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를람 샬라모프, <콜리마 이야기> - 굴라그 이야기 독서일기-소설




1. 인간의 문화와 문명은 매우 부서지기 쉽다. 사람은 고된 노동과 추위, 배고픔과 구타만 있다면, 3주 안에 짐승으로 변한다.
- <내가 굴라그에서 배운 45 개의 사실들>, 바를람 샬라모프

소련의 악명 높은 굴라그는 오늘날 북한의 강제 수용소의 존재 등 여전히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이미 굴라그를 다루는 다양한 기록들을 우리도 익히 알고 있다. 가장 유명할 솔제니치의 <이반 데니소비치>나 <수용소 군도>와 같은 소설에서부터 애플바움의 논픽션 <굴라그>까지, 관심을 가진다면, 그곳에서 온 생존자에서부터 끌려가고 남은 가족의 기록들까지 많은 이야기를 우리는 알 수 있다.

바를람 샬라모프의 <콜리마 이야기>의 경우도 그러한 수많은 목소리 중 하나다. <콜리마 이야기>는 그가 콜리마에 관하여 쓴 수백편의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며 방대한 양 때문에 대개 몇 개의 이야기만 번역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올해 NYRB에서 영어권에선 처음으로 콜리마 이야기의 완역을 도전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총 2권으로 구성된 콜리마 이야기 영역완역본을 내놓을 예정이다. 약 1500 쪽 내외의 분량으로 예상되며 이제 막 나온 1권, 즉 절반 정도 밖에 읽지 못하였지만, <콜리마 이야기>에 관하여 논하기에 부족하진 않을듯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솔제니친이 굴라그와 관련된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겠지만, 사실 그에 앞서 샬라모프와 그의 <콜리마 이야기>가 있었다. 그는 솔제니친보다도 앞서서 콜리마에 있는 굴라그에 수감되었고, 15년 넘게 생존하면서, 역시 이반 데니소비치가 쓰여지기 약 10여년 전부터 콜리마에 관한 이야기들을 쓰고 출판하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수용소 군도>에서 솔제니친은 샬라모프와 그의 콜리마에 관한 이야기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물론 솔제니친과 샬라모프는 서로 다른 인간이므로 그들이 들려주는 굴라그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보여진다. 솔제니친은 말 그대로 톨스토이의 후계자다. 저 거대한 사상을 위한 <전쟁과 평화>처럼, 솔제니친은 생존자이자 사색가로서 수용소 군도를 보여주고, 설파한다. 반면 샬라모프는 대개 그저 있었던 이야기들을 짧은 단편들로 보여준다. 그의 선조는 톨스토이보단 체호프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콜리마 이야기는 그가 경험한 경험과 소설의 경계를 뒤섞어서 다양한 목소리를 이야기로서 담아낸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우리는 <콜리마 이야기>에서 수많은 목소리들을 마주한다. 그게 때론 죄수들의 다툼과 고생을 관찰하고 참여하는 샬라모프 자신의 목소리일 때도 있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료 죄수의 목소리이거나, 혹은 아예 창작된 이의 목소리일 때도 있다. 
굴라그 내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혹은 살해당하는 이야기, 그것도 아니면 붙잡히거나 굴라그를 방문한 의사, 혹은 외교관의 이야기 등 샬라모프는 솔제니친과는 또 다른 색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게 때론 유우머스럽거나 따뜻하게 느껴질 때조차 있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들이 콜리마에, 굴라그에 있다는 섬뜩함을 준다. 그가 굴라그에서 배운 교훈 중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은 사람이 짐승으로 쉽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와는 다른 이야기를, 굴라그에서 살아돌아온 이의 증언을 듣고 싶다면, <콜리마 이야기>를 들여다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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