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무즈 - 기괴한 페이지들 독서일기-소설



언젠가 우르무즈에 관해 짧은 감상을 적은 적이 있다. '우르무즈'라는 이 기묘한 필명을 가진 루마니아 작가는 산문 전집 분량이 50 여 쪽도 안 될 만큼 짧은 기간 동안 짧은 작품들만 쓴 작가지만, 루마니아의 초현실주의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걸로 오늘날 알려진다고 한다.
특히나 트리스탕 차라나 이오네스코 같은 루마니아 출신의 작가들이 영향을 받고 또 널리 알리려고 애쓴 덕분에 오늘날까지 일단은 컬트적인 작가로 남아있다.

한국엔 아직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았지만, 영미권 기준으로도 드문드문 잡지 등에 그의 단편이 여러 차례 번역된 걸 제외하면 '전집'이 번역된 것은 두 차례 정도로 알고 있다. 그 마저도 하나는 절판이며 다른 하나는 300부 한정으로 초현실주의 계열 작가들 전문 출판사인 아틀라스 출판사에서 나왔다.
300 부 한정에 10년도 전에 나온 작품 전집이었던 만큼 중고 매물이 권 당 10만원을 넘어서 개인적으론 장바구니에만 넣어두던 상태였는데 놀랍게도 최근에 '정가'로 시장에 매물이 대량으로 풀려서 얼른 샀다. 아마도 창고 정리 등의 이유로 새롭게 매물이 쏟아진 것 같은데 덕분에 기존의 인터넷 등에서 구할 수 있는 우르무즈의 영역 작품 몇 선 뿐만 아니라, 그의 '전집'을 읽게 되었다.

이전에 <이스마일과 투르나비투> 감상에서도 말했지만, 사실 선구자적인 초현실주의적인 작가다, 란 말 외엔 그다지 말할 것이 없다. 그의 작품들은 대개 풍자처럼 느껴지면서도 사람을 사물처럼 대하는 기묘함이나 특이한 비유와 서로 엇나가는 듯한 말도 안 되는 비유와 인과적 전개 등 왜 그가 루마니아에서 당시 초현실주의 그룹에게 추앙받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워낙에 짧은 분량과 짧은 작품들이지만, 적어도 읽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언젠가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기원한다.


방 중앙엔 미적분과 확률론으로 이루어진 다리 없는 탁자가 있는데 그 위엔 '물자체'의 영원한 정수를 담은 화분과 마늘 한 쪽, 손에 구문론과 구리 20개의 끝을 쥐고 있는 트란실바니아 신부 형상을 한 금도금 조각상이 놓여있었다... 나머지는 중요치 않다.
-우르무즈,<굴뚝과 스타메이트>中

푸크는 사실 어머니로부터 나오지 않았다..태초에, 그가 삶을 시작했을 때, 그는 보여지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들릴 뿐이었다. 태어날 때 푸크는 그의 할머니의 귀 한 쪽에서 나타나는 것을 선호했는데 이는 그의 어머니에겐 음악적 감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르무즈,<푸크시아드>中

이스마일은 눈과 구레나룻, 가운으로 구성되는데, 요즘에는 구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식물원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야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되었으니, 현대 과학의 진보에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르무즈,<이스마일과 투르나비투>中

그건 진실이 아니다 -라고 향연에서 모두 동의했다 - 태초에 '신으로부터 말씀이 나왔다' 나 '신께서 곧 말씀이었다' 같은 건.
태초엔 - 술에 취한 파티장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어떠한 '말'이 있기 전에, 거기엔 그저 '귀가 먹고-말도 못하는 알파펫'만이 있었다
-<약간의 형이상학과 천문학>中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2386
580
597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