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 (3) <코라와 카> , <미라-마레>, <밤들> - 분열된 자아들 프로젝트-H.D.



H.D.의 산문 상당수는 자전적인 내용을 다루며 그 중에서도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관한 갈등, 화해 및 관조가 그 주를 이룬다. <코라와 카>, <미라-마레> 그리고 <밤들> 또한 이러한 부류의 그녀의 짧은 소설들이자, 그녀가 살아생전 팜플랫 형식으로 소량 출판을 했던 숨은 작품들에 가깝다.

<코라와 카>의 경우, 코라는 코레, 즉 희랍 신화의 페르세포네를 의미하며 카는 이집트 신화의 인간의 영혼 바를 의미한다. 페르세포네가 지하에서 머물고, 지상으로 올라가듯, 바가 인간의 육신을 떠나 자신을 내려다보듯 소설은 남녀의 연애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실 둘의 경계는 모호하다. 마치 한쪽이 다른 쪽의 '카'이자 코라이듯. 사실 이 짧은 중편에서 모든 자아가 그녀의 분열된 자아라고 보는 쪽이 그럴싸할 것이다.

<미라-마레>의 경우 <코라와 카>와 함께 수록된 짧은 단편인데, 미라와 마레에 관한 이야기로 사실 <코라와 카>에 비해선 그 그 인상이 옅다. 

<밤들>의 경우는 조금 더 독특한 작품이다. 여기에서도 H.D.는 남성으로서의 자신과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분리하여, 자신의 레즈비언 성향으로 갈등 끝에 사라진 여자가 남긴 밤에 관한 산문들을 배치하고, 그녀의 살아생전 지인이었던 편집자 남성이 그 산문들에 관한 편집을 했다는 소설적 가정 하에 서문을 삽입한다. 자연스레 여러 종류의 목소리와 문체가 배치되며 마치 비밀을 다가가는 밀교 의식처럼 서문을 지나 우리는 밤이라는 산문들을 헤쳐지나간다.

작품 외적으로 이러한 작품들의 배경엔 H.D. 자신과 그녀의 애인이자 후원자였던 브라이허와 브라이허의 남편과의 관계가 있다곤 하나 더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앞서 말했듯 그녀의 소설 속 목소리들은 모두 작가의 여러 목소리들에 가깝다.

H.D.는 이미지즘이 대표적인 시인으로도 인식되듯, 그녀의 글은 간결하다. 간결한 글은 읽기 편하면서도 무척이나 파고들기 난해한 부류라 그녀를 읽을 때엔 항상 주의를 요해야할 것이다. 인상이 모호하고 지나치기 쉽기에 어렵지만, 조금 더 피곤함을 무릎쓰고 집중을 하면 시적 산문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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