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노벨문학상 작가 시선집 <기억이 나를 본다> 감상 독서일기-시


이번 201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웨덴 출신의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의 국내 유일한 번역 시집입니다.

노벨문학상에서 정말 오랜만에 시인이 수상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좋아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시인은 T.S. 엘리엇과 예이츠입니다. 히니도 꽤 좋아하고요.

근데 뒤의 해설을 보니, 작가 본인이 상당히 과작을 하는 스타일이라서, 전체 작품이 200편이 좀 안된다고 합니다.

이 시집에는 세어보니 95편의 시가 수록되었더군요. 사실상 절반 정도의 작품들이 모두 수록된 시집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스웨덴으로 쓰여진 시를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영어로 번역된 것을 판본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이점은 작가 본인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좀 아쉬운 점입니다. 
뒷 부분에 영역으로 된 시들도 수록되있습니다. 가격 9000원을 생각하면, 굉장히 알찬 시집입니다.


<기억이 나를 본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들리자마자 빨리 다시 찍었더군요. 1판 3쇄인데, 2011년 10월 7일자입니다.

고은 시인이 '오늘의 세계 시인을 간행하며'란 서문을 쓴 것을 보니 왠지 아이러니컬하더군요.
언론의 노벨문학상 설레발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넘어가겠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번역자 본인의 서문에서 '노벨문학상 후보'란 단어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이건 못 고쳤나 봅니다.

전반적으로 시들이 차분합니다.
스웨덴의 전경을 노래하는 시들도 더러 있고,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론 한국인이라도 느낄 수 있는 시들입니다.

책갈피에는 이분법에서 평화를 추구한다, 뭐 그렇게 써있는데,

시 중 '나는 100퍼센트를 싫어한다.'란 표현 같은 것을 보면 상당히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시들도 대체적으로 서로 반대되는 시행이나 상황을 담담히 서술합니다.

대체적으로 주로 개인적이면서 관념적인 성향의 시들이 많더군요. 상당히 자기성찰적인 부분도 강하고요.
'시를 쓰는 행위'에 관한 사색도 더로 보입니다.
운율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고, 평화롭게 명상하는 듯한 기분의 시들입니다.
대체적으로 분량 자체는 짧더군요. 2페이지 이상을 넘어가는 시들이 거의 없습니다.
표현 자체는 그냥 시인답다, 란 생각이 드는 표현들이었습니다. 참신한  표현도 더러 있었고, 그냥 대체적으로 시에서 보이는 표현들도 있습니다.
제 취향과는 살짝 안 맞았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취향을 고려하지 않아도, 평타 이상은 가는 시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이 9000원이지만, 많은 시들이 포함되있고, 여러모로 손해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두 편의 시를 인용하며 끝마치겠습니다. 그냥 짧은거 두 개 뽑았습니다.

미완의 천국 (P.53)

절망이 제 가던 길을 멈춘다.
고통이 제 가던 길을 멈춘다.
독수리가 제 비행을 멈춘다.

열망의 빛이 흘러나오고,
유령들까지 한 잔 들이켠다.

빙하시대 스튜디오의 붉은 짐승들,
우리 그림들이 대낮의 빛을 바라본다.

만물이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수백씩 무리지어 햇빛 속으로 나간다.

우리들 각자는 만인을 위한 방으로 통하는
반쯤 열린 문.

발밑엔 무한의 벌판.

나무들 사이로 물이 번쩍인다.

호수는 땅 속으로 통하는 창.

밤에 쓰는 책 한 페이지(p.140)

어느 오월 밤, 서늘한 달빛 속
잿빛 풀과 꽃들이
초록 향기 풍기는 기슭에서
배를 내렸다.

색맹의 밤,
나는 비탈을 미끄러져 올랐고
하얀 돌들은
달에게 신호를 보냈다.

몇 분의 길이와
58년의 폭을 가진
시간의 한 부분.

내 뒤로는
납빛 반짝이는 물결 너머
다른 기슭이 있었고,
통치하는 자들이 있었다.

얼굴 대신
미래를 가진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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