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돔 120일 출판기념 토크 정리 독서일기-소설


18년 8월 8일 워크룸 프레스의 사드 전집 2권 <소돔 120일> 출간을 기념하며 남산 피크닉 저녁에 성귀수 번역가님과 함께하는 출판기념 토크가 있었습니다. 좋은 말씀 많이 나누었고, 무엇보다도 사드를 읽는데 도움이 될만한 말도 많아서 간략하게나마 오갔던 대화를 정리해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기억에 의존하여 왜곡을 피할 순 없을 테고, 대략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오갔다 정도로 보시면 될 겁니다. 순서 자체는 임의로 정리한 것으로, 실제 토크쇼 내 순서와는 다릅니다. 


- 사드는 오랜 시간을 감옥과 요양원에서 보냈지만, 사드를 읽는 이가 한 가지 명심해야할 것은, 사드는 범죄 행위 때문이지, 글을 써서 감옥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옥 안에서 나갈 수 없는 두려움 등으로 인하여 글을 쓰기 시작하고 작가로서 자의식을 각성함. 이는 불란서 연구자들도 강조하는 부분으로 그의 글은 철저하게 감옥이 낳은 글이다.

- 바스티유에서 ‘자유’란 이름의 탑에 갇힌 사드는 혁명 직전 창밖을 바라보며 배변을 받는 깔때기를 거꾸로 뒤집어 스피커처럼 세상을 향한 외침을 부르짖는데 활용했는데, 이러한 일화가 사드가 ‘작가로서 자의식’을 가지는 중요한 상징적 일화라고 성귀수 번역자는 생각함. 

- 사드는 계몽주의와 반대되는 게 아니라, 계몽주의로부터 출발하여 계몽주의의 극단에 가깝다. 공포정치가 프랑스 계몽주의가 낳은 방향성 중 하나인 것처럼. 그가 계몽주의와 반대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닐지라도 계몽주의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은 중요함.

이와 관련하여 <소돔 120일> 작중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파를 야단치며 주인공 리베르탱 4명은 모든 것을 자세하고, 상세하게 이야기할 것을 주문함. 그래야 진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사드의 핵심적인 부분이면서 동시에 백과전서파의 모토이기도 함. 모든 것을, 자세하고 상세하게 빠뜨리지 말고.

- 이런 점과 연관 지어 기존의 소돔 120일 번역-‘이본’들은 역자가 무분별하게 삭제하거나 순화시킨 부분이 많아 오히려 사드의 뜻과 반대되었다. 번역자 본인도 이렇게 책 속의 주인공들에게 야단을 맞지 않기 위하여 오랜 기간 공들일 수밖에 없었고, 번역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 성귀수 번역자 본인은 개인적으론 극단적인 유심론자인데, 오히려 이런 방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가장 극단적인 기계론적 유물론자인 사드를 읽는다. 그리고 가장 잘 읽는 법은 번역이기에 사드 전집 번역을 시작함. 그리고 이에 열렬하게 응하고 도와주는 워크룸 프레스의 노고.

- 소돔 120일 내의 상스런 욕설들은 작품 내 장면 전환 및 미장센적 역할을 수행하는데 기존 역본들의 경우 대개 순화시키거나 삭제했기에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 여러 종류의 서술(욕설 및 트래쉬토크, 철학적 대화, 노파들의 이야기, 내레이션 etc.)이 소돔 120일에 있기에 이를 번역하는데 고심함. 또한 사드는 다양한 종류의 용어를 사용하기에 이를 

- 사드를 ‘포르노그래피’로 볼 순 없다고 생각한다. 포르노그래피가 단계적으로 고조-욕망-안정 등의 단계를 거쳐야한다면, 사드에겐 욕망의 안정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작중 내 주인공들의 대화에서 절실하게 드러난다.

인간은 욕망을 해소해도 되지만, ‘욕망’은 자신의 욕망을 해소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는 순간, 욕망은 사라지기에. 그리고 사드의 세계는 이러한 욕망이 주체성을 가지고, 결코 자기 자신은 해소하지 않는 그럼 악몽 같은 세계가 된다.
사드의 심연에 대한 성귀수 번역자의 비유: 갇힌 무한.   

밖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열려있는 무한이 아니라, 사드의 세계는 도망갈 수 없는 좁고 닫힌 무한에 가까움. 양쪽 거울이 서로를 마주보면 서로를 비추는 상이 무한히 생기듯, 이러한 종류의 무한.

이러한 사드의 세계에 관한 두 에피소드들: (에피소드 이름은 성귀수 번역자가 개인적으로 붙인 이름)
- ‘나르시스의 똥’ : 시종 나르시스가 대변을 누고 항문을 닦지 말 것을 명받았으나 이를 어김. 이에 리베르탱들은 분노하고, 나르시스는 다시 대변을 누고 닦지 않겠다고 말하였으나 이번엔 그에게 배변활동을 하지 말 것을 ‘금지’받음.
‘스카톨로지’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사드는 그러한 스카톨로지보단 명령과 금지에 더 초점을 맞춤. 

- ‘오귀스탱의 처형’ : 극중 후반부 잔혹하고 상세한 묘사로 소녀 중 하나인 오귀스탱의 처형을 기계적이고 정밀하게 묘사하는 글. 그러나 정작 피에 관한 묘사는 일절 없음. 이런 모습 때문에 때때로 이것이 정말로 ‘육체’에 관한 이야기인지 성귀수 번역자는 의심을 품음.

덧글

  • 2018/08/09 14:3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HALOFF 2018/08/09 15:10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사드 전집 완간까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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