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전집 1 -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 독서일기-산문




사드라는 인물 자체야 굉장한 유명세를 지닌 인물이며, 보부아르가 말하듯, 신적으로 숭배되거나, 악으로서 탄압받는 양극단의 존재임으로 우리가 '사드'라는 인간 자체를 알기는 사뭇 어려울 지도 모른다.

<소돔 120일>과 같은 악명 높은 책들은 대개 그 과도한 성적-잔혹성에 독자들이 초점을 맞추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어째서 이러한 극단이 나올 수 있었는가? 이러한 극단적인 무언가를 왜 그는 굳이 글로서 썼는가 등의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는 그러한 의문을 탐구하기 위한 시발점, 그리고 '사드 전집'의 첫 시작의 한걸음이라는 점에서 수록된 글들이 좋은 길잡이가 될 듯 하다.

물론 사드를 단순히 이상성욕자 등으로 볼 수도 있고, 실제로 그에게 이러한 면모가 없었음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독자들, 설령 그에게 호기심을 느끼든, 혐오하든, 탐구하고 싶어하는 자들은 '이상성욕자였다,'란 단순한 결론을 내리기엔 심심하단 느낌을 지울 수없을 것이다. (설령 '이 자는 개소리를 하는 것이 분명해,'라고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 개소리가 어떠한 과정에서, 어떠한 맥락으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기엔 충분하지 않은가)

1권에서 주목하는 사드의 초점은 그의 ''무신론'이다. (물론 추후 권들이 무신론을 안 다루는 것은 아니겠지만) 물론 무신론자나 반종교주의자들은 언제나 있었고, 특히 프랑스 혁명시기엔 지식인들 중 그러한 자들도 유명하며 이들이 혁명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드의 특이점은 그는 이러한 부류와도 그 격을 달리한다는 점에 있다.
대개 범신론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에 대해 논할 때 창조자와 그의 창조물인 자연을 분리한다. 설령 무신론자들이 이러한 창조자의 존재를 부정할지라도 대개 '어머니 자연'을 예찬하고, 우리의 기반으로 삼기 마련이다.
사드의 무신론은 비록 페터 바이스의 창작물이지만, <마라/사드>의 한 대사가 잘 보여준다:

"모든 죽음, 가장 잔혹한 죽음마저 자연의 완전한 무관심 속에 잠겨버려. 자연 자신은 그저 냉정하게 지켜볼거야 우리가 설령 모든 인간을 파괴한다고 하여도. 나는 자연을 증오해."


물론 1권의 글들은 비교적 초기글들이라 '자연'까지 미친 맹렬한 증오는 옅지만, 이러한 모든 것에 대한 증오는 점점 발전될 것이며 추후 권들에서 눈여겨볼 수 있을 것이다.

1권의 글들에 대한 세세한 감상을 별 할 필요성을 느끼진 않는다. 관심 가질 사람이라면 읽어볼테니.
여러 위대하거나 유명한 인간들이 때론 그러하듯, 사드 또한 이러한 인간이 있었다는 것을 믿기 힘든 부류인데,
보통 옛날 사람들이 "무신론자 같은 놈!"이라고 욕하는건 대략 신도 도덕도 모르는 극악무도한 새끼란 뜻이지만, 이런건 일종의 과거의 편견일거다. (오늘날 무신론자라고 도덕도 모르는 놈, 이런 식으로 운운하면 욕먹기 딱 좋으니)

오히려 그러한 옛 편견과는 달리 반종교나 무신론을 자처하는 지식인들은 보통 신 없어도 가능한 인간의 선함이나 어머니 자연을 끝까지 찬양하는데 사드는 그 전형적인 '무신론자 같은 놈!"이니, 마치 2D 캐릭터가 현실로 나온거 같은 그런 기묘함이다.

'신은 인간에게, 태어나면서부터 맹인인 자에게 색(色)이 의미하는 딱 그만큼의 존재다.' - 신에 대한 사색, 사드. 사드 전집 1권.


덧글

  • 네리아리 2015/01/10 22:04 # 답글

    기묘하네요.
  • JHALOFF 2015/01/10 23:34 #

    여러모로 오늘날 기준으로도 과격하며 선구자적인 면모가 있죠. 특히나 인간가구라든가 스캇과 SM과 하드고어라든가 ^오^
  • Scarlett 2015/01/12 11:53 # 답글

    무조건적인 자연예찬에 거부감을 느끼는 저로썬 왠지 동질감이 느껴지네요....꽤나 냉소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 JHALOFF 2015/01/13 15:52 #

    냉소적이지 않으면 그런 내용을 쓰기도 힘들었겠죠 삶 자체도 꽤나 다난다사했으니 더더욱 그렇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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