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노 부차티, <타타르 황야> / 단편집들 독서일기-소설




디노 부차티는 내가 알기로 아직 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으나 종종 이탈리아의 카프카로 비유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종류의 카프카 운운되는 작가들이 그러하듯, 카프카는 오직 카프카이며, 카프카들은 카프카가 아니라, 제각기 자신의 본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카프카는 거꾸로 해도 카프카이듯, 브루노 슐츠가 슐츠이듯, 부차티는 부차티다.


물론 그의 대표장편 중 하나인 <타타르 황야(스테프)/사막>은 어느 정도 카프카를 연상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K가 성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미로에 스스로 갇히듯, <타타르 황야> 또한 타타르족들이 언젠가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황야를 지키는 요새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병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카프카가 언제나 미로와 반복에 주 관심을 둔다면, 부차티의 경우는 '흐름'에 관심을 둔다.


처음, 병사가 외딴 요새로 발령이 나서 그곳까지 가는 여정, 그리고 어딘가 기괴한 요새 안의 풍경까지, 모든 것은 실시간처럼 진행되는 듯 보이나

어느 날 불쑥 깨달으면, 세월이 순식간에 흐르고, 자신도 모르게 늙어서 지나간 나날들을 후회하듯,

어느새 병사는 요새에서 나갈 수 없고, 고향의 친구들이 제각기 늙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가운데에서도 홀로 늙으며, 언제 올지 모를 야만인들의 습격을 대비할 뿐이다.

그 오랜 흐름과 기다림 끝에서 병사는 결국 '기다림'만을 받을 뿐, 설령 타타르 족의 군대가 쳐들어오는 순간, 말 그대로 요새의 목적이 비로소 실현되는 그 순간엔 그저 기다림 끝에 지치고 늙은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아니, 버려진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만.


카프카를 연상케, 혹은 닮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부차티의 글 자체는 카프카와는 다른 매력이 있으므로 카프카를 읽었다고 하여 읽지 않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때론 씁쓸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오래된 이탈리아 고전 영화 같은 느낌으로 부차티는 때론 희극을, 때론 기괴한 비극을 그린다. <타타르 사막>의 경우엔 병사에겐 안타깝게도 후자지만, 그의 단편들의 색깔은 다양하므로 여러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그의 대표적인 단편군들 중 하나는 가상의 괴물이 나오는 단편집들이라는데, 영역으로도 거의 없거나 구하기 힘든 듯 하여 제대로 즐겼다고 하기엔 어렵겠지만, 그럭저럭 대표장편과 몇 편의 단편으론 나름 즐기며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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