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번팅, <브리그플래츠> 外 독서일기-시



영미 모더니즘 시의 1세대, T.S. 엘리엇이나 에즈라 파운드로 대표되는 이들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편이나, 2세대에 해당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깝다.

그러나 모더니즘 2세대 시인들 또한 분명히 존재하며 그들은 대개 에즈라 파운드나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이미지즘을 계승한 '객관주의' 시파를 이룬다.

여기엔 미국 쪽엔 대표적으로 루이스 주콥스키나 조지 오펜, 찰즈 레즈니코프, 로린 니데커 등이 있으며, 영국 쪽엔 바질 번팅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들은 '객관주의적인 시,' 시를 객관적인 물체로 대하며 시인의 지성이나 신실함 등으로 이를 보는 방식을 택했다고 하지만, 사실 이는 주콥스키의 시론에 가깝고,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차이점이 더 많은 이들이다. 오히려 시인의 삶적인 측면에서 상당수가 중간에 경제적이나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시인 생활이 단절되었다가 후반기에 다시 재발굴되고, 재활동을 했다는 아이러니한 점을 공유한다.

주콥스키와 더불어 번팅 또한 에즈라 파운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교류가 있던 인물이다. 이란 방면으로 군사적인 '스파이' 활동을 했던 특이한 경력이 있는 만큼, 그의 시세계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는 이란 전통시, 특히 '샤나메- 왕들의 책'이다.

개인적으론 이들 시인들을 오래전에 읽어보았지만, 오늘날 다시 읽어보아도 아직까지도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할지 미묘하다. 사실 잘 모르겠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이들이 후대 비트 세대 등에도 영향을 끼친 점을 보면, 단순히 징검다리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각기 독특한 색깔을 가진 것은 사실이니까.

번팅의 경우, 그 무엇보다도 '낭송'을 강조하였는데, 그의 시들 상당수가 소나타 형식을 표방하며 그 자신도 음악의 전문인이었으며 그의 시의 진자는 원문을 낭송하면 즐겁다는데 있을 것이다. 특이하여 사뭇 이해하기 어려운 문법 구조나 생소한 단어의 사용 또한 이러한 음악적 요소를 위한 발받침이다.

그의 대표작인 <브리그플래츠>는 5편으로 구성되어 사계절에 따라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허구'로 구성된 자서전이다. 


뽐내듯, 달콤한 테너 황소는,
로디강의 마드리갈 춤에 따라 높여 노래하고,
조약돌 각각은
언덕들의 늦은 봄을 위한 부분이 되다.
발가락을 세우며 춤추는, 황소는,
산사나무 꽃에 맞서듯 검다.
우스꽝스럽지만 사랑스럽게
허들 넘듯 그림자들을 뒤쫓는다
아침부터 정오까지.
황소 가죽 위의 산사나무 꽃과
계곡 사이로 뻗은
고랑 가득 채운 산사나무 꽃은,
뱀도마뱀의 길을 포장한다.
-<브리그플래츠> 1 中, 바질 번팅


가수처럼 노래하며 뛰노는 황소의 풍경을 시작으로 그는 유년 시절의 첫사랑의 기억부터 되짚으며 삶의 허무함이나 황소 이미지를 다시 파시파에와 미노타우로스로서 등장시키고, 자신의 고향 노섬브리아의 전설과 풍경을 뒤섞는 모더니즘적인 '서사시'를 보이면서도, 그 사용은 그의 선배인 1세대 시인들과는 또 다르다. 생각 외로 전통과 신화는 번팅과 같은 이들에게 주된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번팅이 이런 걸 사용하는 점이 2세대 시인들 중에서 특이해보일 정도로.

무엇보다 이 시의 독특한 점은 20세기의 보기 드문 사랑시란 점일 것이다. 비록 노년의 나이가 된 시인은 이제는 썩은 시체와 자신이 더 가깝다고 여기며 염세적인 면모를 보이면서도, 지나간 사랑을 아름답게 노래한다.

그의 시들은 <브리그플래츠> 같은 장시 몇 편과 송가로 명명된 짤은 시들로 구성되는데, 하나하나가 독특하여 파고들기 어렵지만, 시 분량만으론 200여 쪽이라 모더니즘 시인을 읽는다면 만나볼만 할 것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3188
668
607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