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하늘에 묻히다> - CALL ME ISHMAEL 독서일기-소설


'이슈마엘이라 불러달라. (Call me Ishmael)'. 이 문장은 아마도 문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일 겁니다. 
19세기 미국의 한 고래성애자는 독자들이 써달라는 해양 모험 소설은 안 쓰고, 고래 잡는 소설이란 낚시 아래에 자신을 짓누르는 거대한 힘을 향한 인간의 신성모독적인 투쟁을 다룬 형이상학적 고래사전을 썼다가 인생을 조졌습니다. 이 소설을 직접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각인 될 '콜 미 이슈마엘'을 남기고 말이죠. 그리고 이 책은 <모비딕, 혹은 고래> 입니다.

류호성 작가의 중편 <하늘에 묻히다>도 <모비딕>과 마찬가지로 '이슈마엘이라고 부르시오. 예전 이름은 잊었으니까.'란 첫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엔 고래잡이가 있고, 모비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중편은 <모비딕>의 패러디, 혹은 오마쥬일까요?  

저에겐 안타깝지만, 후기에서부터 이미 작가 스스로 <모비딕>을 읽진 않았다고 하니, 오마쥬라고 볼 순 없겠죠. 물론 그와 동시에 어떤 부분에선 오마쥬와 패러디이기도 합니다. 고전들이 그러하듯, <모비딕>이 대강 어떤 이야기이고, 어떤 인물들이 나오는진 알 수 있으니까요. 

<하늘에 묻히다>는 가상의 세계를 다루는 하드보일드입니다. 스팀펑크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고래가 있고, 그 고래의 피가 새로운 연료가 되는 세상이죠. 주인공이자 탐정 이슈마엘은 이러한 선원의 실종에 대한 의뢰를 받고 그에 대한 추척을 실시합니다.

우선적으로 손만잡 시리즈와 같이 사이코드라마 라이트노벨로만 류호성 작가를 접한 사람들에겐 다소 신선할 겁니다.
꽤나 괜찮게 이 중편은 '하드보일드'적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건 아닙니다. 인물들의 말투가 좀 덜 더럽다든지, 하드보일드 탐정들이라면 흔히 당하는 처맞거나 위협 자체도 생각 외로 덜한다든지, 이런저런 아쉬움은 조금 있어요. 만약 챈들러와 비교하면 무언가 좀더 주인공 자체의 썩음과 시듬이 부족합니다. 분명 꽤나 나이가 있을 주인공일 텐데, 그 인생의 쓴 맛이 잘 안 느껴진다고 해야할까요? 발기부전에 걸리지 않은 중년 말로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나요? 마치 그런 겁니다.

읽다보면, 아, 이 작가가 멜빌을 좀 팠다면, 정말로 서로 퍼즐처럼 확장되고, 엮을만한 요소들이 넘치는데, 그런 점이 아쉽더라고요,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긴 합니다. 어찌되었든 '모비딕'적 요소들이 쓰였으니, 멜빌적인 요소들도 더 쓰여서 퍼즐처럼 확장되면 재밌잖아요? 빌리 버드라든지, 피에르라든지, 바틀비라든지, 이런건 개인적인 아쉬움입니다만...

이야기 자체는 괜찮게 풀어나갑니다. 적절한 쓴 맛, 그리고 적절한 상징 부여 등등 괜찮은 분량의 중편이 뽑혔어요. 멜빌의 저 거대한 모비딕처럼 괴물 같은 상징들로 둘러쌓인 거대한 벽까진 아니지만, 독자에겐 꽤나 여러가지 의미부여를 할만한 상징으로 '하늘고래'를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 자체가 분량의 문제인지, 빠르게 진행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있습니다. 
이 중편은 마치 RPG게임을 하는 느낌입니다. 주인공은 돌아다니고, npc를 클릭하면, npc는 알아서 그대로 정보를 가져다줍니다. 이는 어찌보면, 분량의 제한상 빠른 진행을 위해 희생된 부분으로 봐야할텐데, 적절하게 한 분량을 1.5배에서 2배로 늘려서 좀 더 자세히 풀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형식으로 서술을 바꿨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쉽군요.

아무튼 술술 읽을 수 있는 중편이었습니다. 그럼 전 이제 <모비딕>이나 다시 읽으러 가겠습니다.
더 쓸 수도 있겠지만, I WOULD PREFER NOT TO-------------

덧글

  • 미르사인 2016/11/03 23:36 # 답글

    고래의 피를 연료로 사용한다니까 디스아너드가 생각나네요, 그쪽은 정확히는 고래기름이긴 하지만....
    근데 류호송이라면 그 손잡잤 쓴 호성차 인가요?
  • JHALOFF 2016/11/04 00:08 #

    예 그 호성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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