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조 오타로의 세계 독서일기-소설

어쩌다가 국내에 출판된 마이조 오타로의 모든 출간작을 읽게 되었다, 한 번에. 마이조 오타로 자체는 이전에도 들어본 적은 있었는데, 아마도 내 안의 귀차니즘 때문이겠지만, 굳이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 드는 작가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쓰쿠모주쿠>가 출간되었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고, 신들린 듯이 모조리 질러서 결국 모두 읽게 되버렸다. 물론 나는 전집성애자이므로 한 작가의 (출간된) 책을 모두 읽는 것이 흔하지 않은 일은 아니므로 딱히 마이조 오타로가 특별하다는 것은 아닐 거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마이조 오타로에 대한 확답을 우선 내리자면, 취향을 타지만, 나쁘진 않은 작가, 정도로 내리겠다. 물론 모든 작가는 본질적으로 취향을 타니까, 딱히 오타로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겠지만, 마이조 오타로의 정신 세계 자체가 

다양한 작가들에게 익숙하지 못한 독자들에겐 사뭇 '변태적'이라고 느껴질만한 소지가 다분하므로, 매니악, 혹은 컬트의 영역에 발을 디딘 작가 정도라고 표현하면 문제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마이조 오타로가 변태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고.

내 기준으론 중-상 변태 정도로 올려두고 싶다.

우선 마이조 오타로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볼까, 오타로는 꽤나 조잘거린다, 마치 남성 작가가 쓰는 사춘기 여고생처럼, 보다 정확하게는 스트레오타입적인 사춘기 일본 여고생처럼 쉴 새 없이 조잘거리며 모든 것을 가볍게 다룬다. 이 가볍게 되어버리는 주체엔 밑도 끝도 없는 폭력과 섹스, 그리고 기이함이다.

책을 펼쳐서 읽다보면, 독자는 기이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리고 그걸 꾹 참고 읽다보면, 그가 그리는 세계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오히려 만화에 가까우며, 그것도 기괴한 초현실주의적인 만화에 가깝다고 인식할 것이며, 이내 거기에 적응되어버려서, 아아, 그래 이렇게 주인공이 행동할 수도 있겠지, 하며 그 세계에 적응해버린다.

물론 이런 점은 마이조 오타로가 꽤나 뛰어난 작가라는 증명일 것이다. 모든 위대한 작가들은 '비현실적'인 세계를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능력을 가진다. (리얼리즘 문제는 넘어가자)




<연기, 흙 혹은 먹이> 은 마이조 오타로의 데뷔작이라는데, 이러한 작가가 대부분 그러하듯, 데뷔작엔 일단 출판을 해야 하므로 자신의 색채를 감춘 채 '평범한' 추리 소설을 쓴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색채가 안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소 기묘한 화자 등 다르게 표현하자면, 싹수가 보인다고 해야 할까?

기묘한 가족, 혹은 죄악이 뿌리 내린 가족 이야기는 흔한 까라마조프 오마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채 자체는 기묘함을 유지하고는 있다. 만약 이 책만 읽은 독자가 있다면, 다른 마이조의 책을 선택하기 전에 잠시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곧 다음 책들에선 그의 고삐가 풀릴 예정이니까.


<모두 씩씩해>는 단편집이고, <아수라 걸 in Love>은 일단은 미시마 유키오 상을 수상받은 장편이란다. 아수라걸은 절판이라 난 중고로 샀다.

<연기, 흙 혹은 먹이>가 정석적인 소설이었다면, <아수라 걸>은 드디어 이 작가가 가면을 벗고, 자신의 바바리 코트까지 아낌없이 벗어던져버리는 괴작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버렸다.

'아수라장'의 유래가 아수라와 연관이 있듯,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연기> 에선 그나마 현실에 한 쪽 발을 내딛고 있었다면, <아수라 걸>에선 아예 현실에서 벗어나버리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다. 이런 테이스트는 만일 내가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추천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냥 읽지 마라, 고 하겠지만, 소위 말하는 약 빤 느낌을 살짝 느끼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모두 씩씩해>는 역시 비슷한 류의 여러 단편들이 모인 단편집이라 덧붙일 말은 없다. 어떤 면에선 연속적으로 읽어 내 자신이 심심함을 느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나쁘진 않다.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은 두 편의 중편이 수록되있는데,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은 심심한 작품이고, 추천할 만한 것은 <드릴홀 인 마이 브레인>이다.

머리의 구멍과 드릴, 그리고 구멍 속의 세계, 드릴-섹스 등등 '이 미친 새끼....'가 저절로 나올만한, 말 그대로 작가가 모든 것을 그대로, 날 것으로 드러낸 멋진 중편이다.

머리 구멍 섹스 말곤 내가 딱히 덧붙일 말이 없으므로, 그냥 읽으라.


<쓰쿠모주쿠>는 현재까지 국내에 번역된 마이조의 책 중 가장 재밌게 읽었지만, 사뭇 추천하긴 힘들며, 내 안에서조차 <드릴홀 인 마이 브레인>과 <쓰쿠모주쿠>  중 무엇을 우위에 올릴지 고민이 되는 대-장편이다.


우선 이 책은 이미 있는 추리(?)-시리즈물과 작가에 대한 오마쥬이자 그 세계와 작가를 메타적으로 다루었기에, 원본이 되는 JDC 시리즈를 모른다면, 100프로 즐기기 힘들 것이다. 본인 또한 이 시리즈를 모르므로, 100프로 즐겼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또한 어디까지가 마이조의 것이고, 어디까지가 세이료인 류스이란 작가의 것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하기에, 마이조 자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엔 다소 위험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책 자체는 아주 멋지다. 탐정 쓰쿠모주쿠와 그에 관한 소설을 끝없이 연재하는 '세이료인 류스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성경과 연관지어 '장난'을 치고, 때론 존경을 표시하고, 때론 조롱하며, 때론 자기-비판이나 메타적으로 비판까지 하면서도 동시에 맛이 간 테이스트를 유지하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작가와 캐릭터 사이의 거대한 투쟁을 그리면서도 그 힘을 유지하는 마이조 오타로의 힘에 꽤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겠다.

사실 이러한 메타-책은 감상을 구질구질하게 쓰기 힘드니까 그냥 멋진 소설이므로, JDC인지 무엇인지 몰라도 걍 참고 읽어봐라, 고 하고 싶다. 나도 모르지만, 재밌게 읽었으니까.


절대 더 길게 쓰기 귀찮은 귀차니즘 때문이 아니다.


그럼 20000.


p.s. 멋진 메타-소설이긴 하지만, 역시나 내 안에선 최고이자 가장 정교하고 완벽한 메타-소설은 플랜 오브라이언의 <헤엄치는-두 마리-새>다. 대류.....오브라이언이 체고시다....


물론 마이조 오타로도 꽤나 '멋진' 작가이긴 하다.


p.s.2.

내 안의 편견인지 모르겠으나 간혹 일본작가(혹은 한국 작가)가 쓰는 장르물은 패션에 가깝게 느껴지는데, 마이조의 것들은 장르의 패션을 쓴 마이조-물에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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