. 거지는 언제 어디서나 동냥을 요구한다. 음울한 연인이나 여왕의 살육, 혹은 처형을 즐겨보는 광인은 여전하다.

아직 <미래의 이브>나 <악셀>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단펹집 하나만으로 그 작품들을 읽을 것이 기대되는 그런 책이다.

포를 좋아하거나, 상징주의자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봄직할만하다.

더군다나 대중에게 생소하며 전문가가 번역한 책이 아닌가? 독서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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