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그라스 희곡 4편 독서일기-희곡



귄터 그라스는 <양철북> 등의 소설로 유명하지만 사실 시나 희곡, 그림 등 다양한 방면에서 창작을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다만 그의 희곡들은 대부분 젊을적에 창작되었으며 상당수는 그의 대표 소설들이 나오기 이전에 쓰인, 일종의 젊은 시절의 산물들이다. (시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창작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라스의 희곡들은 대개 '부조리극'으로 분류되던데, 이는 전적으로 역시 '부조리극'을 탄생시킨 에셀린의 공로다. 마틴 에셀린은 그의 저서이자 모든 '부조리극' 묶기의 시발점인 <부조리 연극>에서 여러 유럽의 '부조리극' 작가를 소개하는 장에서 그라스의 희곡들을 소개한다. (역시 내가 구한 영역본 또한 에셀린의 서문이 수록되어있다)

물론 '부조리극'이란 용어 자체가 일종의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이 묶기만 하지, 실제로 따져보면 한군데로 묶기 어려운 것들을 묶는 용어이고, 에셀린 또한 단순히 '부조리극'이란 단어가 통용되는 것에 불만을 품지만, 그 점에 관해선 다른 포스팅에서 또 이야기해보기로 하고.

4편의 희곡들은 다음과 같다: <홍수>, <옹켈, 옹켈(엉클, 엉클)>, <버팔로까지 앞으로 10분>, <사악한 요리사들>

<홍수>는 어떤 면에선 노아의 홍수에 대한 패러디이자 현실과 환상을 허무는 짧은 만남을 그리는 희곡이다. 노아란 이름의 가장의 집안이 홍수가 나자, 일가는 점점 위로 올라가고, 그곳에서 그들은 철학적 대화를 하는 한 쌍의 쥐를 만난다. 이 짧은 우연하고도, 서로 엇갈리는 만남은 다시 현실로 내려온 후의 일종의 후회로 끝나는데, 약간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버팔로까지 앞으로 10분>은 결코 닿을 수 없는 장난감 기차와 기괴한 인간들의 헛-대화에 관한 짧은 극이다. 

<옹켈, 옹켈>은 대략 엉클, 엉클로 볼 수 있을테고, 아저씨, 아저씨, 정도로 번역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데, 역시나 기괴하다면 매우 기괴한 극이다. 살인자는 끝없이 살인을 하려고 하지만, 그 대상은 어떠한 공포도 없이, 오히려 일상적으로 (혹은 비일상적으로) 살인범을 대하며 결국 이러한 과정들 끝에 살인범은 최후를 맞이한다. 예를 들어, 살인범에게 십자말풀이를 대신 풀어달라고 하든지.

<사악한 요리사들>은 요리사들의 요리 비법과 그것에 얽힌 음울한 희비극으로 에셀린 본인은 이 희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요리사'라는 일종의 상징, 혹은 앞으로도 그라스의 문학 세계에서 중요하게 쓰일 코드의 등장이라든지. 개인적으론 나쁘진 않지만, <옹켈 옹켈>이 더 마음에 든다.

이러한 그라스의 작품들은 <양철북>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알겠지만, 어떤 면에선 그의 기괴한 소설 세계의 시초가 될만한 구석들이 상당히 보인다.

그럭저럭 나쁘진 않지만, 아무래도 그의 소설들이 더 뛰어나다. 

이 4편 말고도 독립적으로 따로 영역되어 출판된 장막 희곡도 한 편 있는 모양이던데, 구할 수 있으면 추가로 읽어볼 예정이다.
물론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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