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탁-로링호븐 <육신은 땀 흘린다> - 다다의 육신 독서일기-시



<모더니즘>이라는 사조는 사실 굉장히 폭력적인 사조일지도 모른다. 예이츠와 같은 자는 스스로를 최후의 낭만주의자라고 여겼지만, 오늘날 연구자들은 무자비하게 그를 모더니즘의 카테고리 안에 넣는다. 모더니즘에 속하는 자들은 사실 '모더니즘'이라는 집합에 강제로 묶이는 걸 제외하면, 그 안에서 너무나도 다양하면서 서로 반목되는 자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런 여러 모더니즘 내의 하위 그룹 중에서 사실 일반적인 독자가 제일 받아들이기 힘든 부류는 역시 다다-초현실주의 그룹일 것이다. 차라리 그림이나 음악, 혹은 무용이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독자들의 입장에서 사실 이들의 시와 소설을 온전히 즐기기는 어려운 법이다.

엘사 폰 프라이탁-로링호븐, 혹은 프라이탁-로링호븐 남작부인, 그것도 아니면 <남작부인>은 그러한 다다의 주요 인사 중 하나지만, 그녀가 쓴 문학이 굉장히 늦게, 최근에야 한권의 시집이 나오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그녀의 시 모음집 <육신은 땀 흘린다>다.

다다의 역사를 살피는 독자라면 프라이탁-로링호븐, 혹은 남자부인 자체는 꽤나 언급되던 걸로 기억한다. 적어도 그녀는 10-20년대 여러 다다 예술가들의 모델로도 활동하고, 본인이 직접 퍼포먼스와 행위 예술, 작품 활동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미국 다다, 혹은 뉴옥 다다의 중심적인 인사 중 하나였고, 마르셀 뒤샹 같은 자들 또한 그녀와 교류하였다. 영미 모더니즘 문학의 중심에 있던 파운드 또한 자신의 칸토스에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넣기도 했다. 주나 반스나 미나 로이는 그녀의 친구이기도 했다.

독일인지만, 미국에서 대부분의 시를 '영어'로 썼다는 점은 무엇보다 특이할 것이다. 거기에 3번째 결혼을 프라이탁-로링호븐 남작과 하여, 스스로를 '남작부인'이라는 일종의 필명으로 상징화하며 다다의 중심이 되었다는 점 또한 무척이나 특이할만하다.

원래 그녀가 대부분 발표하지 않았던 시 원고들(일부분은 <리틀리뷰>에 연재되며 어느 정도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은 그녀의 친구이자 역시 전설적인 모더니스트 주나 반스에게 넘겨졌으나, 반스 또한 모종의 이유로 그녀의 시집 출간 및 그녀의 전기를 완성하지 못하였으므로, 끝끝내 자신의 시집을 출간하려던 노력은 2010년대에 와서야 지켜지게 되었다.

<외침>

나는 죽고 싶다 -
나는 살고 싶다 -

이 사랑포옹
사이에서!

첫번째 '선집'이자 그녀의 문학 세계는 앞으로 더 연구되어야하므로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사실 전형적인 '다다'다.
그녀는 다다이스트들처럼, 언어를 가지고 놀며 의성어로 모든 걸 채우거나, 성적이고, 외설적인 걸 거침없이 드러내며 무의미한 농담을 즐기기도 한다.
그녀가 때론 퍼포먼스로서 자신의 신체시를 무대에 올렸다고 선집의 해설은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걸 볼 순 없을 것이므로, 다소 단조로운 대본의 일부만을 우리는 볼 뿐이다, 혹은, 그녀의 퍼포먼스 장면을 찍은 사진 일부를 보거나.

시에서의 레디메이드 기법, 즉 실제 당시 광고 문구, 브랜드 이름 등으로만 채워넣어 도시를 형상화하는 등의 기법은 흥미로우면서, 그녀가 다다의 중심이란 걸 알게 해준다. (물론 이는 해설로서 알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내 모옴의 정신은 타고났다 -
내 다다로부터 온 유산 -
그의 투박한 농담은 내게 수여되었다
이 외설의 반짝거림.
-<자손의 분석 화학> 중

그녀의 육신의 땀 흘린 말처럼, 우리는 남작부인이라는 다다의 유산 일부분을 아직 맛볼 뿐이다. 다만, 그 전체를 밝히는 것은 역시 다다 연구자들의 몫일 테고, 현재로선 관심 있는 독자라면 즐기기엔 충분할 것이다.

그녀를 소재로 하는 전기나 문학 작품들도 더러 나오는 모양인데, 아직 읽어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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