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렐 차페크, <압솔루트노 공장> - 절대제조 공장 독서일기-소설



<압솔루트노 공장>은 차렐 차페크의 첫번째 장편으로 그의 <도룡뇽과의 전쟁>의 시발점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소설 또한 SF로 분류되겠지만, 사실 의문스로운 구석이 있다. 차페크 본인 또한 자신이 그러지 않다고 말했지만, 차페크는 일반적인 SF 작가들과 달리, 과학의 경이성이나 이성을 통한 발전 등에 관심이 없다. 물론 <압솔루트노 공장>의 기본 전제 및 요소는 SF겠지만, 그 기본 정신이 다르다면, 어떻게 될지, 우리는 육신과 정신의 문제로서 고민해봐야할 것이다.

아무튼 그 몫은 어차피 SF 독자들이 다툴 것이고, 원자를 분해하여 무한한 에너지를 얻는 카뷰레터 장치를 통하여 진보가 일어나면서도, 동시에 그 부산물로서 모든 물질에 영향을 주는 '신' 그 자체인 압솔루트노(일종의 절대)가 나옴이 밝혀지고, 이 압솔루트노가 전세계에 퍼지면서 인간 사회를 변화시키고, 전쟁 등이 일어나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어째서 전개가 그렇게 되는 것인가? 란 의문을 가진다면, <도룡농과의 전쟁>을 읽어보면 된다. 왜냐하면 <도룡농과의 전쟁>은 이 소설을 추후 좀 더 정밀하게 발전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즉, 차페크의 이야기는 원래 그렇다. 읽다보면 알 수 있다.

범신론처럼 만물에 영향을 끼치는 입자, 혹은 존재는 자연스레 철학-신학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마치 과학을 신 대신 신으로 삼은 것처럼 소설 속 인간군상들은 새로운 신을 대체하거나 변화한다. 이런 철학적인 접근은 읽는 이로 하여금 지적 흥미를 돋군다. 그럼에도 차페크의 본질은 그 풍자에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어찌되었던 결코 전쟁! 결코 전쟁! 을 외치는 인간 사회는 거대한 전쟁을 맞닥뜨린다. 차페크의 풍자는 과도한 과장과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뻔뻔하게 연출함으로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뻔뻔함은 아무렇지도 않게, 어쩌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끝냄으로서 독자를 다시 한 번 공격한다.
차페크의 본질은 우선 그 뻔뻔함에 있다. 갑작스레 도롱뇽들의 발견과 인류와 도룡뇽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도룡뇽과의 전쟁>이나 로봇의 반란을 아무렇지도 않게 재빨리 다루는 <R.U.R.> 혹은, 새로운 압솔루티노로 대체되는 종교와 인간군상을 자연스럽게, 마치 일어났던 일을 후대에 기록하는 양 연기하는 서술은 왠만치 뻔뻔하지 않곤 쉽게 할 수 없는 기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록하는 행위' 그 자체다. 차페크의 소설들은 '소설'보단 '연대기'에 가깝다. 한 영웅을 다루는 서사시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에 있었던 일들, 여러 인간군상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단편적으로 담아내려는 저널리즘에 더욱 가깝다. 어쩌면 이는 그가 살던 당시 히틀러의 성장에 대한 경고로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서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장편을 시작으로 연대기 작가로서의 차페크의 경고는 계속된다. 어쩌면 오늘날까지도.


희귀한 작품의 번역이라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번역의 질 자체는 조금 두리뭉실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만족할 수밖에 없겠다.
허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역시 SF가 맞긴 할 거 같다. SF가 없었는데요, 있습니다.

덧글

  • 2018/08/09 20: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8/10 00: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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