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크라우스, <인류 최후의 날들> - 어리석음을 향한 조롱과 폭로 독서일기-희곡



칼 크라우스는 개인적으론 꽤나 기이한 인연(?)이 있는 작가인데, 분명 그가 이곳저곳에서 많이, 그것도 당대의 최고의 저술가이자 풍자가로 인용되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읽겠다고 마음 먹어도, 정작 영역본은 언급되는 명성에 비해선 은근히 없는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조나선 프랜즌이 크라우스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소개하기도 하고 그랬지만, 아무튼 뭔가 말로만 들으면 20세기 오스트리아 제국 빈의 대가인데, 뭔가 명성만큼 소개는 덜 된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무튼 드디어 비교적 최근에 그의 대표희곡인 <인류 최후의 날들>이 영역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두 판본이 동시에 나왔지만, 우선 본인은 예일 대학에서 나오는 시리즈 판본으로 읽었다.

<인류 최후의 날들>은 희곡이지만, 영역본만 600여쪽에 육박하는 미칠듯한 분량을 자랑하는데, 책 뒷면에 프랜즌의 평이 이 희곡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니 그대로 인용하겠다:
"<인류 최후의 날들>은 이제까지 쓰인 것 중 가장 기이한 걸작이다."

말 그대로다. 기이하다. 그러고 분명 걸작이다.

서문에서부터 크라우스는 이 희곡이 지구인들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사실 이 희곡을 연극으로 펼치기 위해선 반드시 화성 기준으로 10일간 무대에 올려야하며, 또한 그 관객은 화성인들이 되어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무슨 미친 소리인가? 왜긴 이 희곡을 볼 '지구인'은 더 이상 없으니까.

칼 크라우스가 오스트라 제국 시절의 언론인이었고, '인류 최후의 날들'이 암시하듯, 이 희곡은 명목상은 1차 대전에 관한 희곡이다. 이 기이한 희곡은 분명 굉장히 사실적으로 시작한다. 황태자가 암살당하고, 사람들은 전쟁을 외치고, 광기가 몰아닥치고, 점점 사람들은 파멸을 향해 행진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은 표현주의식으로 변하며,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펼쳐지고, 종말로 끝이 난다. 이 기이함을 딱히 묘사할 방법은 모르겠다, 그냥 읽다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변한다. 물론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애당초 전쟁의 광기로 자연히 흘러갔는지도 모른다.

물론 '1차'대전이 암시하듯, 이 광기는 끝나지 않는다. 크라우스 본인조차 딱히 '1차 대전''이 끝이다! 란 생각을 가진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면에선 '1차 대전'이란 배경은 그에게 전쟁과 인류의 어리석음을 묘사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계속될 것이고 고통과 광기는 계속되며, 종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것이 그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인류 최후의 날들>은 아마도 신일 하늘의 목소리의 "이건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닌데.'란 문장으로 끝난다. 그러나 마치 이러한 것마저 신을 향한 조롱으로 느껴진다. 크라우스는 모든 것을 조롱하고, 거기엔 자신도 포함되고, 이 모든 것을 너무나도 웃기면서도, 냉혹하게 조롱하여 오히려 거기에 모종의 잔혹함까지 느껴질 정도다.

적어도 반전운동에 관한 무언가를 담고자 했다면 분명 그는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조금이나마 바꾸게 하는데 성공했으리라.

물론 그런 거 없고, 크라우스도 그랬지만, 종말까지 모든 것은 천천히 계속될 것이고 그것은 아주 고통스러울 것이다.

술이나 마시련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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