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크 트라클 - 숨을 거둔 별들의 마지막 빛 독서일기-시


우리의 침묵은 검은 동굴이다

그곳에선 순한 동물이 한 걸음씩 내디디며
천천히 무거운 눈꺼풀을 내린다.
너의 신전 위에 검은 이슬이 뚝뚝 떨어진다,

숨을 거둔 별들의 마지막 금빛.
- 소년 엘리스에게  中



게오르크 트라클은 오스트리아 표현주의의 거장이자 20세기 초반 독어권 문학에서 릴케, 호프만스탈과 더불어 가장 위대한 시인이기도 하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약물사고사, 혹은 자살로 우울한 삶을 마감하였으며 특이한 사항으론 비트겐슈타인이 좋아하여 직접 만나고자 노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급사로 무산되지만)

물론 그를 형식상 표현주의에 넣지만, 사실 그는 모든 위대한 작가들이 그렇듯 한 군데에 머물지 않으며, 그는 과도기적 시인에 가깝다. 부분적으론 낭만적이며 부분적으론 표현주의적이고 또한 부분적으론 현대적이다. 
그의 시 세계는 빈말로도 밝지 않다. 이를 시대, 특히나 그가 직접 1차 대전에 참전한 직후 죽었음을 감안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는 전적으로 그의 내면에서 온다. 물론 이를 강화하는데 시대의 영향을 배제할 순 없을 거다.

살아있는 것의 춤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며
기이하게도 저녁 바람 속에 흩어진다.
- 모든 영혼의 날 


사랑의 애정 어린 시간이다.
푸른 강을 내려가는 보트 안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이미지가 이미지를 따르는가 -
곧 안식과 침묵 속에서 무너지겠지.
- 변용된 가을 


그의 대표적인 시어 3개는 아마도 저녁, 가을, 그리고 쇠락(몰락/부패)일 거다. 마치 황무지의 여름이 잔인했던 것처럼, 트라클의 가을은 생명의 여름을 보내고, 곧 다가올 겨울을 의미하는 잔인한 존재다. 그 속에서 결국 모든 것은 무너지고, 살아있는 것은 흩어질 거다.
하지만 트라클 이전에도 이렇게 사라지는 것, 죽은 것에 대한 허무함을 노래하는 젊은이는 많았다. 트라클의 성취라면, 역시나 그 관조적인 태도일 거다. 울분에 찬 채 금방이라도 감정이 폭발할 것처럼 외치는 이와 달리, 트라클의 시는 오히려 모범적이고 차분히 그저 일어날 일을 말하는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트라클의 저녁은 꽤나 모순적인 존재다. 곧 별빛만이 반짝이는 암흑 속에서도 언젠가 낮은 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기다림의 시간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기 성찰을 할 수 있게 된다.

밤의 고요함은 아름답다.
검은 평야에서
우리는 목동과 하얀 별들과 함께 우리 자신을 만난다.
- 헬리안 


트라클의 저녁은 자아가 분열되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이는 자연스레 꿈과도 연결되며 이러한 모든 것을 분리된 세상으로 만든다.

 여름의 푸른 계단을 더듬어본다. 오 얼마나 조용히
이 정원은 가을의 갈색 고요함에 쇠퇴하였는가,
딱총나무 고목의 향과 울적함,
제바스치안의 그림자 속에선 천사의 은색 목소리가 죽었다.
-꿈속의 제바스치안 


  트라클은 시종일관 사색적이고 이러한 죽음과 세상에 대해서 고민하고 고뇌한다. 허나 안타까운 점은 우리는 으레 짐작할 법한 그의 다음 도약, 혹은 변신을 볼 수 없다. 그 이전에 트라클은 자신의 시속 자아들처럼 숨을 거두고 마지막 반짝임만을 남겨주었다. 이는 그의 부족함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가 남긴 것들로도 성찰할 가치는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다른 시인들처럼 여러 수수께끼를 남겨둔다. 여기엔 소소한 재미까지 있을지 모른다. 가령, 그가 신화처럼 사용하는 소년 엘리스는 대체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서부터 그의 시를 어떻게 관조해야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읽을 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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