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덤 루이스(2) 신의 원숭이들 독서일기-소설




아주 오래 전에 언급했지만, 윈덤 루이스는 영국 모더니즘의 화가이자 작가로서 영국의 유일한 전위미술이었던 보티시즘을 이끌었고, 에즈라 파운드와 친하였으며 파운드와 마찬가지로 파시즘 및 반유대주의 경력으로도 악명 높았던 작가였다. 물론 그는 저 괴물 같은 파운드와 달리, 30년대 독일 방문 이후 히틀러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버리고 비판적으로 돌아섰으나 때는 너무나도 늦어 기존의 파시즘 옹호에 대한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여전히 '문제적인' 작가이기에 오늘날까지도 파운드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은 조심해야하는 작가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최근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42권 분량으로 계획된 그의 전집 출판을 준비중이거나 캠브리지 Companion 시리즈에서도 그를 다루는 권이 출간되는 걸 감안할 때 그 또한 완전히 잊혀질 운명을 당분간은 맞이하지 않을듯싶다.

<신의 원숭이들>은 그의 가장 거대한 장편으로 어딘가에서 파운드는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더불어 가장 위대한 모더니즘 소설로 찬양받은 소설이기도 하다. 물론 파운드와 루이스의 친분도 조금은 감안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윈덤 루이스 자체가 뛰어난 작가임을 부정하긴 어려워보인다.

그의 <타르>에서도 언급했지만, 윈덤 루이스의 장점이자 단점은 그 풍자에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스위프트에서 시작된 혹독하고 신랄한 풍자의 계승자이다. 
<신의 원숭이들(유인원들)>에서 그는 '신의 원숭이 피조물들'에 불과한 여러 예술가들, 그 시대 자신과 교류를 나누던 모든 이들을 신랄하게 조롱하고 비판하며 우스꽝스런 소극으로 만든다. 여기엔 아마도 자기자신도 포함될 것이다. 이 소설은 한 화가의 교류에 관한 이야기이도 하니까.
무엇보다도 소설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현실의 에디스/오즈버트/새처벨 시트웰 삼남매를 모티브로 한 귀족-예술가 후원가의 살롱 장면에서 폭발하는데, 윈덤 루이스 본인 또한 이 시트웰 일가의 후원을 받는 이 중 하나였다. (에디스 시트웰을 대표로 한 시트웰 삼남매는 당시 영국 예술가들의 유력한 후원자이자 본인들 또한 모더니즘 활동에 참여한 이들이다)

모든 작가들은 각자 자신의 시대의 산물이지만, 특히나 윈덤 루이스 같은 경우, 오늘날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부류의 예술가라 이 작품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는 모든 걸 조롱하거나 풍자하고 비웃으며 풍자의 대상으로 만든다. 그 자신이 가졌을 반유대주의 자체마저도. 그러나 그처럼 혹독하고 때론 모욕에 가까운 풍자는 오늘날은 그 자체로도 문제의 대상이 될 것이며 과연 그 시대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심을 품게 만든다. 어쩌면 더 이상 허용되거나 받아들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럴 거다.
허나 윈덤 루이스는 과거의 사람이지 않은가? 아주 가끔씩은 복어독을 즐기듯 조금은 맛보아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분별력을 가지거나.

 주로 그의 풍자에 대한 단상에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단순히 그 시대 인물들의 풍자만이 이 작품이 전부인 것은 아니다. 오래 전 감상에도 썼듯 윈덤 루이스의 문장과 글 자체는 표독스러운 구석이 있다. 적어도 색다른 무언가를 원하는 이는 맛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무엇보다도 그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체계의 근본은 그의 산문 '명저' <시간과 서구 인간>에서 나타나는데, 이에 대해선 언젠가 감상을 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루이스에 대한 감상 또한 다른 작가들이 그러하듯, 언젠가 또 다른 작품에 대해 쓸 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아직 1권도 나오지 않은 전집 편집이 모두 나오기 전까진 하나라도 쓰지 않겠는가?

*안타까운 점은 8,90년대 초까진 펭귄 페이퍼백으로도 이 책은 나왔으나 현재는 절판 상태다. 옥스퍼드판 전집이 나오고 나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그의 거의 유일한 소설은 <타르> 정도다.

** 사실 그가 그의 친구이자 저 파시스트 돼지 에즈라 파운드와 달리, 파시즘과 히틀러에 대한 손절을 뒤늦게나마 하긴 했어도, 여전히 문제가 많은 인간인 것은 거의 분명해보인다. 물론 그의 전기라도 제대로 읽지 않은 이상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걸 확인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의 파시즘 손절도 사실 알게 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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