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크> - 시인, 유혹자 그리고 전쟁의 설교자 독서일기-비문학



<강꼬치고기 -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시인, 유혹자 그리고 전쟁의 설교자 The Pike: Gabriele D'Annunzio, Poet, Seducer and Preacher of War>는 영국에서 제일 권위있는 논픽션 상인 새뮤얼 존슨상을 2013년에 수상한 작품으로, 킨들을 사고 난 후, 홍보를 하기에, 또한 단눈치오의 삶을 다룬 전기이기에 전자책으로 읽게 되었다.

단눈치오는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에서 중요한 작가면서 동시에 당대 유명 명사이자 여러모로 문제아적 인물인데, 책은 전기 잘 쓰는 앵글로색슨 종특답게 이러한 단눈치오에 대한 해부에 가까운 전기를 보여준다. 사실 평전이 더 올바르겠지만.

단눈치오는 확실히 여러모로 기괴한 인물이다. 저자는 그 중 미시마 유키오가 단눈치오와 닮았다고 하는데, 실로 그렇하긴 하다. 둘 다 실상은 나약하지만, 남성성을 과시한다든지, 일종의 낭만주의적 열정으로 정치적인 활동을 실제로 무모하게 벌이고 실패한다든지. (단눈치오에게 다행인 것은 이탈리아는 할복 같은 문화가 없었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유키오는 빌빌대며 죽었지만)

'강꼬치고기'는 그의 친구였었던 로맹 롤랑이 그에게 붙여준 일종의 별명으로, 여러모로 이 불과 같은 이탈리아 작가와 비슷한 물고기라 할 수 있다. (롤랑은 이후 전쟁을 예찬하는 단눈치오와 결별한다)

저자가 제일 눈여겨보는 것은 이 단눈치오란 인물 자체가 일종의 파시즘의 원형적인 인물이란 점인데, 실제로 그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마리네티에 의하여 미래주의 운동이 벌어졌고, 그의 뜻을 이어받는다고 하며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일어났고, 또한 실제로도 무솔리니 정권 하에 단눈치오는 어느 정도 상징으로서 협력을 하기도 한다. (단 저자는 단눈치오가 무솔리니 자체를 좋아하진 않았다고 평한다. 단눈치오 같은 인물에게 있어, 자신이 무솔리니의 자리에 있어야지, 자신을 따라하는 '보잘 것 없는 인물'은 탐탁지 않은 존재다. 단지 단눈치오가 너무 늙었기에 그 자리를 빼앗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잠정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낭만적이거나 니체의 초인 숭배, 혹은 바이런적 영웅 숭배와도 같은 문학 작품들은 이탈리아인스러우며, 그의 자동차와 비행기(단눈치오는 어릴적부터 나는 것을 꿈꾸었으며 라이트 형제의 발명에 누구보다도 기뻐한 사람이다), 기계에 대한 찬양은 미래주의의 시초였고, 그의 정치적 운동과 1차 대전의 참여, 그리고 종전 이후 피우메 무단 점령은 무솔리니를 예견한 파시스트였다.

(피우메는 전후 직후 이탈리아와 연합국 사이의 일종의 분쟁지역인데, 단눈치오는 사람들을 이끌고 무단으로 피우메로 행진하여, 도시를 점령한다. 물론 사실상 자살행위였지만, 어찌어찌 행운도 작용하여 무사히 점령하고, 시민들의 환호를 받는다. 그러나 단눈치오는 열정적인 시인이었지, 정치가는 아니었으며, 결구 피우메는 무분별한 혼란의 장소로 변해버린다.)

물론 그는 어디까지나 정열적인 예술가였기에, 결국은 실패하고 말지만.

그의 섹스에 대한 집착도 꽤나 눈여겨볼만하다. 저자 또한 강조하고. 그에게 있어 섹스와 여성은 자신의 젊음이었으며 회춘을 위한 도구였고, 그는 언제나 새로운 여성을 정복하고 유혹하고자 했다.

어떤 면에서 단눈치오 본인은 그야말로 바이런적 영웅이다. 절제하지 못하며 열정적이며 정욕적이고 그렇기에 스스로 파멸하기도 한다. (물론 단눈치오 본인은 별탈없이 그냥 늙고, 죽었지만) 이는 당대 그가 유명인사였음도 한 몫한다. 그는 말 그대로 이탈리아의 '시인'이었으며 이탈리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문자 그대로 그냥 별명으로 '시인'으로 불렸다. 마치 '왕'처럼)

어쩌면 말 그대로 당대 이탈리아, 혹은 유럽 그 자체, 2차 대전 이전까지의 유럽을 상징하는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여러모로 문제도 많고, 독특하면서도 중요한 인물의 비판적인 전기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 단순히 뛰어난 재능으로 문학에만 종사했으며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엔 일단 예술가 본인의 '열정'은 너무나도 컸다. 그 열정이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란 것이 문제지만.

(단눈치오의 경우 영역된 시만 몇 편 읽어봤는데, 저자의 뛰어나고도 비판적인 전기 덕분에 다른 영역 소설들도 좀 찾아서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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