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브로비치(2) 포르노그라피아 - 원초적인 성과 에덴 독서일기-소설




이 걸작은 어떤 면에선 '미완'의 <페르디두르케>의 리부트로도 보인다. 말 그대로 곰브로비치는 자신을 소재로, 또한 성숙과 미성숙의 대립이란 주제를 중심으로, 새롭게, 그리고 보다 완전하게 마침내 <페르디두르케>를 완성시킨다.
작가는 이제 작가에 해당하는 인물에게 이름을 부여하기도 귀찮은듯, 자기 자신을 그대로 넣어버린다. 또한 그에겐 한 명의 동행자가 있다. 프레데릭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는 마치 <페르디두르케>에 결코 등장하지 않은 페르디두르케를 마침내 등장시킨 것과도 같다.
배경부터가 독특한데, 소설 외부적으로, 소설 서문에 의하여, 곰브로비치는 말 그대로 2차 대전 때문에, 폴란드로 결코 귀국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배경은 2차 대전 당시의 폴란드다. 즉, 작중 폴란드는 현실의 폴란드라기보단, 말 그대로 곰브로비치에 의하여 만들어진 곰브로비치의 폴란드다. 사실 이래나저래나, 소설의 특성상 설령 곰브로비치가 2차 대전 당시의 폴란드를 직접 경험했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페르디두르케>가 주인공 작가의 미성숙한 몸 안의 성숙한 정신의 대립을 다룬다면, <포르노그라피아>는 보다 완전하게 이 둘을 분리시킨다. 성숙한 곰브로비치와 프레데릭, 그리고 미성숙한 소년과 소녀 한 쌍.
'포르노그라피아'란 제목 답게, 소설은 어느 정도 원초적인 성에 집착한다. 곰브로비치와 프레데릭이 집착하는 이 순수한 남녀 한 쌍은 마치 에덴 동산의 아담과 이브를 연상시키며, 이 둘을 두 명의 뱀이서 유혹한다.
이와 별개로 소설은 하나의 거대한 광대극을 다룬다. 일어나는 살인과, 그 살인 이후의 두 성숙하고도 추악한 남자의 욕망의 실현을 위한 시나리오. 그리고 이 둘의 유혹에 의하여 '타락'하는 두 어린 아이.
미성숙과 성숙의 대립, 나약한 지식인들, 추악한 욕망의 실현, 종교 등 소설의 주제는 전보다도 더 확장되었다.
그럼에도 페르디두르케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은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그렇기에 추악하다.

곰브로비치는 곰브로비치, 혹은 페르디두르케의 주인공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오히려 독특한 것은 그와 동행하는 프레데릭인데, 우리는 이 인물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 그는 사탄이나 뱀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선한 이인가? 그것도 아니다. 어떤 면에선 말 그대로 혼란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  둘은 어떤 면에선 아무 사이도 아닌 남녀를 단순히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극을 계획하고, 소녀의 약혼자를 속이며, 살인광대극을 계획하고 실현시키고자 한다.

'완성'된 페르디두르케지만, 사실 곰브로비치는 여전하다. 그는 신성한 조롱과 광대극을 만들고, 그것을 내팽겨쳐둔다. 두 어른의 추악한 욕망의 실현은 우연하면서도, 필연적인 결과로 '몰락'한다. 물론 그 뿐이다. 
페르디두르케나 포르노그라피아나 미완과 완성의 대비되는 작품들이지만,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훌륭하다.
미성숙하기에 오히려 성숙하다는 두 소설의 핵심과도 같다. 


덧글

  • SuiGeneris 2013/10/31 13:15 # 답글

    페르디두르케;;;100페이지를 도저히 넘길수가 없었던 유일한 소설입니다
  • JHALOFF 2013/11/02 04:27 #

    아무래도 가독성이 좋은 소설은 아니죠. 그래도 견딜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르노그라피아는 좀 더 읽기 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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