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잡고 잤을텐데?! 3권 감상-라이트노벨



베케트의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구성의 패러디입니다. 서로 만날 수 없는 과거, 현재, 미래를 표현한 작품으로 손만잡과 비슷하죠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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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ALOFF의 마지막 테이프

무대: JHALOFF의 서재. 무대 한가운데 책상이 놓여있고, 책상 위엔 손만잡 시리즈와 녹음기, 테이프들이 어지럽게 놓여져있다.

(막이 오르면 JHALOFF는 등장하여 책상으로 천천히 몸을 옮기고, 앉는다. 그는 수염이 지저분하게 난 70대 노인이며, 오른발과 왼발 모두 의족을 착용하고 있다. 책상에 앉으면 그는 양발의 의족을 벗고, 의족을 한쪽에 놔둔다. 그리고 몸을 비틀며 신음 소리를 낸다.)

JHALOFF: (테이프를 뒤적이며) 내가 - (하품) - 감상을 녹음할 차례. 손만잡을! 1권은 고통이었고, 2권은 나아졌지. 하지만 3권은 어떨까? 난 이 3권이 나에게 생명이 고통받을 수 있는만큼 똑같은 고통을 주기를 원했지. 하지만 전부 지나간 일이야. 헛된 소망이었지. 난 배신당했다.

(JHALOFF, 테이프를 녹음기에 넣고, 재생을 누른다. JHALOFF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JHALOFF의 목소리: ......고통이다.....쓸모 없는 드립들....재미 없는 유우머 감각.....작가는 분명 무엇인가 이야기를 쓰려고 했고, 실제로 쓰고는 있지만, 수많은 드립의 산에 그 이야기를 파묻고 말았다.....손만잡 1권은 엄밀히 말해서 약간의 지뢰성을 띄고 있는 책이다......손만잡 시리즈에 대해서 나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JHALOFF: (웃으며) 과거의 나는 얼마나 고통 받던 바보였던가. 1권은 확실히 좋지 않았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손만잡 전체에 대한 평가도 어리석은 평가였어...

JHALOFF의 목소리: ......하지만 아직은 1권이므로 추후 전개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침묵)

JHALOFF: 그래, 그래, 모든 것이 달라졌지. 하지만 불행하게도 과거의 나는 결코 이 사실을 알지 못할 거야, 낄낄낄 고통받는 멍청한 독자 녀석.

(JHALOFF, 테이프를 멈추고, 또다른 테이프를 집어넣는다)

JHALOFF의 목소리: .....확실히 2권은 훨씬 좋아졌다.....모든 면에서 굉장히 발전.....작가의 놀라움.......더군다나 결말의 추악함까지....

JHALOFF: (테이프를 멈춘다. 우울한듯 중얼거린다) 그래...추악하지...사악한 작가 녀석.....하지만 결국 2권을 읽던 나는 3권을 기대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야. 그 기대는 한편으로는 충족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또다른 뒤통수를 맞게 되겠지. 불쌍한 녀석.

(침묵)

JHALOFF: (새로운 테이프를 녹음기에 넣으며) 이제는 녹음을 시작해야지.. 4권을 읽은 내가 들을 테이프를.

(JHALOFF, 녹음을 시작한다)

나는 방금 전 <손만 잡고 잤을텐데?!> 3권을 다 읽었다. 그리고 이 녹음은 곧 4권을 읽을 너, 아니 나 자신이 듣게 되겠지. 현재의 나는 결코 4권을 알지 못할 거야, 미래의 4권을 읽은 내가 찾아온다면 모를까. 그렇기에 4권을 읽은 너는 3권을 읽고 고통받는 나를 보며 비웃겠지. 하지만 나는 더 나빠질 것이 없다.

만약 네가 1권만 읽고 실망하여 더 읽지 않았다든지, 아니면 아예 읽지 않았다면 3권을 읽을 필요도 없겠지만, 넌 이미 읽었을 거야. 사실 1권만 읽고 실망한 사람이라도 참고 3권까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는 4권을 모르니까, 4권은 모르지.

확실히 이 시리즈는 나날로 작가가 발전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책 자체가 그때그때 대충 설정된 그런 책은 아니야, 적어도 3권까지 작가의 거대한 계획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지. 심지어 재미없는 몇몇 드립들마저 일종의 복선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높이 평가한다. 물론 이 점은 손만잡을 시리즈로 보았을 때 이야기고, 그렇다고 1권 자체는 좀 많이 별로지만.

3권은 굳이 따지면 위기에 해당되는 권이다. 모든 것이 위기다. 그리고 추후에 이 이야기가 비극일지, 희극일지  결정나겠지. 진자로는 이제 모든 것을 알았고, 세계의 의지, 혹은 고난이 그를 몰락시킬지, 아닐지의 여부만이 남았다. 정확히는 '현재의 진자로'겠지만 말이야. 지금의 3권을 읽은 나처럼.

현재까지는 3권의 완성도가 가장 높다. 1,2권이 하나의 책으로서의 개별 완성도가 좀 문제가 있다면, 3권은 책 자체로서도 꽤나 짜임새가 있다. 그리고 덤으로 시리즈의 (현재까지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해야겠지.

(녹음을 멈춘다. 한숨. 녹음기를 멈추고, 다른 테이프를 넣는다. 다시 녹음 시작)

하지만 우리는 걱정해야한다. 물론 걱정반, 기대반이다. 3권 자체는 이전까지의 이야기를 발판으로 삼아서 높이 도약한 권이다. 그리고 성공적이었지. 하지만 도약은 점프만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착지를 해야한다는데에 의의가 있지. 작가는  우리에게 기대감을 높여놨다. 이제 나는 그가 과연 이 이야기를 장대하게 끝마무리를, 독자들에게 납득이 갈만한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을지 약간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건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 그건 4권을 읽은 네가 고통받을 문제니까 낄낄. 난 현재의 3권으로 만족한다고.

물론 3권의 구성 자체에 약간의 불만이 없는건 아니다. 오히려 좀 더 길게 갔으면 좋지 않을까 란 생각도 해봤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페이지 수가 일반적인 라노베보다 두꺼워서 문제가 클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차라리 상-하권 구성으로 가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럴려면 작가를 갈아넣어야겠지.

3권 자체의 분위기는 꽤나 무거워서 가벼운 러브코미디 등을 상상했다면 충격을 먹겠지만, 잘 생각해봐 너의 손만잡은 원래 이랬어. 1권에서부터가 이미 아내 버린 아빠와 아빠와 합체를 요구하는 딸이 나오는 이야기였다고. 1권 자체가 드립의 산에 묻혀서 그렇지 이미 충분히 어두웠다고.
물론 3권 자체의 그 분위기를 싫어할 수도 있겠지. 아니면 약간의 신파극스러움을 싫어할 수도 있겠고. 그렇지만 그걸 감안해도, 3권은 잘 쓰여진 책이라도 생각한다.
하나봄의 정체가 좀 빨리 밝혀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더군. 그리고 하나봄이란 기존의 인물이 꽤나 붕괴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도 없었다. 이 두 부분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좀 더 분량이 길었다면 자연스러워질 거 같지만, 책 자체의 큰 흠인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난 앞으로 4권이 어떻게, 명작이 될지, 모든 것을 망칠지 모르니까, 그 고통은 4권을 읽은 네가 받으라고, 하하 지옥에서 손만잡이나 실컷 읽으라구!

(JHALOFF, 녹음을 멈추고, 테이프를 갈아끼우고, 잠시 쓸쓸한 듯 침묵한다. 그리고나서 의족을 다시 다리에 끼우고, 무대를 퇴장.

무대 위엔 녹음기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JHALOFF의 목소리: 역시....일러는 갓나물......세연이가 죽는다니...이게 무슨 소리요 작가 양반.....하나봄의 미래는.....손만잡이 시궁창이라니...시궁창이라니?!!

덧글

  • 쿠로에 2014/06/13 16:22 # 답글

    3권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엄청 먹먹하더라구요. 와, 이놈의 집구석은 도시테 곤나 꼬라지니 낫탄다요.... 누군가가 별달리 병크를 터뜨린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그 파탄난 성깔머리를 끝까지 끌고 간 것도 아니고, 그냥 존나 세계의 보이지 않는 의지가 진자로를 영원히 고통받게 하고 있다고 설명할수밖에 없는... 흐허허허.

    그거랑은 별개로 그 2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갈등관계를(아 진짜 자로 입장에선 존나 중요한 문제인데 세연이 말 한마디에 꼬리내린 개*끼마냥-) 더 만들어 줬음 하는 바램이 있지만, 그랬음 짤롭님 말씀처럼 전개가 좀 루즈해졌겠죠.

    독자들의 기대치는 제 1우주속도로 대기권을 돌파하며 한계까지 치솟았고, 등장인물들의 멘탈은 지옥 아랫목 밑바닥에 처박힌 상태인데, 이 붕괴되기 직전의 밸런스를 어떻게 평형으로 돌려놓을지 기대되네요. 작가란 인간은 군대 갔다와서 4권 낸다고 드립같지 않은 무쓸모 개드립을 날려대고 있는데.

  • 쿠로에 2014/06/13 16:30 #

    아, 또 집안 꼬라지랑은 별개로 자로네 집안은 딱 두 세대만에 인류사에 획을 그은 무지막지한 괴물들이 모여있네요.
    아버지는 과학자들이 거진 1세기 넘게 연구해도 개념도 못 잡은 타임머신을 불과 5+/-n 년만에 현실로 끌고왔으며 인간을 완벽하게 모방한 안드로이드를 만든 데다가, 역시 인간과 전혀 차이점이 없는 완벽한 AI 구축을 해냈고, 딸내미는 9살주제에 마찰계수와 로봇공학에 대해 심도깊은 이해를 갖춘 인류지성의 결정체고, 무엇보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최초로 자기 자신의 탄생을 원격으로 관찰한 기기묘묘한 경험을 한 시간여행자...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모든 사건의 트리거를 당긴 세연이가 제일 위대하지만.
  • JHALOFF 2014/06/14 15:09 #

    일단은 최종적인 완성도는 좀 더 진행되야 알 수 있겠죠. 다만 권 당 완성도나 현재까지로선 괜찮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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