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다수 포함되어있습니다.
<전생검신>은 조아라 등에서 유료연재 중인 웹소설입니다.
사실 무협은 거의 모릅니다. 애당초 읽어본 것도 없고, 더군다나 정통무협물은 정말로 아는 게 없어요. 고작해야 대중적으로도 흥한 무협영화 한두편 본 정도? 그리고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무협물에 대한 이미지 정도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일단은 무협물이기도 한 <전생검신>을 읽게 된 것은 꽤나 특이한 일이겠죠.
물론 그 만큼 <전생검신>이 꽤나 특이한 노선을 취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어차피 이 소설을 읽어볼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또 저처럼 이와 같은 요소에 흥미를 느껴서 읽어보기 시작한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전생검신은 무려 크툴루 신화를 뒤섞은 무협물입니다. 그것도 단순히 흥미 요소가 아니라,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요소입니다.
개인적으론 크툴루 신화 자체에 대한 저의 감정은 여러모로 혼란스러워서 잘 정리하기 힘든 것 같아요. 사실 러브크래프트는 정말로 글을 못 쓰는 작가고, 전집성애라는 강박증 덕분에 어떻게든 러브크래프트의 글들은 다 읽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들처럼 단숨에 읽은 경우는 단편들 중에서도 거의 없어요. 기껏해야 소재 자체의 아쉬움을 느끼는 미지의 카다스나 실버키 정도?
물론 그런걸 감안해도, 생각 외로 크툴루 관련 작가들은 많이 읽은 것 같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싸이클에 속한 작가들이나, 브라이언 럼리 등과 같은 후기-크툴루 계열도 전부는 아니지만, 유명한 거 몇 편 정도는 읽어봤으니까요.
크툴루 신화의 근간은 러브크래프트에 있고, 체계화를 어거스트 덜레스가 했다고 하지만, 사실 시간을 뛰어넘은 작가들의 협업으로서 우리들에게 전해진 것이므로, 사실 이러이러한 것만이 크툴루 신화다! 라고 하긴 좀 어려울 듯 싶습니다.
크툴루의 핵심 요소라고 하면, 역시나 형언할 수 없는 인외의 존재들 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을 그려내는 우주적 공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러브크래프트의 상당한 작품 속에서도 꼭 그렇지만은 않죠. 아예 옛 것들과 맞서싸우는 이야기들도 후대에 많이 쓰여졌으니까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툴루의 뿌리가 한 수많은 공포증과 컴플렉스를 가진 기괴한 인간의 공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겁니다.
결국 크툴루 신화의 본질은 그 공포죠.
그런 의미에서 <전생검신>은 꽤나 정통적인 크툴루 신화의 방식을 '적절'하게 쓰고 있다고 봅니다.
<전생검신>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별볼일 없는 인생을 살던 삼류 무협인 백웅이 어느 날 천암비서란 괴서를 발견하고 죽어버렸는데, 어릴 적으로 ''회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상 이 과정을 현재까진 계속 반복하죠.
이 과정에서 전의 삶에서 얻었던 무공들을 그대로 가져오게 되면서, 회귀물답게 계속 성장하며 위험을 파혜치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다만 그 위험이 인신공양으로 힘을 얻으려는 광신도들이나 우주의 존재들이란 것이 문제라면 문제죠.
이 글에서 눈여겨볼 점은 ''회귀''를 아주 적절하게 잘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자유도가 무한하게 높은 RPG에서 매번 리셋하고 새 게임을 할 때마다, 이런 저런 짓, 가령 NPC들에게 계속 말을 걸어본다든가, 저번엔 안 가본 곳을 가본다든가 등등, 마치 게임에서 이스트에그를 발견하듯 그렇게 독자들에게 끝없이 떡밥과 그 회수를 비교적 적절하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패턴들이 다소 느슨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죠.
또한 '크툴루 신화'란 이질적인 요소를 무협에 현재로선 성공적으로 녹이고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자고요, 크툴루 신화는 지극히 서양적인 어느 무신론자 양키의 신화입니다. 무협은 어찌되었든 서양적인 것은 아닌데도, 아주 큰 무리 없이 이야기 자체가 진행되죠. 물론 이질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케일이 너무나도 커지면서, 간혹 바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질적인 요소들도 등장하고, 위화감을 주긴 하죠.
무엇보다도 크툴루 신화에서 흔히 반복되는 우주적 존재 앞의 먼지 같은 인간의 공포를 꽤나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간들이 무공 짱짱맨을 외쳐도, 결국은 주인 앞에서 재롱부리는 강아지란 점을 최근 전개에서도 잘 드러내고, 무엇보다도 계속 반복을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진실을 향한 무수히 많은 떡밥이 남아있는 주인공의 삶 자체가 이미 독자에겐 공포죠.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대체 얼마나 더 많이 진행되어야 하는가? 그건 작가만이 알겠죠.
걱정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꽤나 위태로울 지도 모른단 생각을 해요.
이 글은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수단을 비교적 잘 쓰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늘어질 때 적절하게 끊기도 하고, 때론 개그스런 전개를 한 후, 죽음으로서 없었던 일로 만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퇴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죠.
그러나 역시 반복의 수가 많아지다보면, 늘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아직까지도 이 이야기가 벌려놓은 판이 너무나도 크다는게 문제죠.
과연 주인공의 회귀는 몇 번이나 남았을까,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 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디로 향할지도 조금 걱정되요.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는 구조적으로 이미 '해피엔딩'은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회귀의 반복이었다면 모를까, 이미 주인공에 대한 떡밥들도 강력하죠.
이미 여러 암시를 통해서, 주인공이 아자토스와 무언가 연관이 있을 것이란 점은 사실상 확정적이죠.
아자토스가 무엇입니까, 사실 원전에서조차 그저 알 수 없는 무언가 정도로만 묘사되죠. 우주의 중심에서 들끓는 혼돈이고, 주변에선 크툴루 신화에서도 존-나 쎈 외우주의 신들이 떼거지로 시중드는 무언가이고, 모든 옛 존재들이 그렇지만, 어떤 존재든 가까이만 가도 좆됨ㅋ 라는 존재입니다.
크툴루 신화에서도 나오기 힘든 존재인데, 아무리봐도 언젠가는 무언가가 나올 거 같긴 합니다. 이미 떡밥 자체도 너무 많이 뿌려져서 이야기의 결말을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결말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겠죠.
아무튼 이런 설정상의 존재가 나오는데, 해피엔딩이 가능할까요?
분명 무언가 뒤통수를 칠만한 여러 장치들도 존재할 테고, 분명 그래야 할 텐데 과연 대다수의 독자들이 어떤 것을 원할지, 또 그 반발에 작가가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과 기대가 모두 됩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잡생각은 마칩니다.
이야기 자체는 현재까진 재밌게 읽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계속된다면 그때는 잘 모르겠지만 그걸 해결하는게 작가의 역량이겠죠.
무엇보다도 작가의 커플링이 일품입니다.
백웅X망량 응원합니다.
백웅이 아자토스고, 먕랑이 나이알라토텝이면 부자근친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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