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나엘 웨스트 - 미국의 죽음 독서일기-소설


나타나엘 웨스트 Nathanael West 는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포크너 등의 미국 모더니즘 세대의 대표적인 작가이기도 한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고로 죽어 상대적으로 이들보다 덜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장편 4편과 희곡, 그리고 몇 단편들과 산문 밖에 남기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내었다.
그의 첫 장편인 <발소 스넬의 몽환적 삶>에 대해선 크게 언급할 게 없다. 초현실주의 소설의 미국판이며 종교소설과 스카톨로지, 섹스 등이 뒤섞인 난장판이란 점이 특이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산만하고 아직까진 크게 와닿는 점은 없다. 오히려 원본인 초현실주의자들의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두번째 장편인 <미스 론리하트>에서 이미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화려하게 날아오른다.

'미스 론리하트'는 대공황 시기 '죽어버린 미국'을 다루는 풍자 소설이다. 잡지에서 고민을 들어주고 답을 해주는 '미스 론리하트'를 연기하는 한 남성의 세상과 인간들을 향한 환멸과 자멸을 다루는데, 때때론 유쾌하지만, 결국 독자를 완전히 배신하는 능숙함엔 허를 찔린다. 
세번째 장편 <거금 100만 달러>(이 제목으로 된 번역본이 있기에) 또한 풍자소설이지만, 그 대상이 있다는 점에선 조금 더 노골적이다. 흔히 호레이쇼 앨저 소설이라 불리는 소설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하였지만, 대충 호레이쇼 앨저란 작가가 쓴 '노력으로 아메리칸 드림에 성공하는 미국 소년의 성공담'을 다루는 소설들이라고 보면 된다. 어떤 느낌인지는 이 설명만으로도 충분할 거다. AP 미국 역사 등에도 언급되는 걸 볼 때 분명 시대적인 상징이기도 했을 거다.

그러나 이미 <미스 론리하트>에서 언급하지 않았던가? 아메리칸 드림의 시대와 달리, 이미 웨스트의 시대는 대공황의 날들이었다. 자연스레 호레이쇼 앨저가 꿈꾸던 성공과 노력은 마치 오늘날 노력 드립처럼 <거금 100만 달러>에서 풍자의 대상이 된다.
호레이쇼 앨저 소설처럼, 순박한 소년이 성공을 위해 상경을 하지만, '운'으로 인하여 철저하게 몰락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칸디드를 연상케하지만, 볼테르는 칸디드에게 정원을 가꿀 기회라도 남겨주었지만, 웨스트는 자신의 칸디드를 시체팔이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끝까지 암울한 미래상까지 그려내는데 이용할 뿐이다.
노골적인 풍자 소설이다보니, 웨스트의 세계관을 느끼는데엔 가장 손쉬운 책이기도 하다.

<메뚜기의 날>은 그의 마지막 장편으로서 할리우드 생활의 풍자 소설이다. 여러 작가들이 할리우드에서 작가로 일했고, 웨스트 본인도 관여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미국의 몰락과 화려한 할리우드 뒷면의 허무함을 정교한 풍자 소설을 통하여 그려낸다. 그의 마지막 소설인만큼 그의 장편 중에선 가장 뛰어나다. 만약 웨스트의 소설을 한 권 밖에 읽을 수 없다면 단언코 이걸 읽어야 한다.

웨스트는 결국 미국적인 것의 죽음과 그 환멸을 그려낸다. 그는 냉혹하게 풍자하면서도 거기에서 유머를 잃진 않는다. 물론 그건 블랙유머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많은 블랙유머 작가들이 가진 진부함이다. 웨스트의 진정으로 주목할 만한 점은 환멸 속에서의 웃음이 아니라, 환멸 그 자체다. 유머로 애써 환기시키려고 하는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그의 환멸은 거의 종교적인 종말관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적이고 그렇기에 어둡다. 또한 그렇기에 그는 묵시적인 미래를 통찰하기도 하는데, 이는 <거금 100만 달러>의 마지막 장면 등을 본다면 공감할 거라고 본다.
노력과 성공이 없는 미국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외치는 사람에게 웨스트는 미국이 죽었다는 걸 알려줄 뿐이다.


(여담으로 <메뚜기의 날>엔 '호머 심슨'이란 인물이 등장하는데 심슨의 '호머 심슨'의 이름의 유래 중 하나라고 한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2289
577
604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