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 <니콜라이 고골> - 죽은 고골 프로젝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한 작가의 전기를 쓰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자신이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모습을 감추거나, 혹은 작가와 함께 저자가 독자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과감하게 드러내거나.

나보코프의 경우는 명백히 후자다. 물론 그의 소설들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 자의식 강한 예술가가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법은 없으리란 걸 잘 알 것이다.

그렇지만 니콜라이 고골이다. 러시아 문학의 근간 중 하나이자 나보코프 본인 또한 존경하는 고골의 '전기'를 쓰는 가운데에도 나보코프는 자신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정도가 아니라, 이것이 자신의 소설 작품이라도 되는 양 험버트 험버트나 기타 모든 이들에게 그러했듯, 모든 걸 조종하려고 든다.

사족이지만, 이 전기가 출판될 당시의 미국에서의 나보코프는 <롤리타>를 쓰기 이전이었다. 누구나 알 법한 작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코프는 거리낌없이 자신의 '소설'을 보여준다.


고골의 끔찍하면서도, 기묘하고 익살맞은, 어떤 의미에선 고골 자신의 글에 어울릴 법한 죽음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170여 분량의 짧은 '전기'는 앞서 언급한대로, '고골'을 주인공으로 삼는 나보코프의 기나긴 소설군의 일원이다.

물론 일말의 자비도 없는 나보코프의 주인공들과 달리, 나보코프는 자신의 문학적 선배를 존경하고 애정하나, 불행하게도 고골의 삶 자체가 이미 '고골'스러웠으므로 나보코프조차 구원해줄 순 없었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이 소설 같은 '전기'라고 하기에도 조금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다. 기록에 미친 앵글로색슨인들이 한 인물의 세세한 일상들을 편집증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수천 쪽 분량의 전기를 작성한다면, 슬라브 나보코프는 고작해야 170여 쪽, 색인과 짭ㄹ은 연보까지 합친 짧은 분량만을 할애한다.

거머리 치료를 받으며 끔찍하게 비명을 지르는 고골의 최후에서 시작하여 곧바로 잠깐의 탄생 이후 다시 고골의 페테르부르크 상경으로 쉴 틈 없이 넘어가는 이 전기는 고골의 삶을 다루는 소설이자 그의 작품들, 정확하게는 나보코프 본인이 애착을 갖는 고골의 작품들에 대한 평론집이라 일컫는 쪽이 더 올바르다.

물론 일부 전기적인 사실들, 그리고 고골이 스스로 과장하고 허풍을 떤 일화들에 대하여 냉정하게 선을 긋는 나보코프의 설명 등 전기적인 사실 전달도 없는 것은 아니나, 그가 전달하는 모든 삶의 조각들조차 결국은 고골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들로서 제시된다.

나보코프 본인은 고골의 초기 단편들, 우크라이나 설화들을 혐오하며 그저 러시아 문학의 발전이 더뎓기에 높게 평가받았다고 여기며 이들을 통하여 고골을 '희극스러운/유머스러운' 작가라는 평을 내리는 모든 이들을 혐오하고 그들의 평가와 생각을 증오한다.

그가 다루는 것은 희곡 <검찰관>,<죽은 혼>, 고골의 종교관, 그리고 <외투>다. 거기에 더하여 영어 번역자들이 얼마나 고골을 난도질하고 제대로 알지 못하였으며 오역했는지에 대한 투덜거림과 나보코프 식으로 제시하는 고골들까지 덤이다.

(나보코프는 이 책에서 스스로 번역하여 고골의 편지나 작품 일부를 수록하는데, 그의 서간집을 보면, 만족할 수 없는 영역들에 대한 혐오감과 스스로 번역까지 해야하기에 작업이 느려지는 것에 대한 한탄 등이 드러난다)


나보코프가 무엇보다도 주목하는 것은 'Poshlust (속물근성)'이다. 속물근성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지만, 나보코프 본인이 이 책에서도 거듭 강조하듯, 다른 언어로 정확히 번역될 수 없는 러시아만의 단어 중 하나다. 나보코프가 예시로 든 poshlust적인 인물들론 햄릿의 폴로니오스, 마담 보바리의 오메 등이 있다.

고골의 작품에서 나타난 이러한 poshlust를 보여주고, 고골이 어떻게 러시아 문학을 바꾸어놓았는지 끝없이 예찬하며 그러면서도 그의 '종교적인 몰락'에 대해선 마치 자신의 주인공들을 대하듯 때론 비판하며 한탄하는 나보코프의 모습은 사실 그의 소설들에서의 냉혹한 모습을 생각하면 인간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보코프의 분석들이 어떠한 방식인지는 국내에도 출간된 그의 문학강의들을 통하여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고골> 또한 그런 류의 책들 중 하나이기도 하므로.


그러나 고골의 탄생일로 다시 고골의 삶을 끝마치면서도 편집자와의 가상인지 아닌지 모를 텍스트에 대한 코멘터리, 그리고 나보코프 본인의 생각으로 쓰여진 고골의 연보와 색인까지 이어지다보면, 마치 <창백한 불꽃>이나 그의 연구대작 <에프게니 오네긴> 주석본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고골 자체에 대해선 더 좋은 연구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보코프가 쓴 고골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거기에 더하여 좋은 고골에 대한 평론까지 읽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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