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비평으로 본 <흐리호우> 1권 독서일기-소설



반시연 작가의 <흐리거나 비 아니면 호우> 1권은 한 동성애자의 정신적 고난과 구원까지를 담은 게이-레즈비언 소설이며, 본 감상은 퀴어 비평적으로 <흐리호우>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여성으로서의 호우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여 호우는 어느 정도 '여성' 역할을  하는 주인공인데, 이는 작품의 처음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암시로 파악 가능하다. 작가는 일부러 '호우'의 이름을 같은 이름의 여자 연애인 이야기를 꺼내면서, 주인공 호우와 혼동되는 여자 호우를 보여준다. 그럼으로서 주인공 호우는 '호우'라는 자신의 지시 명사에 대하여 일종의 회의감을 가지게 된다. 물론 이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또한 작중 '손이 여성처럼 곱다' 등의 호우의 여성성을 암시하는 묘사는 군데군데 삽입되는데, 이로서 우리는 '호우'가 남성-여성으로서의 중첩된 자신의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호우의 두 명의 아버지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호우에게는 권투 선수이자 자신의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각인시켜준 친아버지와 그의 정신을 구해주고, 그의 실패를 경험하게 만든 유사-아버지인 회장, 이렇게 두 명의 아버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이 두번째 유사-아버지인 회장이다.

모종의 이유로 호우는 회장은 죽으면서 회장의 손녀를 찾는 일에 실패하였다. 또한 이것으로 인하여 호우는 스스로 몰락한다. 어디서 많이 보던 광경 아닌가? <오이디푸스왕>과 같은 고전적인 비극의 플롯이다. 1. 호우는 자신의 (유사)아버지를 (임무에 실패하면서) 살해했고, 2. 그 결과 몰락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관점에서 조명을 해야한다. 단순히 호우는 자신의 유사아버지를 죽인 것으로 몰락하였는가? 그렇진 않다. 작중 1년 동안의 호우의 모습은 마치 실연당하고 페인이 되어버린 남정내다. 즉 우리는 약간의 비약을 사용하여, 호우의 유사-아버지는 호우에게 있어서, 정확히는 아직 스스로의 정체성을 잘 모르는 호우에게 있어 아버지이자 첫 사랑과 같은 존재였고, 그를 의도치 않게 (직접 죽이진 않았지만) 그의 부탁을 실패함으로서 자신의 첫사랑에도 실패하게 된다.
반시연 작가는 오이디푸스 왕의 플롯에서 '친부 살해'와 '근친상간'을 합쳐버린다. 즉 호우는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아버지를 살해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를 교묘하게 작가는 호우의 '사랑'처럼 보이는 사야와의 연애 및 실연을 삽입하는데, 훈련된 독자라면, 이는 단순히 스스로의 정체성을 모르기에  이성애를 시도하는 호우의 모습이며, 실제로 그가 페인이 된 것은 '사야와의 실연'이 아니라 '유사-아버지이자 첫사랑과의 실연'임이란 것을 눈치챌 것이다. 
그렇다면 사야와의 관계가 이야기된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호우의 유사 아버지의 죽음과 실연을 분리하여 독자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고, 둘째론 호우에게 구원이 될 고지를 등장시키기 위해서다. (첫번째 경우에 대하여 의문을 품는 독자도 있겠지만, 우리는 반시연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훈련된 독자라면, 반시연이라는 작가는 독자를 조롱하기를 좋아하며 거짓 떡밥을 투척하거나 숨기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예) 너죽어.)

3. 고지X호우
- 작중 호우의 옛 부하 덤프트럭은 호우에게 그가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묻는다. 호우는 존 맥클레인을 동경해서라고 답하며, 덤프트럭은 이를 포르노 배우와 착각한다.
어찌보면 무의미한 대화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이 '포르노 배우'에 주목해야 한다. 아마도 게이 포르노 배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의미인가?

호우는 스스로는 모르지만, (그는 존 맥클레인을 포르노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정체성은 게이라는 암시가 아닐까?

사랑의 실연을 겪고 페인이 되버린 호우. 그는 골방에서 틀어박힌다. 그는 커밍아웃을 의미하는 은어 "come out of the closet "처럼,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옷장 밖으로 나오게 된다. 바로 고지에 의해서.

고지는 노골적으로 게이스러운 인물이기에 오히려 독자에게 혼란을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시연 작가는 대담하게 그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함정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누가 사야를 시켜 호우를 옷장 밖으로 나오게 했는가? 고지다.
누가 호우에게 직접 인정받는 친구인가? 고지다.
누가 유일한 영혼의 동반자로 호우를 인정했는가? 고지다.
누가 비이를 위하여, 그리고 자신과 호우를 위하여 헤브닝을 만들었는가? 고지다,

<흐리호우> 1권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성 정체성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하여 상처받고 옷장 속으로 숨은 호우를 성장시키고, 스스로 옷장 밖으로 나와 커밍아웃하게 만든 고지와 호우의 사랑 이야기의 그 시작점인 것이다.

이를 확실하게 만드는 것은 후반부의 사건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는 <위대한 개츠비>인데 닉과 캐러웨이의 관계를 고지와 호우의 관계로 그대로 대입해보자. 또한 <위대한 개츠비>의 게이 소설스러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확실하다.

4. 그 외

-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책 자체는 꽤나 술술 읽힌다. 꽤나 재밌다.
다만 '추리물'로서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좋지 못할 것이며 굳이 비유하자면 약간 하드보일드스럽긴 한데 좀 더 봐야할 것이다.
책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개인적으론 분량이 차라리 더 길어서 헤브닝 이후의 이야기를 좀 더 보이든지, 아니면 아예 헤브닝을 만드는 부분까지 끊는 것이 한 권의 구성으론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캐들은 별로 중요하진 않다. 대부분의 하드캐리는 호우라서. 일단 2권도 꽤 기대된다. 사스가 BL-!!


*실제 퀴어 비평으로 쓰이진 않았습니다.

덧글

  • Scarlett 2014/06/16 11:52 # 답글

    뜬금 개츠비에서 웃고갑니다 ㅋㅋㅋㅋㅋ 그렇군요 개츠비는 퀴어소설이었어....
  • JHALOFF 2014/06/18 20:04 #

    닉과 캐러웨이의 관계는 진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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