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주의 선언 - 힘과 달리는 자동차의 노래 독서일기-산문


'모더니즘'은 범세계적이며 그 범위와 다양한, 혹은 각기 상반되는 예술가들을 담고 있는 운동이지만, 모더니즘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어는 에즈라 파운드의 <Make It New 새롭게 하라>가 아닌가 싶다. 말 그대로 '모던'은 기존의 19세기적인 것과의 결별이다.
모더니즘을 새로운 무언가를 원하는 움직임으로 생각한다면, '미래주의 운동'은 가장 처음 나타난 예술 운동일 것이며, 이는 마리네티의 미래주의 선언에서 잘 나타난다.

(번역: 이택광. 영역을 한역하는 것보단 그냥 네이버에서 찾았다.)
 
- 우리는 힘과 위험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겠다. 이 같은 사랑은 대담무쌍함의 습성이다.
- 지금까지 문학은 황홀경, 수면, 고요한 생각만을 찬양했다. 우리는 공격적인 행동, 열에 들뜬 불면증, 경주자의 활보, 목숨을 건 도약, 주먹으로 치기와 손바닥으로 따귀 때리기를 찬양하고자 한다.
- 우리는 새로운 아름다움, 다시 말해 속도의 아름다움 때문에 세상이 더욱 멋있게 변했다고 확언한다. 폭발하듯 숨을 내쉬는 뱀 같은 파이프로 덮개를 장식한 경주용 자동차 포탄 위에라도 올라탄 듯 으르렁거리는 자동차는 <사모트라케의 니케>보다 아름답다.
- 싸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공격성이 없는 작품은 걸작이 될 수 없다. 시는 미지의 힘들을 인간 앞에 항복하도록 만드는 폭력적 타격이다.
- 우리는 세상에서 유일한 위생학인 전쟁과 군국주의, 애국심과 자유를 가져오는 이들의 파괴적 몸짓,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이념, 그리고 여성에 대한 조롱을 찬미한다.
- 우리는 박물관, 도서관, 모든 종류의 아카데미를 파괴하고, 도덕주의, 페미니즘, 모든 기회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인 비겁함에 맞서 싸울 것이다.

마리네티는 이탈리아 미래주의 운동을 주도한 예술가이며 위 책은 그런 그의 미래주의 관련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위에 인용된 선언의 일부처럼 말 그대로 미래주의는 무언가 새로운 것, 정확하게는 강력한 힘과 운동을 하는 기계와 미래를 찬양하고, 과거와의 과격한 결별을 추구한다.
그들은 지식인과 박물관을 때려부술 것을 외치며 과거의 로마를 불태우고, 오늘과 미래의 이탈리아를 부르짖는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것은 '힘'에 대한 숭배인데, 어떤 면에선 니체적이며, 어떤 점에선 미래의 파시즘을 연상케도 한다. (실제로 미래주의는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연관되기도 했고, 상당수 글들은 이런 파시즘-미래주의에 대한 마리네티의 예찬이다.)

전쟁을 찬양한다든지, 과도한 애국심 등은 꽤나 이해가 안 되긴 하는데, 미래주의 운동의 가장 큰 의의는 아무래도 모든 모던의 시작과도 같았던 예술 운동이자, 예술과 삶의 일치를 부르짖은 운동이란 점이 아닌가 싶다. 좋은 방향은 결코 아니었지만.

가장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이탈리아 미래주의는 다방면의 예술에서 미래주의 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이탈리아 작가들 상당수가 연관이 되지만, 대표할만한 작품은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이러한 마리네티의 선언문과 선동문만이 남았다. 물론 이런 선언문들을 하나의 문학으로 취급하면, 모르지만. (실제로 선언문들 자체는 잘 쓰였다.)

미래주의 자체가 전쟁의 찬양이라든가, 힘의 숭배라든가, 국가에 대한 애국심 강조라든가 파시즘의 뿌리가 될법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을 주장하는 파시스트와 '박물관과 고대를 때려부수자'고 주장하는 미래주의자들이 결탁한 것은 꽤나 모순적으로 보인다.

마리네티는 선언문 이외에도 꽤나 많은 형식적 실험들을 했는데, 오늘날까지 이어지도록 그다지 성공적인 것은 없다. (시 모음집 등은 추가로 더 읽어볼 예정이긴 하다) 어찌보면 본업인 문학에선 실패하고, 그 선언만 남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역사의 장난이다.

(사실 이런 미래주의 운동 자체의 뿌리도 단눈치오와 관련이 깊은데, 그런 점에서 마리네티는 때때로 단눈치오를 부정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그림자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애초에 단눈치오란 인물 자체가 당대 이탈리아의 '시인'이기에 당연하겠지만.)

책 자체는 사실 비슷비슷한 내용들의 일색이라 다소 지루한 감이 있다. 약 70 여 개의 미래주의 관련 글들이지만, 핵심은 다 비슷하기에. 웃기게도 정치 선언문이나 예술선언문이나 비슷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마리네티는 정치가보단 예술가에 가까운 인간이니.



덧글

  •  CR 2014/01/28 09:53 # 답글

    잘 읽었습니다 고마워요
  • JHALOFF 2014/02/01 09:01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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