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오브라이언, <제3의 경찰관> - 자전거의 원자론 독서일기-소설



<제3의 경찰관> (혹은 '3번째 경찰관')은  플랜 오브라이언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1940년도에 쓰여졌지만, 그의 사후에 출판된 소설이다. <헤엄치는-두마리-새>에서 오브라이언은 메타소설의 극한을 보여줬는데, <제3의 경찰관> 또한 다른 방면으로 독특한 이야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런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 자체는 일종의 범죄 소설처럼 보여진다. 익명의 화자는 친구와 함께 노인을 죽였고, 그의 돈이 든 상자를 훔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친구는 상자와 함께 '증발'하였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그는 상자를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숨긴 채, 노인의 행방불명에 관한 소문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돈을 숨기고 있자고 제안하며 화자 또한 이에 따른다. 물론 화자는 상자의 장소를 모르며, 친구의 배반을 걱정하며 끝없이 서로 떨어지지 않는 다소 우스운 모습을 보여준다. (가령 침대에서까지 같이 자면서, 게이적인 뉘앙스까지 풍긴다든지) 
마침내 시간은 흘렀고, 친구는 우정의 증거로 상자를 숨긴 장소를 알려주고, 주인공이 직접 찾으러 가게 한다. 그 장소는 그들이 살해한 노인의 집이었으며, 주인공은 거기서 상자가 사라졌음을 발견하고, 또한 자신들이 살해하고, 매장하였던 노인의 '모습'을 만나며 일련의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시작된다.

시작은 다소 범죄소설처럼 보이지만, 블랙코미디이자, 오히려 철학소설이라고 불릴만한 부류다. 포스트모던의 가짜 주석들을 연상케하는 주석들과, '드 셀비'라는 가상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의 사상과 저술들을 탐닉하고, 쉴새없이 '인용'하는 주인공, 그리고 이런 주인공이 만나는 '자전거'에 집착하는 경찰,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인간은 대부분 죄를 범하는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묻기에 끝없이 '아니오'만을 외치는 노인 등등 오브라이언은 말 그대로 진지하게 맛이 가버린 논리를 쉴새없이 보여줌으로서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자전거-원자론이라든가 등등. 물론 이러한 인물들의 철학적인 장광설이나 가상의 인물 드 셀비의 사상 및 인용들은 곧 소설의 내용과도 연관된다. (이는 스위프트 등을 연상케 한다)
마지막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세번째 경찰관으로 인하여 소설은 한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게 되는데, 꽤나 독자들에게 충격을 줄만한 진실이다. 오브라이언은 이 이야기를 일종의 지옥에 비유하는데, 그처럼 지옥을 목적없이 떠도는 죄 지은 영혼들에 관한 이야기가 <제3의 경찰관>일지도 모른다. (사실 소설 속 여러 드 셀비의 사상이나 인물들에 대해 더 코멘하고 싶지만 대부분 소설의 핵심적인 스포와 직관되기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혹은 <헤엄치는-두마리-새>의 메타처럼, 방황하는 이야기 속 인물일지도-
범죄와 블랙코미디와 자전거와 자전거-원자론과 메타와 미치광이 가상의 철학-과학자가 섞인 이 멋진 포스트모던한 소설의 번역본이 없음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애초에 국내에 오브라이언의 저서 자체가 소개되지 않은거 같다)

*여담으로 '자전거'에 대한 집착은 같은 아일랜드 출신이자 동시기 작가 베케트의 <몰로이> 등을 연상케하는데, '아일랜드'와 '자전거'의 관계에 대해 심사숙고해볼만한 주제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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