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막간극>-삶이라는 이름의 기묘한 막간극 독서일기-희곡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이다.' 란 사르트르의 말이 있습니다.

삶은 곧 탄생과 죽음 사이에서의 선택이란 말이죠.


유진 오닐의 희곡 <기묘한 막간극>을 보면,


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기묘한 막간극이다, 란 말이 떠오릅니다.


이 2부 9막, 200여쪽에 이르는 이 거대한 희곡은 '막간극'이란 말이 무섭게, 왠만한 희곡의 분량을 가볍게 압도합니다.

이 작품으로 유진 오닐은 세번째 퓰리처 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읽은 후, 처음 든 생각은 이 작품이야말로, 유진 오닐의 진정한 걸작이구나, 였습니다.

유진 오닐은 제가 좋아하는 희곡작가 중 하나이고, 감동 면에선, 그가 '피와 눈물'로 쓴 <밤으로의 긴 여로>가 최고의 작품이겠지만,

깊이 면에서나, 종합적인 면에선 이 <기묘한 막간극>이 진정한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희곡은 굉장히 특이한 기법이 쓰였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일반적인 '대사'와 더불어, 동시에 자신의 내면의 '방백'을 끊임없이 합니다. 그럼으로서, 인물의 속마음 등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희곡은 니나라는 여자의 삶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니나는 전쟁을 통해서, 사랑하는 고든을 잃었으며, 그 때문에 '고든'의 기억에 사로잡혀 살아갑니다.

그런 그녀를 치료하기 위하여, 주위의 세 남자들은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이 희곡에 나오는 사람들은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표현된 것처럼, 모두 어딘가가 결손된 안개 인간들입니다.

세 남자는 각각 니나의 아빠, 연인, 남편 역할을 수행하며, 결국 니나는 자신의 아들 '고든'을 낳게 됩니다.

이 희곡은 삶이 곧 기묘한 막간극이란 취지 아래, 니나의 삶을 9개의 막들로 표현합니다.

니나는 딸이 되기도 하며, 아내가 되기도 하고, 연인이 되기도 하고, 어머니가 되기도 하며, 다시 딸이 되기도 하죠.


니나를 둘러싸고, 세명의 남자와 그녀의 아들은 욕망과 기억의 파편으로 얼룩진 투쟁을 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상처 받습니다.

작중 니나도 결국, 고든과 죽음이란 기억의 유령에 휩싸여,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희곡도 결국 한 여자의, 아니, 한 인간의 일생을 보여줍니다.

누군가의 딸(아들)로 태어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을 하며, 자식을 낳고, 자식을 키우고, 그리고 그 자식을 떠나보내죠.


마지막 장면에서 마침내,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이 끝나고, 다시 태어나, 어린 딸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가슴 아프면서도, 매우 감동있었습니다.

니나와 그녀의 남자들의 비극적인 삶은 마치 기묘하면서도, 한 차례 지나갈 뿐인, '기묘한 막간극' 과 같습니다.

"기묘한 막간극! 그래요, 우리의 삶은 그저 하느님의 무대 아래, 기묘하고, 어두운 막간극이었어요. 
당신이 너무나 평안해요, 찰리.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당신은 내 아빠 같고." 란, 니나의 대사가 아주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물론, 제가 늙은 후, (생긴다면), 주위 모든 사람들과 자식을 떠나보내고 나면, 더 마음에 와닿겠죠. 


결국 탄생과 죽음 사이에서, 저마다 마음 속 상처를 지니고, '기묘한 막간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모두 우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글루스 가든 - 천 권의 책읽기

덧글

  • 2011/07/19 15: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HALOFF 2011/07/19 18:08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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