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8페이지> - 견지xNO.1 독서일기-소설





(스포가 들어있습니다)

반시연 작가의 <습도8페이지>입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안 팔리는 소설가 아재 견지는 자살하려는 미친년 노이를 우연히 구해주고, 100일 동안 방에서 홀로 매일 8쪽의 소설을 쓰는 것으로 1억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습니다. 또한 공교롭게도 견지는 여동생빠인지 친구의 여동생을 도와주는 등의 일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한 상태죠. 그렇게 하여 100일 간의 소설 쓰기가 진행됩니다. 다만 여기엔 몇 가지 '규칙들'이 있단 점이죠.

이런 식의 이야기, 한 책이 있고,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을 작중 주인공들이 말하거나 쓰는 이야기는 사실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형식이죠. 데카메론도 그렇고 켄터베리 이야기도 그렇고, 또한 <습도8페이지>의 '목숨'이 걸린 이야기 만들기란 점에선 원조격인 <천일야화>가 있겠군요.

우선은 꽤나 초반부부터 견지는 이 게임이 매우 위험한 게임임을 알게됩니다. 물론 그 이전에 빛도 거의 없는 독방에서 홀로 감금되어서 100일동안 써야한다는 점에선 자신의 정신에 염려를 하지만, 개인적으로 견지는 이미 또라이므로 그다지 필요는 없습니다. 규칙은 때때로 추가될 수도 있다고 하며 그에게 처음으로 추가된 규칙은 바로 '포기나 실패시 무료 손가락 컷팅'입니다. 이때부터 이 게임이 쏘우 같은 게임이 되었음을 견지도 독자도 알게 되죠.

이 시점에서 저는 두 가지 전개를 예상 혹은 기대하였습니다. 첫째는 이 소설이 사실은 공포 소설이므로, 점점 견지를 압박하는 규칙들이 하나둘씩 새로 생김으로서 그와 그가 써야할 소설을 괴롭히는 것이죠. 둘째는 그가 계속 소설을 쓰면서도 이 외부의 게임을 하는 자들과의 대결하는 것입니다. 문젠 이 둘은 어디까지나 '장편'으로서의 기대라는 점이죠.

<천일야화>처럼 이 책 또한 장편을 가장한 단편집에 더 가깝습니다. 개개의 단편들은 모두를 만족시키기엔 사실 모든 책이 그러하듯이 불가능하겠지만 어차피 이 책을 구입한 사람의 상당수는 '반시연'이라는 이름을 보고 샀을 가능성이 높기에 괜찮습니다. 긴 단편도 있고, 말 그대로 짧은 엽편들도 있고 그 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불행히도(?) 견지는 반시연스런 작가라서 저 같은 소년들이 읽기엔 다소 불건전하고 폭력적인 이야기가 주인 작가지만, 사실 이건 모든 작가들이 그렇죠. 그들은 자기가 잘 쓰는 것만을 제일 잘 쓰는 자들입니다. 물론 책이 진행되면서 때론 의뢰자 '노이'의 취향 혹은 소재를 통하여 쓴 이야기들도 나오지만, 어찌되었든 대부분 같은 범주 내에 넣을 수 있는 단편들입니다.

물론 단편집으로서 이야기하자면 개개의 단편들에 대한 평가도 해야하지 않을까 란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사서 읽어라-

이제 장편으로서 <습도 8페이지>를 보죠. 위에도 말했듯이 장편으로선 아무래도 만족스럽진 않아요. 어찌보면 이 단편들을 하나로 분류하기 위한 배경설명에 더 가깝군요. 실패 시 손가락 커팅이라는 살벌한 규칙도 추가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독자들은 이 견지의 손가락의 운명에 대해 별 기대를 하지 않게 됩니다. 그냥 읽다보면 불행히도(?) 이 친구의 손가락들은 무사하겠구나, 란 생각 밖에 들지 않아요. 
물론 '장편'으로서 아예 기능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들을 쓰기 위한 견지의 정신세계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와 노이로 추정되는 NO.1과의 채팅을 보여주기도 하죠. 하지만 그것들만으론 좀 심심한 감을 없애긴 힘듭니다.

물론 이것들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를지도 모르겠어요. 만약에 제가 원하는 것처럼 단편집으로서도 기능하면서 동시에 장편으로서의 큰 이야기가 진행되고, 또한 지극히 내 취향이지만 이 단편들과 장편이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이 책 또한 아예 안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거대한 퍼즐이 되는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책 분량이 최소 2배로 늘어나겠죠. 
인터파크가 반작가를 좀 더 통조림시켜서 2-3배 분량을 뽑아내었으면 좋았을텐데.... (농담)

어찌되었든 견지는 모든 단편집을 끝냈고, 일종의 에필로그로서 장편으로서의 기능도 어찌되었든 끝나고 맙니다. 
문제는 대략 해결되고, 이겼다, 습도 8페이지 끝! 자세한 것은 어차피 이 책이 중요한 것은 단편들이니 책을 보세용.

추신:

이 책에서 중요 인물 3명은 소설가 견지, 미친년 노이, 그리고 채팅으로서의 견지의 소설을 읽고 그와 교류하는 노이로 추정되는 NO.1이지만 책의 끝에서 결국 노이와 NO.1은 다른 인물로 판별이 되죠.

전 중요한 사실을 알아내었습니다.
우선은 이 책 자체는 결과적으론 견지XNO.1으로 끝납니다.
두번째론 반작가는 작중 NO.1의 성별을 말하지 않습니다. NO.1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므로 결국 그 해석은 우리 독자들의 손에 있죠.

NO.1은 남자이며 결국 남자 1명, 여자 1명이 끝일 것 같은 이 소설은 사실 BL인 것입니다.

저는 NO.1이 남자임을 알려주는 소설 속 복선들을 무수히 많이 찾아내었고 분석하였으나 디시의 게시판이 너무 작으므로 옮기진 않겠습니다.

반시연 작가의 능력이 참으로 두렵지 않습니까? 아아 그를 대적할 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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