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 <올랜도> - 어떤 연애편지 독서일기-소설

(좌: 비타 색빌-웨스트, 우: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는 어떤 의미론 서브컬쳐계에서 일부 사람들이 열광하는 TS물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웃음) 그러니 당신이 TS물을 좋아한다면, <올랜도>를 읽으면 된다 (웃음)

사실 개인적으론 그렇게까지 <올랜도>에 열광하진 않는다.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세월>, <막간> 같은  버지니아 울프의 걸작과 비교할 때 <올랜도>는 상대적으로 범작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이는 '상대적'이므로 왠만한 작가들의 것과 비교하면 당연히 <올랜도>를 택하겠지만, 울프의 작품 중 단 한 작품만 남기라 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엔 앞서 언급한 저 다섯 작품에서 고민하겠지, <올랜도>는 아마도 그 선택지에 없을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파도>다. 오직 <파도> 뿐)

하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효율을 중시하여 대표작만 읽는 독자와 달리, 전집주의자에겐 어찌되었든 모든 책은 동등하다.

<올랜도>는 엘리자베스 시대를 살던 한 귀족이 남성의 삶을 거친 후 여성으로 변하여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400년에 걸친 시간을 다룬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본질은 기나긴 시간이 아니라 '부제'처럼 전기다. 즉 올랜도라는 한 존재에 대한 전기다. 

버지니아 본인은 자신에게 어떤 수식어가 붙는 것을 싫어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분명 오늘날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작가다. 그 중 <올랜도>에서 특히나 두드러지는 것은 그녀의 '귀족주의적 성향'이다. 이는 어떤 면에선 그녀의 비판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울프는 분명 당시 상류 지식인층의 사람이었고, 엘리트주의자였으며 귀족적인 취향의 사람이다. 자연스레 올랜도의 남자와 여자로서의 모습 모두에서 이러한 묘사는 두드러진다. 
올랜도는 남자로서의 삶과 여자로서의 삶을 모두 겪고 변화하지만, 사실 울프가 이를 '비교 및 판단'하는 것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적어도 그녀의 뉘앙스는 그렇게 느껴진다. 이는 이 소설의 본질적인 점을 감안해야할 듯싶다.

원래 <올랜도> 자체는 올랜도의 모델이었던 비타 색빌-웨스트에 관한 '전기'이자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의 '연인'이자 '친구'에게 보내는 일종의 연애편지이기 때문이다. 울프에게 비타는 양성적인 존재였고, 자연스레 올랜도는 남자였던 존재이자 여자가 된 존재가 된다. 그리고 올랜도에 대한 울프의 사랑이 주가 되므로 나머지는 사실 울프에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가장 아름다운 연애편지 중 하나가 된다.

<올랜도>의 아이러니한 점은 이 책 자체는 그 소재도 그러하고, 울프의 가장 대중적인 소설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이 소설 속에 담긴 남성/여성의 모습이나 울프 본인의 양성관 등 연구자들이 파고들며 좋아할 법한 요소 또한 한가득이니 논문을 쓰기도 좋은 소설일 거다.
당신이 어느 쪽이든,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지 않을 좋은 책이 될 순 있을 거다.


*비타 색빌-웨스트 본인 또한 작가였지만, 아직까지 그녀가 쓴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조만간 손을 댈 순 있으리라 생각한다.
** <올랜도>를 조만간 다시 읽을 예정이라, 지금 쓴 이 감상은 예전에 읽었던 것에 대한 인상을 토대로 쓰여졌으므로 다시 감상을 쓸 기회가 있다면, 달라질 구석도 꽤나 있을 것이다. 그 몫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겠다.

덧글

  • 지노 2018/08/09 16:27 # 답글

    흥미있는 글이었습니다. 캐서린 맨스필드과 더뷸어 관심있는 여자작가입니다.

    잘롭 님이 생각하시는 버지니아 울프 작품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 JHALOFF 2018/08/09 19:48 #

    맨스필드도 좋죠, 밀린 감상 중에 써야하는데; 사실 울프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예술가적인 자의식이 좋긴 한데, 단순히 이것만이라기엔 부족하고. 좋아하는 이유를 명확히 찾기 위해 계속 읽고 있는 그런 작가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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