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토니오 타부키 선집은 꾸준히 잘 나오고 있어서 매우 좋다.
그를 알게 되었고, 읽게 된 동기도 그가 '페소아 권위자'였다는 점인데, 그런 점에서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은 타부키로서나 페소아로서, 두 부분을 모두 충족시켜준다.
타부키는 간결하며 짧다. 이 픽션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담담하게 '페르난두 페소아'가 죽을 때까지의 마지막 사흘을 그린다.
엄밀히 따지면, 이것은 '전기적'인 픽션이 아니다. 실제 페소아가 어떻게 죽었는지와는 사실 몰라도 별 상관은 없을 것이다.
물론 페소아를 모르는 자가 이 책을 읽고 즐길 순 없다. 애초에 이건 페소아 애독자들을 위한 페소아에 관한 애가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결국 페소아란 점을 페소아를 잘 모르는 독자라면 전율하게 하지 않을까? 심지어 지나가듯 등장하는 경찰관마저 페소아의 또다른 이명 중 하나다.
페소아가 여러 인간으로서 썼던 글들이 패러디되고, 그와 자신들의 죽음을 맞이하기 위하여 그의 이명들이 모여들며, 그들의 주인이 숨을 거둘 때까지 그들은 서로 일종의 대화편스런 대화를 나눈다. 물론 이것이 전부고, 그 끝은 모든 페소아들의 종말이다.
여러 위대한 작가들이 그러하듯, 페르난두 페소아라는 인간 또한 거대한 불가사의였고, 이 책은 그 수수께끼를 까부수기 위한 작업 중 하나일 것이다.
- 특별 부록으로 <담배 가게>의 번역본이 수록되있다. 아마도 페소아 시선집이 워크룸에서 나오기 전까진 현재로선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페소아 '시집'이기도 하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페르난두 페소아
한 신이 태어났다. 다른 신들은 죽었다. 진실은
오지도 가지고 않는다. 틀린 것은 바뀐다.
영원은 이제 다르다.
일어난 것은 언제나 더 낫다.
눈먼 학문은 쓸모없는 땅을 쟁기질한다.
바보 같은 믿음은 꿈의 의식 속에 살아간다.
새로운 신은 그저 단어일뿐.
찾지도 말고, 묻지도 말라. 모든 것은 감춰져있으니.
덧글
'위대한 작가들 대부분이 거대한 불가사의'라니 역시 쟐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