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잉여의 <율리시스> 도전기(완독 후기) 프로젝트-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그것은 곧 [세계] The World. 800여 쪽도 단 하루란 시간을 묘사하는 데 쓰일 뿐.  시간을 멈춰라, 마이 월드야! 

이 자식, 네 놈의 책을 읽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냐?

넌 네가 지금까지 먹은 빵의 갯수를 알고 있나?

읽을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그만둘 때는 아니란다.


나는 잉여다. 만약 내가 이제까지 이룩한 모든 잉여짓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뽑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네간의 경야>를 읽은 것을 뽑을 생각이다.



변태란 무엇인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머, 변태!"라고 외친다면, 그것이 곧 변태가 아닐까?

<피네간의 경야>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느 아일랜드 출신의 미치광이가 쓴 책이다. 그것을 읽은 나도 변태다.



아일랜드는 비록 조그만 나라이지만, 예부터 문학의 다양한 변태들을 생산한 희대의 변태 수출국이다.

4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드라큘라>의 브람 스토커 나 <걸리버 여행기>의 조나단 스위프트, 
무심한듯 시크한 오스카 와일드 등 아일랜드는 많은 기괴한 변태들의 고향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일랜드가 낳은 희대의 변태이자 미치광이가 있었으니.

아일랜드 산 변태 제임스 조이스 선생


그의 이름은 제임스 조이스.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하나로 뽑히면서, 영문학의 절대 본좌 중 하나로 등극한 사람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너무나 먼 작품들을 양산한 희대의 변태다.

이 변태가 낳은 희대의 괴작 <피네간의 경야>를 한 번 완독한 후, 나의 마음속에는 또다른 잉여짓이 떠올랐다.

조이스란 이름의 변태가 낳은 또다른 괴작 <율리시스>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율리시스>는 어릴 적, 무심코 크고, 아름다운 번역본의 두께에 이끌려, 학교 도서관에서 읽으려고 시도했다, 
포기한 경험이 있는 책이다.

처음 독서를 계획했을 때, 나의 마음가짐은 간단했다.

나는 이미 조이스가 낳은 최고의 변태 작품을 읽었다-! 그렇다면 <율리시스>를 읽는 것은 쉬울 것이다-!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확실히 <율리시스>는 <피네간의 경야>에 비하면 '정상'적인 작품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의미다.


일반적인 책의 난이도를 1이라 평가하면, 어려운 책의 난이도는 5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피네간의 경야>는 
15로 평가하고 싶다.

<율리시스>는? 13 정도.


뭐, 어쨌든 나의 또다른 잉여짓은 시작되었고,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다.

프로젝트 기간은 대략 일주일. 포스팅 시작 날짜는 8/11부터 시작했으며, 끝은 8/18일에 끝났다. 약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완독'이 목적이었기에, 속전속결로 끝낸 것이다.


우선 <율리시스>란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조이스는 <율리시스>를 쓴 후,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율리시스>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두었기에, 앞으로 수세기 동안 대학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작가 스스로가 이 책으로 연구가들을 엿 먹이겠다고 공언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율리시스>는 조이스가 <오디세이아>의 패러디 형식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의 레오폴드 블룸이란 사내의 '하루'를 
쓴 소설이다. 참고로 문학의 역사상 가장 긴 하루를 묘사한 작품이다. '하루'의 분량이 대략 800여 쪽이다.

<율리시스>는 20세기 최고의 작품이자 영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며, 문제는 조이스 본인이 
이 <율리시스>에 모든 것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책이 더욱 괴악해진다.


<율리시스>를 완독한 사람보다 <율리시스>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의 수가 더 많을 것이다, 
중요하나 아무도 안 읽는 책, 영문학 전공자들도 조이스 전공자 빼면 안 읽는 책 등등 여러모로 괴악한 악명이 많다.


이 책의 어려움은 끝도 없이 많지만, 몇 가지만 언급하겠다.

우선, 수많은 문학적 실험들이 그 이유다.

이 책에서 많이 쓰이는 기법은 무엇일까?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이다. 굳이 우리나라 소설과 비교하자면, 
이상의 소설이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과 같은 기법으로 쓰인 책이다. 한 사람의 의식과 바깥의 경계를 허무는 기법이다. 읽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인가 사람을 짜증나게 만든다.
더군다나 책의 분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데 크게 일조하는 기법이다.

그것 말고도, 희곡 형식 이나 교리문답 식, 아예 문장기호를 안 쓰거나,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등 
수많은 상상력 풍부한 방법으로 독자를 괴롭힌다.

두번째로는 이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지식들이다. 물론 내가 이것들을 전부 알고 있다면, 책 읽는데 
수월했겠지만, 대부분 모른다. 그냥 읽으면서, 꼭 필요한 지식들을 나열해본다.
약 10개 정도의 언어. 대놓고 불어, 라틴어 등등이 쏟아진다. 설명이 필요할까? 아, 참고로 <피네간의 경야>에선 
약 40여 개의 언어가 쓰였다.

철학. 좀 더 엄밀하게는 주로 중세 철학 쪽. 아퀴나스의 철학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이거에 대해선, 조이스가 
이쪽 방면에 밝았다.

<오디세이아>에 대한 지식. <율리시스> 자체가 <오디세이아>에 대한 패러디다. <오디세이아>를 모르면, 
읽기 힘들 것이다.

영문학에 대한 지식. 군데군데 패러디도 쏟아지고, <태양신의 황소들> 장 같은 부분은 아예 영문학의 역사를 
재현한 장이다. 참고로 조이스가 이쪽 방면에 밝았다.

아일랜드 신화와 역사. 조이스의 작품은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의 작품에서 
아일랜드 신화와 역사는 빼놓을 수 없다. 알면 편하다.

신학, 혹은 성경적 지식. 이것도 마찬가지다. 알면 편하다.

잡다한 지식. 예로 천문학 지식 같은 것. 알면 편하다.

조이스의 생애. 조이스는 자전적인 내용이 무척 많다. 전기 하나 구해서 읽으면, 훨씬 작품 읽기가 수월해진다. 
리처드 앨먼의 조이스 전기가 진리다.

그 밖에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한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지만, 너무 많으므로 생략하겠다.



책 전체가 어려웠지만, 가장 어려웠던 장을 두 개 꼽자면, <태양신의 황소들>, <이타카>를 꼽고 싶다.
 <태양신의 황소들> 같은 경우, 장 전체가 고어로 시작해서 점점 문체가 변하는 등, 영문학의 역사를 재현한 장이라
읽는데 어려웠고, <이타카>의 경우,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너무나 많아 파악하기 힘들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 세 개는 각각 <페넬로페>, <키르케>, <텔레마코스> 순이었다.


책의 줄거리는 무지막지한 분량에 비해서는 비교적 간단하다.

오디세우스, 텔레마코스, 페넬로페에 해당되는 인물들은 각각 블룸, 스티븐 데덜러스, 그리고 블룸의 아내 몰리다.

블룸은 유태계 광고업자로, 아내의 바람을 눈치채고 있지만,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 하는 나약한 남자다.

스티븐은 젊은 예술가로서, 아버지가 필요한 학생이다.

블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904년 6월 16일의 더블린을 방랑하고, 스티븐 등 여러 사람과 만나며, 집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그런 더블린의 약 18 시간 동안의 하루를 다룬 책이다.

책이 전체적으로 <오디세이아>의 패러디인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한 패러디는 아니다. 현대의 <오디세이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율리시스>일 것이다.


분명 레오폴드 블룸은 현대의 오디세우스다. 그는 입체적인 면모를 가졌다. 그러나 그는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영웅이 아니다. 그는 한낱 도시의 소시민에 불과하며, 소심하다.

그에게는 영웅이나 구원자로서의 면모나 악당으로서의 면모 등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면을 가졌지만, 그는 계속 
소시민으로 남는다.

그의 정싱적인 아들인 스티븐과도 어울리지만, 실제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그는 아들과 헤어져야한다.

그는 구원을 찾아 하룻동안 더블린을 방랑했지만, 그에게 결코 변화는 없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인 하루였으며,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잠에 든다.

이는 어쩌면 고대와 현대의 차이일 지도 모른다. 고대엔 영웅과 그의 영웅담, 그리고 복수가 존재한다.

그러나 현대의 블룸에게는 영웅이 될 기회나 능력도, 바람피는 아내와 바람피는 상대에게 복수할 능력도 없다. 
이런 점에서 그는 비참하고, 몰락한 오디세우스다.


그렇지만 작중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몰리의 독백을 들어보면, 아직 이들의 부부 사이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분명 그들에겐 희망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블룸의 방랑은 고작 '하루'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고작 하루다. 오디세우스의 10년 방랑과는 달리, 블룸은 겨우 하룻동안 방랑했으며,

그 하루 마저도 일상적인 하루다. 그에게 기회는 많을 것이다.

스티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작중 예술가다. 그리고 그는 아직 젊다. 조이스 본인의 캐릭터인 스티븐은 
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율리시스>란 소설은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의 삶과 그 붕괴 등을 그렸지만, 그러면서도 구원을
잊지는 않았다.


책장을 덮고서 한동안 더블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책의 하루인 6월 16은 아일랜드에선 블룸스데이라 부르며, 더블린에선 조이스와 <율리시스>를 기리는 행사를 
개최한다. <율리시스>가 비록 여러 악명을 지녔지만, 더블린에서 기리고, 사람들이 모일 만큼 일반인과 거리가 먼 책은
아니다.

<율리시스>를 보면, 확실히 조이스가 그 당시 더블린을 얼마나 잘 묘사했는지 알 수 있다.  현대의 <오디세이아>지만, 
'더블린'을 담은 책이 곧 <율리시스> 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단순해보이는 이야기 말고도 할 애기는 많다. <율리시스>는 보르헤스의 모래의 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조이스는 이 책에 모든 것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얼핏얼핏 보인다.

<피네간의 경야>가 밤을 표현했다면, 이 책은 낮을 표현한 작품이다. 둘 모두 희대의 괴작이며, 희대의 걸작이다.


조이스는 분명 현대의 셰익스피어다. 

이제 <율리시스>를 완독하면서, 사후 출간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조이스의 작품들을 읽었다. 희곡만을 제외하면,
4편의 소설,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스>, <피네간의 경야> 와 시들을 읽은 것이다.

확실히 조이스는 희대의 천재이며,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작품들을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는 한 6개월 정도 시간을 잡고, <율리시스>와 <피네간의 경야>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볼 생각이다. 
이미 한 번 완독은 했으니, 다음번엔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 물론 관련 서적들을 일단 읽고 난 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나는 변태이며, 조이스도 변태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지금은 상관없다.


이 책을 읽은 후, 나의 변화
- 조이스 찬양이 25 증가했습니다.
-"이히히 조이스는 또라이야, 또라이!" 란 생각이 20 증가했습니다.
-"나는 변태다-!"란 생각이 25 증가했습니다.


이히히 조이스는 또라이다 또라이-!! 이히히히히

다음 번엔 한 번 <피네간의 경야>와 <율리시스>를 비교해 볼 생각이다.

아 더블린으로 성지순례 가고 싶다.

마지막은 책장 인증이다.



이글루스 가든 - 천 권의 책읽기

덧글

  • 시무언 2011/08/18 15:07 # 삭제 답글

    책장보니까 엄청 부러워지네요...전 책장 두개에 꽉차서 위에 놓고 어디다 놔야 되나 고민인데...

    유명한 일화로 이런 일화가 있잖습니까. 어느 기자가 조이스에게 1차대전때 뭘 했냐고 하니까 "난 율리시스를 썼소. 당신은 뭘 했소?"라고 한 얘기. 그만큼 중요한 얘기라고 있겠지만...너무 어렵습니다.

    전 오디세이아는 읽어봐서 기본 조건(?)은 충족한것 같은데 문제는 다른게OTL
  • JHALOFF 2011/08/18 17:53 #

    그 일화 유명하죠. 제가 알기론 조이스 기념관에도 있던데, 나중에 더블린 꼭 가보고 싶네요. 사실 ''기본조건''이라고 말은 했지만, 저도 대부분 충족 안 됩니다. 그냥 알면 '편하겠다,'라고 생각이 든 것들이죠.
  • 쟈쿠 2011/08/28 18:15 # 삭제 답글

    축하합니다 JHALOFF님을 찬양하겠씁니다.
  • JHALOFF 2011/08/28 20:36 #

    감사합니다.
  • sisid 2011/10/18 11:26 # 삭제 답글

    아... 율리시스는 너무 멀다고 생각해 젊은 예술가의 초상부터 읽다가.. 중간(아니 초반)에 포기한 저로서는 할 말이 없군여.. 끝까지 버텨보려고 했는데, 최근에 제가 세운 결심-오직 나의 쾌락을 위해서 읽자-에 너무나 반하는 것 같아서 걍 덮었어요.... 대체 어떻게 그걸 다 보신거요..? 진짜 대단;;;
  • JHALOFF 2011/10/18 18:49 #

    그냥 문자 그대로 '읽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냥 한번 딱 마음먹고 완독만 해보자란 생각으로 해봤습니다. 다시 하기는 좀 두렵네요.
  • 공군 2013/05/16 17:06 # 삭제 답글

    공군 2년을 바쳐 율리시즈를 원서로 읽어보려합니다. 먼저 번역본을 읽고 다시 읽든 어떤 방법을 통하든 2년 안에 원서로 한 번 '읽어는 보려' 하는데요. 혹시 원서로 읽으셨는지요? 그러셨다면 어땠는지, 도움이 되었던 다른 책읽기나 참고 자료 등은 어떤 것이었는지 여줘보려합니다.
  • JHALOFF 2013/05/17 20:25 #

    더블린 사람들이랑 젊은 예술가의 초상. 그리고 리처드 엘만의 조이스 전기 읽어보시는게 도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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