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더스 헉슬리, <가자에서 눈이 멀어> - 어느 자서전 독서일기-소설



올더스 헉슬리가 D.H. 로렌스와 더불어 소위 말하는 영국 '전통 소설'의 계보에 있는 뛰어난 작가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취향을 탈 수밖에 없는 작가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헉슬리는 말 그대로 '관념적'인 작가다. 이는 그의 모든 소설이 그러하다. 그는 어떤 면에선 교조적이고, 장황하며 사색적이고 그것을 마음껏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관념적인면은 그의 냉소와 풍자와 함께 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그의 소설들은 크게 두 부류 정도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첫번째 부류는 <멋진 신세계>로 대표되는 가상의 유토피아, 혹은 사고-실험을 소설화한 부류다. 말 그대로 그의 관념, 혹은 믿음을 그대로 가상의 미래나 장소로 표현하고, 이를 설교하듯,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두번째 부류는 <연애 대위법> 등의 냉소적인 현실 소설일 것이다. 그의 진가가 더욱 잘 발휘되는데, 헉슬리는 직접 설교하기보다는 비웃고, 이리저리 뒤틀린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연애 대위법의 여러 부도덕한 인물들의 묘사가 마치 대위법의 선율처럼 서로 얽히면서 망가지거나 상처받는 것을 생각해보라.

<가자에서 눈이 멀어>는 이 두 부류의 중간쯤 위치되는 작품인데, 우선적으로 자전적인 소설이고, 둘째로, 자전적이란 말은 곧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들어내기도 한다는 점에서이다. (연애 대위법 등에서도 자신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 나오기는 했으니)

물론 여전히 소설은 소설이지만, 맹인이었던 밀턴의 시 <투사 삼손>에서 따온 시구로 '가자에서 눈이 멀어'란 제목을 짓고, 헉슬리 스스로가 거의 장님이었으니, 여러모로 생각해볼만한 제목이다.

책은 구성부터가 꽤나 특이한데, 순서적으로 구성되지 않고, 여러대의 시간이 서로 뒤섞이면서 진행된다. 그의 유년시절이나 청년 시절, 그리고 '현재'까지.

마치 가자에서 눈이 먼 맹인이 마침내 눈을 뜨듯, 소설은 이러한 헉슬리 자신을 모티브로 한 주인공의 '깨달음', 혹은 마음의 눈을 뜨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평화주의 운동으로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더더욱 자전적이다.)

물론 그 과정엔 친구의 죽음이나 사랑과 이별 등의 무수히 많은 고난이 있지만. 또한 애당초 '파시즘'으로 물들은 당대 분위기에서 평화주의 또한 위험한 선택이었음을 암시하고.

삼손이 <가자에서 눈이 멀고, 방앗간에서 노예과 함께 있는> 상태로 떨어지고, 밀턴은 눈이 멀고, 헉슬리 또한 거의 눈이 멀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영광을 되찾듯, 헉슬리 또한 그의 빛을 찾은 셈이다.

*꽤 두껍다. 아마 <연애 대위법> 다음으로 두꺼운 헉슬리 소설이 아닌가 싶다.



덧글

  • Histudy 2013/11/26 13:43 # 답글

    자전적이라는 말은 화자랑 작가랑 동일시되었다는 이야기인가?
    요새 조나단 스위프트의 <<통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이게 스위프트 본인이 화자인건지 정말 광인인건지 모르겠다.
    혹시 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 있어?

    <<멋진 신세계>>만 읽어본 나로서는 잘 모르겠네.
  • JHALOFF 2013/12/05 01:11 #

    이야기 자체가 작가 본인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단 의미죠.
  • CATHA 2013/11/27 01:46 # 삭제 답글

    눈이 멀어서야 진정으로 눈을 뜨게된다는 아이러니한 모티브는 티레시아스나 리어왕의 글로스터백작으로 흔히 표상되듯이 은근히 많이 쓰이는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로운작품 하나 더 배워가요!
  • JHALOFF 2013/12/05 01:11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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