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하시겠습니까> - 아니 감상-라이트노벨



<수락하시겠습니까?>는 한 출판사 레이블을 날려버린 라이트노벨이라며 강력하게 읽기를 권하는 추천에 호기심에 구입하였고, 그 호기심은 만족스럽게 충족되었다.

필자는 종종 드립으로 부조리극 드립을 치곤 했는데, 이번엔 약간 진지하게 이 작가가 사실 노리고, 정말로 한국형 부조리극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닌가, 란 머릿속의 쉴드를 쳐보았다. 하지만 필자의 심장이 '4분의 4박자 포르티시모로 쿵짝거리길 멈추지'않았기에 그런 쪽은 불행히도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논해지는 부조리극와 <수락하시겠습니까?>를 비교해보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비교가 될 것이다.

1. 사라진 시점
- 읽다보면 이 작가가 사실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허무려는 실험적 글쓰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란 착각이 든다. 읽다보면 어느 때엔 1인칭 주인공 시점 같고, 또 어느 때엔 3인칭 시점 같다. 문장들도 더더욱 그런 점을 의심하게 만든다. 설마 기본적인 시점착각을 하겠어? 란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면 어찌저찌 쉴드가 될 수는 있을 것 같긴 한데, 왠지 모르게, 그냥 단순하게 작가는 시점들을 혼동하고, 퇴고를 안 했으며, 그저 최악만은 피하고 싶은 필자의 뇌가 만들어낸 가상의 쉴드가 아닌가, 란 의심도 든다. 

2. 드립으로 이루어진 '대화'
- 이쯤되면 작가가 사람과 대화라는 것을 해본적은 있는지 의심되는데, 문어체도 아니고, 사실상 인터넷 드립들을 주고 받는 괴상한 게임에 불과하다. 이게 무슨 부조리극 인물들이 반복적인 드립 날리는 수준도 아니고, 매 문장마다 드립이나 패러디를 넣지 않으면 집필을 하지 못하는 병에라도 걸린 것인지 없어도 이미 충분히 말이 안 될 대화에다가 드립들을 쑤셔넣으면서 '대화'는 맞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3. 사라진 등장인물들
- 대략 핵심적인 '인물'은 3명인데, 과연 등장'인물'인지조차 의심된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인물들도 등장은 하지만 일회성 소모품에 불과하면서도, 그 회 안에서 과연 있어야할 필요가 있는지 우리에게 의구심을 준다.
물론 핵심 인물들이 적어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엔 큰 문제는 없겠지만, 저 주요 인물 3명조차 어떠한 재미를 주지 못하고, 프로그램된 드립들을 남발하는 녹음기들에 불과하다. 

4. 사라진 이야기
- 우선 <수락하시겠습니까?>를 장편으로 본다면, 여기엔 등장인물들 소개만 있고, 장편으로서의 이야기는 없다. 물론 작가가 포스트모던적 어떠한 문예 실험을 하기 위하여 이렇게 썼을 가능성도 존재는 하지만, 그렇다면 출판사를 잘못 찾았다. 일단 챕터라 할 수 있는 'Quest'들 사이엔 연결도 없고, 그렇다고 한 권을 관통하는 큰 이야기조차 없다.
그냥 3명이 나와서 드립질하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잠깐 얼굴을 비추었다가, 다시 드립질 하고 어떠한 이야기의 끝맺음도 없이 그냥 각 장들이 끝나는 것이 전부다.

단편집으로 본다고 하여도 문제는 여전한데, 각 QUEST 마다의 내용은 대략 1. 조별과제를 위해 게임속 스크린샷을 찍었다. 2. 정모를 갔다. 3. 과 여학생과 대화를 했다. 4. 멋진 녀석이 등장해서 시기한다 등등 믿기 어렵겠지만 저거 외엔 없다.

이걸 어떻게 다시 한 번 무리해서 쉴드를 쳐보려면, 인터넷 연재 소설과 비슷하다고 할 수는 있는데, 문제는 이것은 라이트노벨이고, 더군다나 인터넷 연재에서도 그냥 평범한 글 처음 써보는 중학생이 쓴 글도 아니고, 돈을 주고 판매를 하는 책이란 점에서 이미 아웃이다.

5. 사라진 공감
- 대략 후기 등을 보면 작가의 경우는 '고등학교의 발랄한 러브 코미디를 묘사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편집부의 경우는 '일본식 라노베 고등학생은 한국인에게 공감을 주기 어렵기에 친숙한,' 대학교를 배경으로 한 라이트노벨을 썼다고 하는데, 필자가 비록 12살의 영국 초등학생이라 한국 대학교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수락하시겠습니까?> 속 대학교에 공감을 하는 한국 대학생이 있다면 병원으로 보내라고 답하고 싶다.

A. 애당초 아싸의 생활을 그리는 것도 딱히 아니며, 고작 3명의 주연으로 어떠한 대학교여야할 것에 대한 무언가가 전무하다.
B. 굳이 묘사되는 것들을 어떻게든 생각해보아도, 고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그 차이는 전무하다.
C. 애초에 공감은 커녕 제대로 인지할 수는 있는지 모르겠다. 편집부는 원고를 한 번이라도 안 읽어본 것인가?

6. 결론
- 작가는 후기에서 방망이 깎는 노인을 언급하며 자신의 업적을 미화하는데, 적어도 방망이 깎던 노인은 부탁했던 빨래방망이를 깎았지, 사람 때려죽이는 몽둥이를 깎지는 않았다.
진지하게 이 결과물이 정말 깎고, 깎은 결과물이라면, 다른 천직을 생각해보는가 좋지 않을까, 란 조언을 하고 싶은데, 이미 출판사 하나를 말아먹었으므로 다행히 다른 좋은 쪽으로 자신의 길을 빨리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출판사에겐 딱히 할 말 없다. 그냥 신이 정말로 있는게 아니란 생각이 잠시 든다.
리뷰를 쓰면서 책의 글들을 최대한 많이 인용해볼까, 란 생각도 해보았지만 필자는 도덕적인 사람이기에 하진 않았다.
      물론 <수락하시겠습니까?> 는 분노를 일으키는 책은 아닌데,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종합하자면 출판되어서는 안 될 함량 미달의 무언가를 돈 주고 팔아서 한 출판사를 말아먹었다.

일러만 좋았다.

덧글

  • 네리아리 2014/06/24 11:23 # 답글

    그래도 JHALOFF님께서는 '일러'는 좋게 봐주셨군요. 네링은 일러조차 좋게 안 봤는데 말이지요
  • JHALOFF 2014/06/24 11:49 #

    저야 뭐 그림을 잘 아는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그림이 더 돋보인 것도 한 몫한 것 같지만 신경쓰면 안 되겠죠 허허
  • Scarlett 2014/06/25 12:26 # 답글

    '<수락하시겠습니까?> 속 대학교에 공감을 하는 한국 대학생이 있다면 병원으로 보내라고 답하고 싶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은 애니도 라노베 원작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볼때마다 죄다 저런 기분이예요....
  • JHALOFF 2014/06/27 12:06 #

    뭐 뭐든지 현실과 비교하면 좀 위화감이 느껴지겠지만, 출판사에서 공감에 집착하는거 같더군요
  • fangall 2014/07/06 22:15 # 삭제 답글

    Dc 판갤에서 이글을 본거같아..!
  • JHALOFF 2014/07/07 00:05 #

    동일인이니까.
  • 불곰님 2019/08/24 21:44 # 삭제 답글

    대박기원하는바라니다요
  • 불곰님 2019/08/24 21:47 #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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