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 반스 독서일기-시


주나 반스의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자 대표작인 <나이트우드>가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판으로 번역되었다.
<나이트우드> 같은 작품이 번역되어 소개될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했기에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다. 사실 주나 반스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조금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유명한 모더니즘 작가들, 가령 조이스나 엘리엇, 울프와 같은 라인과 비교하면 반스는 덜 알려진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반스가 완전히 무명이며 국내에 소개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작가인가? 라고 묻는다면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애당초 무명이면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주나 반스의 위치나 유명세를 생각해보면,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까진 아니더라도, 모더니즘에 조금 관심을 기울이는 독자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작가 중 하나니까. 더군다나 그녀가 요 근래 다시 재발굴되는 엘자 폰 프라이타그-로링호벤 같은 작가와 비교하면, 적어도 대표작은 꾸준히 절판되지 않고 판매되어왔다.

아무튼 <나이트우드>는 일단은 소설의 카테고리에 있지만, 산문시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나이트우드>에 대한 감상은 아니므로 여기까지만 마치겠지만.

반스는 천성적으로 시인이었고, 스스로를 시인으로 여겼고, 어찌되었든 시인이다. 물론 그녀는 난해하다. 과작을 한 작가기도 한데, 최근에 정리되어 출간된 <시 모음집>을 참고하여도, 그녀는 늘 여러 원고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반복하고 변주하는 작가였으므로 더더욱 일반적인 독자가 다가가기는 사뭇 어려운 그런 작가다.
초기작인 <나이트우드> 자체도 빈말로도 쉽다고 할 수 없는데, 말년의 그녀는 노년의 거장 시인들이 그러하듯 신화적인 존재로 승화하였고, 자연스레 간결하고 짧으면서도 그렇기에 다가가기 어려운 세계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인의 칼이 찌르기 위해 들어올려진다.
아벨은 먼지 속에서 일어난다.

빌라도는 자신의 혀를 찾을 수 없다.
유다가 목멘 나무가 헐벗었다.

루시퍼가 대지에서 포효한다.
그리스도가 자신의 죽음으로 추락한다.
- <변신> 中

이처럼 간결하면서도 그 시를 파헤치긴 난해하다. 오히려 너무나도 간결하기에 우리는 그 숨겨진 행간을 읽는데 더욱 몰두해야한다.

<봄의 제전> 

인간은 자신의 주제의 육신을 몰아낼 수 없다, 
자아내는 실 위의 누에가 
다시 생각하기 위해 수의를 잣는 것처럼. 

그런 반스가 일생을 몰두한 것은 위의 3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고 <시 모음집>의 연구자는 밝힌다. 정확하게는 저 3행으로 시작된 시의 완성을 보기 위하여. 물론 수많은 버젼과 여러 분량의 초고를 남길 뿐, 여전히 미완성에 가깝지만.
반스의 세계는 저 시를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다. 다시 생각하고, 숙고하기 위하여 수의를 잣는 일. 자신의 불운한 가정사나 연애 등을 다시 생각해보며 주제 속 육신을 몰아내려는 불가능한 시도. 
본래 <나이트우드> 번역에 대한 소개로써 시작한 글이므로, <나이트우드>에서 그러한 시도를 만나볼 수도 있을 거다.


*반스의 작품군을 생각하면, 사실 <나이트우드> 하나만 읽어도 일반적인 독자들은 충분하긴 할 거다. 장편으론 나이트우드가 완성본에 가깝고, 단편집도 한 권 분량에 나머지는 불완전하게 편집된 시 모음집(난잡한 원고 정리를 아직도 한참 기다려야하는), 번역될 가능성이 있으면 놀라울 시극 안티폰과 단막극들, 기자로 일할 때 인터뷰집이나 짧은 산문집 정도가 현재로선 만날 수 있는 거의 전부다. 그것도 상당수는 중고를 노려야한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4979
495
601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