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보랏빛 퀄리아> 감상-라이트노벨

<보랏빛 퀄리아>의 제목은 무언가 특이합니다. 제목이 언급되는 것을 몇 번 들었을 때, 설마 '퀄리아'가 제가 아는 그 퀄리아일 것이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그때 주의를 했어야 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감상 등을 보면서, 철학적 좀비가 나온다거나, 작중 설정 등을 들으면서 '퀄리아'가 그 철학 용어 퀄리아란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변태같은 놈이 있냐, 라고 생각했죠.

<보랏빛 퀄리아>의 작가의 말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퀄리아'라는 단어와 만났기에 이 작품이 태어난 것이니". 이미 책을 샀지만, 본능적으로 모종의 경고를 느꼈습니다.그때 좀 더 주의를 했어야 했습니다.



물론 <보랏빛 퀄리아>는 지뢰는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은 소설입니다. 다만 제 안의 퀄리아(웃음)가 그다지 만족하진 못합니다.

대략 여러 물리학과 철학용어를 사용한 (비교적 얄팍하게 사용한) 설정과 약간의 SF와 다수의 백합과 소위 말하는 세카이계스러운 무언가를 좀 섞으면 <보랏빛 퀄리아>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꽤나 술렁술렁 빨리 전개되는 속도감, 비교적 잘 녹아드는 설정들 등이 있겠군요. 취향에 따라선 이 캐릭터들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철학적 좀비가 된 마냥 어떠한 것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웃음)





책 자체를 대략 2 부로 나눌 수 있고, 소위 말해서 분위기나 전개 등이 급변하는데, 장편으로 보면 그다지 연결새가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 더 강하다고 하고 싶군요.

빨리 전개되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후반부 수많은 '가정들'의 나열에선 말 그대로 정신만 사납습니다. 이 부분은 마치 만화 한 컷 한 컷으로 연출해야할 것을 억지로, 어설프게 글로 옮긴 느낌이 강합니다. (동명의 만화도 있긴 하더군요)

이 '한 컷'이라는게 또 중요한 비판점 같은데, 작중 연결되는 세계들은 여러 동등한 평행세계라기보단 부수적인 도구란 성격이 더 강합니다. 어떠한 하나의 통일된 거대한 체계라기보단 위태로워보일정도로 빈약한 기둥들이 간신히 지탱하는 무식하게 큰 본 세계 하나죠.



그렇다고 책이 표현하는 주제 의식등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결국 퀄리아라는 이원론자들의 최후의 저항(웃음)에서 시작되어, 타인과 나, 개인과 세계 등등으로까지 꽤나 확장됩니다. 문제는 이것들이 전부 한 개인을 구출하기 위한 것이지만.



물론 한 개인을 구출하기 위한 동기가 나쁜 것은 전혀 아닌데, 결말은 실망스럽습니다. 결국 작가는 밥상을 차려놓고서, 마지막에 가서야 뒤엎었습니다. 소재들을 얄팍하게, 패션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 꽤나 중요하게, 잘 사용했고, 이런 저런 커다란 주제들을 다 차려놓고, 한 발짝 전진만 하면 되는데, 다시  원상복귀시키고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이런 결말은 (제가 잘 아는 것은 아니고, 대충 인터넷으로 보는) 세카이계적 분위기가 강한데, 차라리 작중 내내 그런 쪽으로 진행되었으면 덜 하겠는데, 할 수도 있었을텐데, 포기하니까 짜증만 납니다.



당연히 SF긴 SF입니다. 다만 순수SF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SF인지는 회의감이 드는군요. SF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도저도 아닌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꽤 있지 않을까 란 걱정이 앞서요.



만화판은 읽어본적이 없지만, 충실하게 옮겼다기에, 차라리 만화판을 읽는게 더 좋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듭니다. 



묘하게 비판적인 것엔 절대 본인이 유물론자라서 퀄리아를 싫어해서가 아님을 강조하며 마치겠습니다.


추가 1)
사실 가장 큰 불만은 의외로 '진중하다' 등의 추천사에 낚였다는 것인데, 그다지 진중하진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좀 많이 (생각보다) 얄팍하기도 하고. 
라이트노벨만 읽은 독자라면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아니라면 그냥 나쁘진 않은 라이트노벨 정도라고 봅니다.


덧글

  • 2014/07/01 23: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02 01: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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