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천의 로켓(4) 블리딩 엣지 - 인터넷, 뉴욕 그리고 911 프로젝트- 토마스 핀천



토마스 핀천의 신작 <블리딩 엣지>다. '블리딩 엣지 테크놀로지'에서 따와서 블리딩 엣지다. 말 그대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핀천의 그 양날의 검은 '인터넷'이다.
핀천이 누구인가? 아마도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자, <중력의 무지개>와 같은 괴물을 쓴 작가가 아닌가? 물론 핀천도 이젠 80에 가까운 노인이 되었지만, 그의 신작 <블리딩 엣지>는 공교롭게도 가장 최신의 것을 다룬다.

소설은 <49호 품목의 경매>와 같은 탐정 소설 형식을 한다. 주인공 맥신은 하드보일드 탐정들처럼 위트 있게 음모와 위험에서 벗어나야한다. (물론 그녀는 여자며 '탐정'이다) 물론 이야기 자체를 관통하는 플롯은 딱히 없다. 언제나 핀천은 그러지 않았는가? "플롯을 위해 핀천을 읽는 것은 섹스를 위해 오스틴을 읽는 것과 같다." (퍼블리셔 위클리)

핀천의 전작이자 역시 탐정소설이라하는 <Inherent Vice>에서 그가 독자들을 '배려'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블리딩 엣지> 또한 꽤나 불친절한 그의 전작들과 달리 비교적 읽기 쉬운 편이다. 영감이 나이가 들면서 드디어 독자들까지 배려할 수 있는 작가가 되었나 보다.

핀천은 언제나 삼류와 일류의 경계를 허문다. 그는 마치 펄프 픽션처럼 잡다하고 포르노적 광경들을 집어넣으면서도 그 안에서 '고급'을 논한다. 삽입되는 노래 등도 여전핟. 역시나 핀천이다.

소설의 주된 묘사는 2001년 당시의 뉴욕을 만들어내려는데 집중된다. 이는 기존의 그의 소설들과 상당히 이질적이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혼돈에서 그는 무엇을 보여주려는가? 핀천의 목적은 당시의 뉴욕과 인터넷 기술, 그리고 딥웹 등의 음모론을 한군데로 몰아넣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아놓은 집합체를 마지막에 때려부수는 것은 역시나 911 테러다.

생각해보면 911과 이후의 미국은 기존의 핀천이 집중하고자 했던 작품들과 꽤나 닮은 점 등이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나 불안감, 닿을 수 없는 진실, 음모론 등등 - 몇몇 신문 리뷰에선 스노든의 폭로와도 연관시키더라. 그가 이전부터 엔트로피의 문제라든지, 로켓이라든지 기술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가.

소설은 시종일관 유쾌하며 기괴하고, 그러면서도 한없이 어둡다. 애초에 뉴욕과 IT기술, 백만장자, 음모, 살인, 너드들의 문화 등을 잡탕으로 섞는데 그럴 수밖에. 그가 이번 장편에 다룬 것들은 결국 모두 오늘날 우리를 만든 것들이다. 911과 IT가 오늘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물론 핀천은 '예언자'는 아니다. 다만 그는 언제나 자신이 하던 이야기를 할 뿐이다.

<블리딩 엣지>는 어느 대작가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비범한 대작이다. 물론 핀천의 세계 안에선 평작 정도로 치부되야겠지만, 그의 평작이면 어떠한가? 우리로선 충분히 대작이다.


P.S. 1여담으로 핀천이 묘사하는 Geek과 Nerd들의 일본 애니메, 게임 등에 대한 묘사는 꽤나 상세하다. 이 양반 사실 양덕이 아닐까 란 의심이 들 정도로.
P.S.2 책 자체는 작년에 출시되자마자 읽었는데, 꽤나 오랜 시간 후에야 감상을 쓴다. 귀차니즘.

덧글

  • DonaDona 2014/03/09 14:48 # 답글

    저는 핀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중력의 무지개 나왔을 때 몇몇 형들이 기적이 일어났다, 라고 외치더군요. 그래서 대중적인 작품은 아닌 거 같단 생각을 했는데. 이 작품은 어떤가요? 평범한 대학생이 읽어도 이해가 될 수준인가요?
  • JHALOFF 2014/03/09 21:08 #

    저는 이과 버전 율리시스란 표현이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야하고 어려워요. 핀천을 처음 읽는다면 절대 먼저 읽으면 안 되는 책이라. 49호 품목의 경매 같은걸로 시작하고 읽는게 그나마 편합니다. 평범한 대학생이 읽어도 될 수준이긴 한데, 좀 힘이 많이 듭니다;
  • DonaDona 2014/03/09 22:10 #

    율리시스 나온 시점에서 말 다했군요. 먼 미래에 봐야겠네요. ㅠ
  • JHALOFF 2014/03/10 07:54 #

    애초에 번역본부터가 가격이 너무 안드로메다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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