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혁명의 아이오너> - '하지만 어떻게 다룰지 몰랐다' 감상-라이트노벨



페터 바이스의 희곡 <사드 후작의 지도 하에 샤량통 요양원 수감자들이 공연하는 장 폴 마라의 박해와 암살>, 혹은 <마라/사드>는 혁명에 대한 마라와 사드, 두 인물의 투쟁을 그린 희곡이다.

사드가 그려내는 마라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혁명을 발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다룰지 몰랐다.'

실로 그러하다. 우리에겐 <혁명의 아이오너>가 있지만, 불행하게도 이 책이 담긴 이야기는 어떻게 다뤄져야할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이 책을 굉장히 간단하게 도식화하면, 외계인의 지구 침공 덕분에 침공을 빙자한 디스토피아가 만들어졌고, 그 디스토피아에서 혁명을 일으키려는 테러 조직과 '평범한' 소년이 만나서, 어떻게 사회에 대한 저항과 혁명을 일으키는가이다. SF 메카닉 판타지라는 괴이한 혼종과도 같은 소개 문구에 따르자면, 어찌되었든 막판 끝내기 용으로 거대 로봇도 한 번 등장해주고 그런다. SF와 판타지라니 그 누가 알았겠는가?

주인공은 과거 외계인 침공으로 멸망한 도시 출신이고, 그렇기에 트라우마로 '사람이 죽는 광경'을 절대로 못 본다고 본인이 여러 차례 강박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이 여러 번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주인공과 메인 히로인이 만나기 위한 필연적인 전개를 위하여 주인공은 소꿉친구와 등교하다 쫓기는 히로인을 본다. 총을 들고 즉결처형을 받으려는 광경 때문에 도와준다.

주인공의 속마음을 떠보기 위한 괴이한 심문에서조차 사람 좀 죽을 수도 있지 않냐, 란 히로인의 거짓된 연기에 히로인에게 '살의'를 느끼며 멱살까지 잡을 정도이니 주인공은 참으로 생명을 사랑하고 아끼는 박애주의자일 것이다.

그런데 추격전에서 소녀가 권총과 단검으로 쫓아온 자들을 망설임없이 제거하는 것엔 아무 말 안 하더라. 주인공의 관점에서 사람은 미소녀만 해당되는 듯 싶다.

아무튼 그 직후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들어간 주인공은 분량을 채우기 위한 갈등을 제공하기 위하여 지하조직에 들어간다. 기괴한 만담 이후, 테러 가담 제의에 거절을 한다. 여기까진 좋다.
그랬더니 테러리스트 수장이 다시 보내주더라. '감시'를 붙이긴 했는데 당연히 히로인과의 호감도 쌓기 용이고, 아무튼 테러 조직이란 놈들이 감금하는 것도 아니고, 걍 보내준다.

그 후에야 비슷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니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어찌하여 이러한 일들일 일어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대체 왜일까, 왜 기본적인 세계와 히로인들을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런 것이 히로인을 위해서 작가가 세계를 포기하는 세카이계인 것인가, 정작 그 구한 히로인마저 무가치한데도? 

단순히 분량을 위한 사건을 만들기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히로인과의 관계 쌓는 것이 꼭 정해져있기에(주인공과의 동거라든가) 어쩔 수 없이 부조리한 세계를 그려낼 수밖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생각하기 귀찮아서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설명충 대사들, 주크박스처럼 떠드는 기괴한 주인공, 모순되는 사상과 행동, 단순히 '귀여움'을 보여주기 위해 부조리하게 희생되는 세계, 패션-혁명과 사상.....

아니, 내 의문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혹시 아는가, 이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세계의 부조리함을 나타내고, 그렇기에 그 부조리함에 저항하라는 작가의 메시지일지.
아무튼 혁명의 아이오너는 혁명에 관한 메카닉 SF판타지 물이다. 혁명에 관해 무언가가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혹시 이 글의 목적은 그러한 '혁명'의 무가치함을 비웃기 위해서가 아닐까, 마치 <마라/사드> 속 사드처럼?

'자연의 침묵에 맞서 나는 행동을 사용해 
거대한 무관심 속에서 나는 의미를 발명하지 
나는 냉정하게 지켜보지 않아 나는 참견해 
그리고 이것과 이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나는 그들을 바꾸고 그들을 개선시키기 위해 일해.- <마라/사드>

우리는 거대한 글의 부조리 속에서 이것과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야할 것이다. 

'이제 그들이 당신들을 살해할거야! 
언제 당신들은 보는 법을 배울거야! 
대체 언제 당신들은 일어서는 법을 배울거야!' - <마라/사드>

아니면 거대한 폭발이 우리가 일어설 수도 없게 만들 것이다.

'살고 싶나? 삶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혁명을 일으켜라!' - <혁명의 아이오너> 中

<마라/사드>도 부조리극에 속하고, <혁명의 아이오너>도 부조리 소설에 속하듯, 부조리끼린 무언가 통하는 결론이 있나보다.

덧글

  • TA환상 2016/11/11 08:56 # 답글

    쓰신걸 읽다보니 느낀게...

    길티크라운의 안좋은 방향만으로 하위호환했나.. 입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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