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르 바예호, <오늘처럼 삶이 싫은 날이 없었다> - 안데스에서 온 전령 독서일기-시


<삶에는 충격들이 있다, 너무나도 강한.....나는 모르겠어!>
- 검은 전령 中


남미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시인 중 하나였던 페루의 세자르 바예호는 그 삶만 봐도 빈말로라도 좋다고 할 수 없었고,
그는 언제나 삶의 수많은 충격들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그의 시들은 자신의 삶에 가해진 여러 충격들을 형상화하지만, 결코 정확히 표현될 수 없다. 

그가 말했듯, 삶의 충격들을 알 수는 없다. 어쩌면 느낄 뿐.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내가 살아 있고, 내가 고생했다는 걸
모두들 압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나 끝은 모르지요.>
- 같은 이야기 (tr.고혜선)


몇몇 그의 시, 주로 초기시들은 종교적으로까지 보인다. 마치 수난을 받듯, 그는 알지 못할 충격들에 대해 구원을 외친다.
신에게 고난을 호소했고, 그 끝엔 신의 고통, 혹은 신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듯하다.


그의 두번째 시집 <트릴세>는 그의 명성을 오늘날 만들어준 기묘한 모더니즘적 시집이지만, 난해하기 그지 없기도 하다.

사실 '제목에서부터 그렇다. 마치 바예호의 삶에 가해진 알 수 없을 고통처럼 '트릴세'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지 않았으니까.

그의 친구 중 하나가 회고하기를, 사실 세자르 바예호는 이 시집에 다른 제목을 붙여주었으나 중간에 바꾸기 위하여 인쇄업자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책의 일부가 인쇄에 들어간 상태였고, 바꾸기 위해선, 그 당시 돈으로 그다지 비싸지 않은 3 리브라를 지불해야만 했다.

물론 바예호에겐 너무나도 큰 돈이었다. 망설이며 자신도 모르게 바예호는 '3 (tres)....3.....3.....'을 중얼거리다 혀가 꼬여 트릴세란 기묘한 음을 내뱉었고, 이를 마음에 들어, 자신의 이 두번째 시집에 <트릴세>란 제목을 지어주었다는 것이 그의 친구의 설명이다.


이러힌 기묘한 일화 만큼, <트릴세>는 분명 파격적인 시집이었다. 오늘날까지도 남미 아방가르드 문학에서 동시대의 모더니스트 비센테 우이도브로의 <알타소르>와 더불어, 대표적인 시집으로 남아있는 만큼 난해하고 실험적이며 파격적이었다.

기묘한 시어들.
때론 바예호가 임의로 바꾸는 철자들이나 글자의 모양, 혹은 숫자들을 시어로 삼는 등의 기묘한 실험. 자신의 연애사를 중심으로 하는 성적 은유들.
그러면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서정성까지.

<이름을 부르며 어둠 속에서 더듬대며 찾는다.
나 이렇게 혼자 내버려두면 안 돼,
나만 혼자 가둬두면 안 돼.>
- 트릴세 3 (tr.고혜선)

0을 줘도 안 된다, 1을 깨워서
서게 할 때까지는 굳게 침묵할 터이니.>
- 트릴세 5 (tr.고혜선)



그의 마지막 시집 <스페인이여! 나에게서 잔을 거두어다오>이나 유고들을 봐도, 그 형식 자체는 조금 달라질지언정, 바예호의 삶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고통들을 마주하고 고통받으며 표현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항상 산다는 것이 좋았었는데, 늘 그렇게 말해왔는데,
내 전신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내 말 뒤에 숨어 있는
혀에 한 방을 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tr.고혜선)




국내에 최근 소개된 바예호 선집은 얼추 그의 작품 전반에 해당되는 작품들을 담고 있어 입문하기 괜찮다. 다만, <트릴세>같이 난해한 작품의 부분만이 담긴 것은 조금 아쉽다. 

덧글

  • 진심정도 2020/03/31 10:48 #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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