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래드 (3) <불안의 이야기들> - 불안의 씨앗 프로젝트- 조지프 콘래드



<불안의 이야기들>은 5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콘래드의 첫번째 단편집으로서 이 이야기들을 쓸 즈음엔 이제 막 본격적으로 왕성한 집필활동을 시작할 무렵이었으며 앞으로 그가 걸을 방향들을 얼핏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러한 테마는 역시나 '불안'이다.

<카레인>이나 <석호> 같은 경우엔 크게 언급하고 싶은 말은 없다. 둘 모두 그의 '모험' 소설에 해당되며 <카레인> 같은 경우엔 말레이 제도의 부족장 카레인의 모험담을 회고하는 한 선원의 회고록이며 <석호>의 경우에도 한 원주민의 아내를 둘러싼 형제와의 오해 및 갈등을 들은 화자의 회고록이다. 드문드문 콘래드의 장편이 연상되는 부분도 있으나 분량의 한계가 있기에 크게 집중되진 않는다. 

<백치들>의 경우, 조금 콘래드의 세계와는 달라보이는 점이 특이한 단편인데, '백치들'을 낳은 한 프랑스 가족의 비극을 다룬 단편으로서 콘래드의 모험이나 정치소설보단 자연주의 계열의 단편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눈여겨봐야할 점은 콘래드의 심리에 대한 집착인데, 이는 이어서 언급할 <귀환>이나 훗날 <비밀요원> 등의 뿌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단편집에서 제일 눈여겨봐야할 두 단편은 <진보의 전초기지>와 <귀환>이다.

<진보의 전초기지>는 <암흑의 핵심>과 더불어, 콘래드의 또 다른 콩고를 다룬 작품이지만, <암흑의 핵심>과는 그 분위기가 다르다. 커츠와 말로우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말로우라는 인물 덕분에 <암흑의 핵심>은 기이한 악몽으로 변하였다고 언급한 적 있다. <진보의 전초기지> 같은 경우, 누군가가 회고하는 회고록이 아니라, 3인칭 화자가 들려주는 두 백인 직원의 우스꽝스런 비극담이란 점에서 <암흑의 핵심>과 대조된다.
서구 풍자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할 법한 소시민적이고 때론 우스꽝스러울지 모르는 2인조가 콩고에 근무하면서 상아 할당량 덕분에 노예 등과 연관되며 콩고 내지에서 파멸하는 이 단편은 전통적인 2인조의 익살담에서 순식간에 악몽으로 모든 걸 바꾸는 콘래드의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무엇보다도 <암흑의 핵심>이 꿈처럼 몽환적인 소설이라면, <진보의 전초기지>는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암흑의 핵심>과 다른 맛을 보여준다. 만약 콘래드의 중단편들 중 3편 정도 고르라면, 꼭 들어가야할 단편이 아닐까?

<귀환>은 서로에게 의미 없이 오히려 서로를 갉아먹는 결혼생활 끝에 파국을 맞이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집에 왔다가 아내가 집을 나간 걸 확인하고, 그녀의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로 인하여 자신의 오랜 세월이 망상에 불과했음을 깨닫는 그에게 돌연히 아내가 다시 돌아오면서, 이들은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귀환>의 경우, 이 단편집에서 제일 분량이 긴 중편인데, 여러모로 읽기 조금 괴로운 작품이다. 우선 콘래드의 심리 묘사에 대한 집착이 읽는 내내 피로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인데, 문제가 있다면, 집중하고 있는 동안 거기에 내내 몰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중편 자체는 그 심리 묘사를 제외하면 크게 재밌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콘래드의 작품세계적으로 본다면 조금 흥미가 돋는데, 이 <귀환>의 심리묘사와 구도 자체는 얼핏 <비밀요원>을 연상케한다. 특히나 자신이 이해받는다는 점이 모두 아집과 망상에 불과했다는 그 심리가.

아무튼 이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펼쳐질 콘래드의 불안의 씨앗과도 같은 단편집이다. 콘래드의 인물들의 본질적인 문제는 결국 불안이다. 불안 덕분에 항해를 하고, 바다에서 불안을 느끼며 도덕적 시험을 맞이하고, 불안 덕분에 이방인이 되고, 집을 나가며 몰락하기도 한다. 그가 굳이 '불안'이라는 제목을 찾은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 봐도 무방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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