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프로젝트 (37)- 음향과 분노로 가득한 어느 백치의 이야기 프로젝트-셰익스피어

안녕하십니까, 오늘 읽은 것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였습니다.

4대 비극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맥베스의 특이점은 맥베스가 악인이라는데 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악행을 벌이고, 결과적으론 심판을 받습니다.


"천둥, 번개, 그리고 세 마녀 등장." 이란 짧지만 유명한 무대 설명으로 시작하는 맥베스는

그 분량은 짧지만, 굉장히 강렬한 희곡입니다.

맥베스 본인이 상당히 나약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악행을 저지른 원인은 마녀들의 예언에 있으며, 실제 왕을 살해할 때조차 아내이자 또다른 악역인 레이디 맥베스의 '구박'의 힘이 컸죠.

그러나 모든 악행의 주체는 결국 맥베스입니다.

그는 '욕망'에 의하여, 스스로의 결정 아래 악행을 저질렀죠.


그러나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런 '스스로의 결정'이 사실상 그를 '운명'의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를 흥하게 한 것도, 망하게 한 것도 결국은 마녀들의 예언이죠.

마녀들의 대사 자체를 보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대부분 모순적인 것들을 말하죠: 위대하지 못하나, 더 위대하다/아름답지만, 추하다 등등. 어쩌면 이런 맥베스의 아이러니를 잘 드러내는 대사인지도 모릅니다.

자식까지 버리는 맥더프 나 은근슬쩍 후손들이 왕이 될 욕심을 비추는 밴쿠오 등 사실상 이 희곡은 선악으로 뒤범벅된 모순의 희곡입니다.

맥베스는 악인이지만, 그도 결국은 한낱 인간에 불과합니다.

왕을 살해하기 전 목격한 단검, 미친듯이 손을 씻는 행동, 밴쿠오의 유령 등 여러모로 죄책감을 버티지 못하고 나타난 현상의 일부들입니다.

이 점은 또다른 악인인 레이디 맥베스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강인해보이던 그녀조차 손에서 피냄새를 맡고, 맥베스보다도 빨리 극에서 퇴장하죠.

비록 악인이고, 운명의 꼭두각시로 전락해버리지만, 개인적으로 맥베스는 강한 인물이라고 봅니다.

유약해보이는 면도 있고, 운명에 패배했지만, 그는 결코 자살하지 않고, 운명을 알면서도 맥더프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으니까요.

비록 악인이고, 패배을지라도, 이런 점이 맥베스를 기억될만한 인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작중 아내의 죽음을 들은 후, 맥베스의 독백은 <맥베스>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 중 하나이자,

이 희곡을 잘 나타냅니다.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내일. 

날마다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까지 

하찮은 속도로 기어간다. 

우리의 모든 어제라는 날은 

어리석은 자들이 티끌로 돌아가는 

죽음의 길을 비춰줄 뿐.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아! 

인생이란 한낱 걸어가는 그림자, 

자기가 맡은 시간만은 무대에서 뽐내고, 

안달하는 불쌍한 배우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진다.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음향과 분노로 가득한 

어느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 -5막 5장 中



이런 음향과 분노로 가득한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는 <맥베스>를 의미하기도 하겠지만, "인생은 곧 연극."이란 셰익스피어의 모토를 따지면, 곧 우리의 삶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삶을 맥베스처럼 운명에 저항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죠.


참고로 포크너의 대표작 <음향과 분노>의 제목이 저 대사에서 나왔습니다.


내일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입니다.



댓글 부탁드립니다.



이글루스 가든 - 천 권의 책읽기

덧글

  • dabb 2011/08/09 17:26 # 답글

    늘 잘 보고 있습니다.
    맥베스, 정말 매력있는 작품이죠.

    맥베스 리뷰는 본문 텍스트 효과설정이 뭔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 그냥은 잘 안 보이네요.
    (혹시 일부러?)
  • JHALOFF 2011/08/09 19:29 #

    그냥 평상시랑 똑같이 썼는데 이상하네요.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 시무언 2011/08/15 16:36 # 삭제 답글

    맥베스는 확실히 묘하죠. 사실 많은 범죄자들이 맥베스와 같은 고뇌를 겪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로사와 아키라가 각색한 거미집의 성도 흥미롭게 잘 각색했죠. 맥베스에 해당되는 인물이 싸우다 죽는게 아니라 배신당해 죽는다는 엔딩도 인상적이었고. 로만 폴란스키 버젼의 맥베스는 구질구질하면서 비참한 악몽같은게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것 같고요.
  • JHALOFF 2011/08/15 16:51 #

    아키라 감독 작품 재밌게 봤습니다. 폴란스키 버전은 안 봤네요. 나중에 봐야겠습니다. 저는 갠적으로 오슨 웰즈 버전도 좋더군요.
  • 크래용 2014/04/26 15:02 # 삭제 답글

    반쿠오가 역사상 제임스왕의 조상이라고 나와있는데, 저는 셰익스피어가 반쿠오를 왕권신수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등장하게 한 캐릭터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쿠오가 마녀들의 예언을 안믿는건 또 아니죠, 어떻게 보면 더 믿으니까 맥베스처럼 행동을 안한거구요. 저는 맥베스가 표면상으로는 왕권신수설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걸 까는 내용이 좀 있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맥베스를 니체 철학이나 실존주의에 연관시킬 수 있을까요?
  • JHALOFF 2014/04/28 05:04 #

    뭐 연구자들은 무수히 많으니, 그렇게 연관짓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겠죠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2289
577
604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