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1) <바다와 사르디니아> - 과거, 그리고 미래 프로젝트-D.H. 로렌스



어째서 로렌스를 좋아하는가, 란 질문엔 사실 답을 못하겠다. 물론 그는 글을 잘 쓰지만, 내 취향과 완벽하게 맞다고 하기 어렵다. 그의 사상엔 딱히 동의하지도 않고, 오히려 몇몇 부분에선 비판적인 쪽에 가까울 것이다. 그의 대표작처럼 여겨지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사실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좋아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 

그래도 굳이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역시 로렌스의 (긍정적인 면으로의) 기이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모든 대가는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로렌스의 경우엔 태생적으로 아웃사이더였기에 늘 불모지를 찾아다녔고, 그렇기에 기이함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는 특징이 아닐까?


그는 40 조금 넘는 짧은 생 동안 수많은 곳을 방랑하였고, 수많은 글을 다양하게 남겼다.

<바다와 사르디니아>는 그런 그의 사르데냐 섬 여행기다.


1차 대전 직후 로렌스는 '증오스런' 영국을 떠났고, 이탈리아에 머물렀다. 그리고 이 여행기는 그 과정에서 잠시 그가 '야만'을 찾아 사르데냐 섬으로 가는 여정을 담은 여행 에쎄이다.

왜 하필 사르데냐인가? 이에 대한 의문을 그는 여행기 초반에서부터 쉽게 밝힌다. 사르데냐 섬은 말 그대로 '불모지'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로마 등의 손길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채, 과거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곳, 그곳이 로렌스를 사르데냐로 이끈 핵심적인 이유였다.

이후 이 여행기는 일단은 순차적으로 로렌스와 그의 아내 프리다의 사르데냐 여정을 담는 듯싶다. 로렌스가 묘사하는 전통이 남아있는 사르데냐의 여러 도시와 마을들, 그리고 풍경은 그 자체로 빼어난 여행기처럼 보인다. 인상을 기록한 쪽에 더 가깝기에, 실질적인 여행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지라도, 그의 묘사들이 실제 여행에 방해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여행기의 본질은, 다른 로렌스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그리고 작가들의 글이 그러하듯, 로렌스 본인의 생각과 예언에 가깝다.

로렌스 본인이 언제나 강조했듯, 1차 대전 이후 모든 것은 달라졌다. 그리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사람들에겐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로렌스는 언제나 미지의 땅을 찾아 방랑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과거를 아직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르데냐를 찾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다.


그 여정에서 로렌스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로렌스는 앞으로 다가올 자신이 예견한 변화들을 대신 들려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역시 마지막에 수록되는 오페라 극장에서 이탈리아 사람과의 대화다. 

이탈리아는 승자이며 독일은 패자지만, 결국 모두가 패자이기에 동료이며, 진정으로 모든 이익을 가져간 사기꾼은 영국이라는 이탈리아인의 말이 단순히 있었떤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란 점은 소설가를 아는 이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여행기는 여행기면서 동시에 1차 대전 이후 뒤바뀐 사회와 그 미래를 보여주는 산문이기도 하다.

물론 로렌스 본인은 그 미래에 크게 얽매이진 않았을 것이다. 대신 그는 빈 땅을 찾아 방랑을 계속한다.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이제 과거를 단순히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뒤바뀐 자리를 채워줄 미지와 과거니까.

이는 그의 신비주의로 쭉 이어지며 로렌스 독자들을 어쩌면 괴롭힐지도 모른다.





* 놀랍게도 예전에 국내에도 번역된 적은 있다. 나쁜 책은 아니지만, 로렌스의 진정한 걸작 중편들 먼저 번역해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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