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바이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 증언의 기록극 독서일기-희곡


원제는 <수사>지만, 한국어역본으론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소개된 페터 바이스의 이 희곡은 한국어역에서 직접적으로 알 수 있듯 아우슈비츠에 관한 이야기, 보다 정확하게는 홀로코스트를 둘러싼 재판 과정에 관한 희곡이다.
물론 바이스 본인은 극의 서문에 이 극을 표현할 시, '재판'의 재구성이 되지 말 것을 강조하였으나 이 극의 성격상 매우 어려운 주문임은 분명해보인다. '기록극'으로 흔히 이러한 바이스의 극들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기록'인 만큼 실제 작중 대사들은 바이스가 참관하였던 아우슈비츠 재판 기록에서 따온 것들이다.
이 극은 '오라토리오'로 정의되며 여러 개의 칸토로 구성되어 단테의 신곡을 모방한다. 물론 신곡 중 아마도 '지옥편'을 모방하고 있는게 아닐지, 이 극이 다루고 있는 소재와 인물들의 묘사로서 쉽게 생각할 수 있으리라.

바이스 본인 또한 유대계 독일인이었고, 이 문제로 2차 대전 당시 피난을 간 경력도 있어, 어떤 의미에서 이 희곡은 그의 삶과도 연관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 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극은 여러 '익명'으로 표현되는 증인들과 피고인들, 재판장과 변호사, 그리고 검사의 목소리로만 구성되며 실제 육신을 가진 배역이 갖춰야할 행동이나 표정 등은 막연히 유추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극으로 올리기엔 그 분량이 길고, 또 관객으로선 집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홀로코스트 또한 인류의 비극 중 하나였고, 이러한 소재를 중심으로 다루는 작품들은 언제나 어떠한 감정과 교훈을 독자에게 주는 것은 분명하다. 바이스의 희곡 또한 그러하다.
다만 앞서 언급하였듯 형식적인 측면에선 다소 단조롭고 지루하며 비록 '기록극'이란 특성을 감안하여도 이 효과가 정말로 좋은지는 조금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극이 다루는 살아남은 자들과 죄를 부정하려는 자들의 재판 자체는 좋을지 몰라도, 굳이 이 소재를 극이란 형식으로 읽어야할 필요성까지 느끼긴 쉽지 않다.

바이스의 또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은 이라면 접해도 나쁘진 않겠지만, 차라리 그의 소설인 <저항의 미학>을 더 추천한다. 
<마라/사드>에서도 언급했듯 바이스의 최고작은 언제까지나 <마라/사드>가 될 것이다. 브레히트과 아르토를 무대 위에서 화해시키고, 정신병자들이 연기하는 사드의 희곡을 무대 위에 그대로 올린 것만으로도 설령 같은 실제 기록을 극에 옮겨도 다를 수 있음을 바이스는 이미 자신의 작품으로 증명했다. 기록극의 실제 기록을 거의 날 것처럼 가지고 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수사>는 형식으로서의 한계를 보여줄 지 모르나, <마라/사드>는 그걸 뛰어넘는다.
그렇다고 이 희곡이 잘 쓰여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관점이므로 홀로코스트를 다룬 좋은 희곡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평가가 그리 좋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마라/사드>를 제외하더라도 바이스의 다른 희곡들도 읽어보고 싶을 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희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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