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제1부>-신에 의한 소녀의 구원 독서일기-희곡

포스팅거리가 없어 예전에 썼던 글 블로그에 재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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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학에는 여러 작가에 의하여 각기 다른 해석으로 쓰여 지는 인물들이 몇몇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는 돈 주앙이라 할 수 있다. 희곡에서부터 오페라, 그리고 시와 소설까지 돈 주앙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은 무수히 많으며 오늘날까지 재해석된다. 돈 주앙이 실존인물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는 이미 신격화된 인물이다. 돈 주앙과 같이 여럿차례 재해석 되며 신격화된 인물이 한명 더 있다. 바로 파우스트 박사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를 주제로 한 문학작품은 무수히 많지만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 2부작일 것이다. 괴테는 젊은 시절부터 이 대작을 구성하여, 그가 죽기 1년 전에 완성했을 만큼 파우스트는 괴테라는 한 위대한 작가가 평생을 바쳐 이룩한 성과다. 오늘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관하여 애기해보고 싶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파우스트를 다룬 문학작품은 괴테 이전에도 존재하였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독일 민중판과 영국의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위가 지은 <파우스트 박사의 비극>이 아닐까 싶다. 독일 민중판에서 파우스트는 전형적인 중세 식 이야기의 말로를 걷는다. 물욕으로 가득 차 악마와 계약한 파우스트는 결국 마지막에 악마에게 살해당한다. 그의 뇌수와 피는 바닥에 흩뿌려지고, 내장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살점은 산산이 찢겨 진다. 중세시대에 파우스트는 전형적인 물욕과 타락의 상징이었다. 다만 말로위의 파우스트 박사는 조금 다르다. 그는 신에게 도전하고자 하는 인간이다. 마치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인간이라고 할까? 그러나 역시 마지막에서 파우스트 박사는 영원히 타오르는 지옥 불에서 고통스럽게 대가를 치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미리 언급하였듯이 파우스트의 구원에 관하여 처음 쓴 사람이 바로 괴테이다.


괴테가 처음으로 파우스트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썼듯, 나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가 인간의 구원이라고 생각한다. <파우스트> 제 1 부와 제 2 부에는 총 두 번의 구원이 나오며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그리고 나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메피스토펠레스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중요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그레트헨과 파우스트 박사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평생을 바쳐 완성한 작품인 만큼, 제 1부와 제 2부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그렇기에 나는 개인적으로 이 두 작품을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구별하고 싶다. 그렇기에 오늘의 주제는 <파우스트 제 1 부>, 그레트헨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파우스트>에선 두 인간의 타락이 나타난다. 첫째는 메피스토펠레스에 의한 파우스트 박사의 타락이다. 제 1 부에서 파우스트는 이전의 작품에 등장했던 수많은 파우스트들과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그는 학자로서의 인생에 회의를 품고, 진정한 쾌락을 얻을 때까지 메피스토펠레스를 거느리며 술집과 마녀들 사이를 떠돌고 온갖 쾌락을 즐기기 시작한다. 다만 괴테는 그저 파우스트의 타락만을 제 1 부에서 보일 뿐, 그의 최후도, 그의 구원도 1 부에선 그리지 않는다. 그리고 <파우스트 제 1 부>가 괴테의 젊은 시절, 즉 낭만주의 시절에 쓰인 만큼, 작가는 작품의 결말 대신 지극히 낭만적 소재를 제 1 부에 집어넣는다. 바로 그레트헨이란 소녀의 존재를 말이다.


작중 처음 등장하는 그레트헨은 간단히 표현하자면 ‘평범’한 소녀이다. 비록 괴테나 메피스토는 그레트헨이 고귀한 처녀라고 표현을 하였으나, 작중 초기에 나타난 그레트헨의 모습은 평범한 소녀의 모습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그 당시 사람들이 그러하듯 교회에 가며, 그 당시 사람들이 그러듯 신부의 설교를 듣고, 신을 믿는다. 그레트헨의 소녀적인 성격이 들어나는 부분은 파우스트가 그녀에게 처음으로 보석을 보냈을 때 나타난다. 독실한 그녀지만, 그녀 또한 다른 소녀들처럼 장신구를 좋아하며, 치장하고 싶어 하고, 무조건적으로 신부에게 보석을 바친 어머니를 원망하는 등 어찌 보면 전형적인 사춘기 소녀가 보여 할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레트헨은 성녀도, 악녀도 아닌 평범한 소녀다.


그러나 이 평범한 소녀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소녀는 마침내 파우스트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사랑이 나타내는 이중성을 그대로 작품 속에 투영한다.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와 사랑에 빠져 행복에 가득 찬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곧 그녀는 여러 죄를 범하기 시작한다. 파우스트가 건네준 수면제를 어머니에게 먹여 어머니를 실수로 죽게 하였으며, 그 당시에는 죄로 여겨졌던 혼전성교를 하였고, 태어난 그녀의 아이까지 죽이기는 등 평범했던 소녀의 인생은 ‘사랑’이라는 선악과로 인하여 몰락하게 된다.


그녀의 오빠인 발렌틴이 파우스트와의 결투에서 살해당한 후, 그녀는 오빠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교회에서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회개를 바라는 그녀지만, 오히려 그녀에게는 악령이 덮친다. 그레트헨은 신에게 구원을 요청한다는, 어찌 보면 죄에 대한 도피 행위로 인하여 더욱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그녀의 죄를 용서받고 구원에 이르렀을 수 있을까? 교회도 그녀에겐 소용이 없다. 파우스트 또한 그녀에겐 소용이 없다. 메피스토 또한 그녀에겐 소용이 없다. 괴테는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 해답을 제시한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간단하다.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을 구하려 하지만, 그녀는 거부하고 파우스트는 도망친다. 그레트헨은 신에게 기도를 하고 구원을 받는다. 우리는 이 장면에 대하여 의아함을 품을 수 있다. 어찌하여 장례식이 거행되는 교회에서의 기도는 오히려 악령을 불렀지만, 감옥에서의 기도는 구원을 불렀는가? 나는 그레트헨의 행동이 이 차이를 불렀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장례식장에서의 기도는 어찌 보면 도피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도 기도만 하면 구원된다고 믿는 위선자들처럼 그레트헨 또한 신에게 의지하여 자신의 죄를 사하려 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구원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감옥에서의 그녀는 다르다. 그녀는 메피스토의 정체를 꿰뚫고 더 이상 파우스트를 따르지 않으려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는 간절히 기원한다. 악행을 저지른 자기 자신을 심판해달라고. 죄를 지은 자신을 사형대에 보내달라고. 이렇듯 그녀는 자기 자신의 죄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때의 메피스토와 신으로 추정되는 목소리의 대사에서 그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메피스토는 그레트헨이 심판받았다고 외치지만, 신은 그런 그녀가 구원받았다고 외친다. 죄의 용서를 바라지 않고 오히려 벌을 원하는 그레트헨은 마침내 구원을 얻게 된 것이다. 나는 이러한 그레트헨의 구원이 전형적이며 이상적인 기독교식 구원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독자들은 어찌하여 그레트헨의 행동이 급작스럽게 변했는지에 대하여 항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괴테가 제 1 부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은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라는 문제였다고.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상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파우스트의 구원이다. 그레트헨이 전형적인 기독교적인 구원을 얻었다고 할 수 있지만, 파우스트의 상황으로선 그레트헨과 같은 구원은 불가능하다. 그는 악마와 계약을 하였으며, 무한한 쾌락과 지식을 위하여 행동한다. 그에게 회개와 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괴테는 이전의 파우스트들처럼 그의 몰락과 형벌을 다루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파우스트에게는 또 다른 종류의 구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파우스트 박사의 구원은 <파우스트 제 2 부>에서 논의해보자. 


덧글

  • 2011/08/25 23:3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JHALOFF 2011/08/26 00:01 #

    2부는 귀찮아서 안 썼었는데, 언젠가 써보겠습니다.
  • 재윤 2012/01/23 15:59 # 답글

    여자애 이름을 전 영원히 그레첸으로 읽습니다. 대도중 시대 제가 읽은 책에선 그레첸이었기 때문입니다.
  • JHALOFF 2012/01/24 01:03 #

    그레첸도 괜찮네요 ㅇㅇ
  • 하이 2014/04/23 17:32 # 삭제 답글

    1부와 2부의 차이에대해서 알려주실수 있을까요?ㅠㅜ
  • JHALOFF 2014/04/28 05:03 #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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