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 <차기보단 찌르기> - 젊은 작가의 연작 독서일기-소설


이전의 <에코의 뼈>에서 언급하였듯, 원래 <에코의 뼈>는 그의 연작 단편집 <차기보다 찌르기>의 마지막에 위치할 단편이었다.
<에코의 뼈>가 주인공 벨라쿠아 슈아의 죽음 이후, 혹은 벨라쿠아의 경야를 다룬 단편이라면, <차기보다 찌르기>는 그의 삶과 죽음, 혹은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다룬 10편의 단편들이다.
벨라쿠아 슈아는 어느 정도 젊은 베케트 본인일 것이다. 그는 아일랜드인이며 지식인이다. 또한 베케트 본인의 첫 장편이자 출판을 거절당한 <예쁘거나 중간 정도의 여인들>의 작중 삽입 및 연관성을 볼 때 더더욱 적절하다. (공교롭게도 이 첫 장편 또한 '벨라쿠아'가 주인공이다.)

중후반 이후의 베케트가 간결과 침묵, 그리고 비현실(물론 결국은 현실이지만)을 강조했다면, 젊을적의 베케트는 꽤나 표현이 풍부하며 <에코의 뼈>를 제외하면 일상적인 것들에 관해 다룬다.

베케트는 기본적으로 어찌되었든 희극적인 작가고, 여기서도 그의 꽤나 냉소적인 유머는 잘 드러난다. 가령 첫 단편 <단테와 가재>에서 주인공 벨라쿠아가 식사로 쓰일 가재가 '살아있는 채'로 삶아진다는 것을 듣고는 가재가 고통 없이 편안하게 안식을 맞이했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서술자는 그저 '그렇지 않았다.' 고 짧게 서술하는 것으로 단편을 끝낸다.
이런 블랙 유머는 끝에서 두번째이자 벨라쿠아의 죽음을 다룬 단편에서도 드러나는데, 벨라쿠아의 죽음은 '죽음'임에도 불구하고 실수와 웃음이 섞여들어가 현실적이지 않은 죽음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그의 '죽음'이 완성되는 것은 그의 장례를 다룬 마지막 단편에서야 완성된다. (베케트는 그의 <머피>에서조차 머피를 비슷하게 보내버릴지 않았던가)
<에코의 뼈>와의 관계도 생각해봄직한데, <차기보다 찌르기> 자체에 <에코의 뼈>가 포함될 필요성은 없다. <에코의 뼈>는 결국 작품 성격상 모든 이야기가 끝난 이후의 커튼콜과 같은 단편이고, 무엇보다도 <차기보다 찌르기>의 10편의 단편들과 성격이 이질적이기에. (편집자의 걱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어찌되었뜬 여러모로 젊은 베케트의 체취가 느껴지는 단편집이다. 이러한 그의 세계는 <머피>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우리가 아는 고도나 삼부작, 그리고 말년까지 발전된다.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8085
625
623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